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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배틀] 트레버 호프만 vs 마리아노 리베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6.

마무리 투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호이트 윌헴부터 이번의 리치 고시지까지 마무리 투수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선수는 모두 5명. 하지만 그 중 단 한 번의 도전 만에 곧바로 쿠퍼스 타운행 티켓을 손에 거머쥔 이는 데니스 에커슬리뿐이다. 통산 197승 397세이브의 뛰어난 성적을 남긴 에커슬리는 첫 번째 도전이었던 2004년에 85%의 표를 얻으며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았다.


역대 세이브 2위에 올라 있는 리 스미스(478세이브)는 이번에도 43.3%로 낙방해 앞으로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쩌면 마무리 투수 출신의 명예의 전당 입성자는 당분간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야구 통계학자들이나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 이론이 널리 퍼지면서 1이닝 마무리를 경시하는 풍조가 메이저리그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과는 전혀 관계없이 반드시 명예의 전당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클로저들이 있다. 오히려 입성 가능성 여부보다는 단 한번 만에, 그것도 에커슬리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심의 대상일 정도다.


‘역대 최고의 클로저’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역대 세이브 1위 트레버 호프만과 3위 마리아노 리베라가 바로 그 두 주인공이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500세이브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으며 ‘따라 올 테면 따라와 봐’하는 식으로 후속 주자들에게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트레버 호프만은 어느덧 불혹의 나이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30세이브 이상 12회, 40세이브 이상도 9회나 기록했으며 둘 모두 메이저리그 기록이다. 4년 연속 40세이브 이상을 달성한 선수도 호프만 한 명 뿐인데, 이것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98~01, 04~07)이나 했다.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2003년만 아니었더라면 13년 연속 30세이브라는 불멸의 기록이 세워졌을 것이 분명하다.


호프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강점은 흔들림이 없는 꾸준함이다. 마무리로 뛴 13년 동안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것은 단 한 번뿐이지만,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것도 2번에 불과하다. 매년 2점대의 방어율과 40개가량의 세이브 개수, 이것이 호프만을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별명이 ‘지옥의 종소리’겠는가.


2007시즌 종료와 동시에 팔꿈치에 관절경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결과와 이후의 경과가 좋아 스프링 캠프에 무난히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즌 막판 연이은 블론 세이브로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무산된 아픔을 씻기 위해 새로운 시즌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경기

이닝

안타

볼넷

삼진

방어율

호프만

882

53

60

524

942.2

724

265

1009

2.73

리베라

787

62

44

443

953.0

759

238

857

2.35


메이저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파나마 출신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마리아노 리베라도 결코 호프만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90마일 중반의 패스트볼과 전매특허인 컷패스트볼, 리베라는 이 두 개의 구질만을 활용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우뚝 섰다.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11년 연속으로 최소 28세이브 이상을 거둔 리베라는 통산 443세이브로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호프만과의 나이차(2살)를 감안하면 같은 나이에 은퇴한다는 가정을 했을 때 호프만의 최종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리베라는 2.35라는 환상적인 방어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데뷔시즌을 제외하면 지난해 급작스런 부진을 겪기 전까지 12년 연속으로 2점대 미만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2003년부터는 4년 연속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시대 상황을 고려해 리그 전체의 투수들의 평균 방어율과 구장 효과를 감안한 조정 방어율이라는 것이 있다. 역대 1위는 161을 기록 중인 페드로 마르티네즈이며 그 뒤를 레프티 그로브(148), 월터 존슨(147) 등이 뒤따르고 있다. 올 시즌 중에 무난히 기준치인 1,000이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리베라도 조만간 이 순위에 포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 리베라가 기록하고 있는 통산 조정 방어율은 194!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참고로 호프만은 147)


또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리베라의 포스트 시즌 성적이다. 통산 76경기에 등판해 8승 1패 34세이브를 기록했다. 117.1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은 단 10점, 0.77이라는 오락에서나 나올 법한 방어율을 자랑한다. 역대 포스트 시즌에서 10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 1점대 미만의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는 리베라 혼자다.


두 선수는 10년 전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호프만은 자신이 경험한 유일한 월드시리즈에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되는 등, 3경기에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챙긴 리베라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당시 월드시리즈 MVP는 호프만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스캇 브로셔스였다.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비롯해 항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화려한 업적을 남긴 마리아노 리베라와 화려함은 부족했지만 꾸준함과 성실함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던 트레버 호프만. 이 두 선수 중 훗날 더 훌륭한 마무리 투수로 기억되는 것은 누구일까? 둘 중 누가되든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타이틀에 전혀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서 세간에 널리 화자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