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록 사이트인 스탯티즈(Statiz.co.kr)가 새단장을 했더군요. 훨씬 더 깔끔해진 외견과 더욱 내실을 갖춘 사이트로 거듭났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운영하시는 분의 정성과 능력을 그대로 엿볼 수 있더군요.
스탯티즈가 개장한 김에 각종 기록들을 유심히 살펴봤는데요. 타율이나 다승 등의 주요 개인 타이틀 1위는 많이들 아시지만, 정반대의 속성을 지닌 ‘부끄러운 기록’의 1위는 잘 모르실 것 같아서 그걸 주제로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신랄하게 비난했다고 해서 너무 돌 던지지 마시길...
오늘은 우선 야수들의 타격과 수비 부문에 관련된 기록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타자 부문 불명예 기록>
최저타율(.191) – 박경수(LG)
타율 1위가 있다면, 타율 꼴찌도 있기 마련이죠.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57명의 타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바로 LG 박경수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는 바로 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몇 명의 선수들이 눈에 띄는군요. 26위인 지난해 타격 1위인 LG 박용택(.192)을 비롯해 KIA의 김상현(.193) 이용규(.220), 이종범(.228), 삼성 강봉규(.195), LG ‘큰’ 이병규(.228), 넥센 클락(.232)이 50위부터 쭉 자리를 차지하고 있군요. 이거야 원 참, 이름값들 좀 하셔야 할 텐데 말이죠... 작년에는 KIA의 김상훈(.230)이 꼴찌였습니다. 하지만 그 막강한 클러치 능력으로 인해 아무런 비난을 받지 않았죠. 지난해의 김상훈은 충분히 그럴만 했습니다.
최다실책(9개) – 강정호(넥센), 오지환(LG)
유격수가 수비하기 어려운 포지션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지요. 하지만 이런 페이스로 실책을 쌓아가다 보면 한국 신기록(1986년 유지훤의 31개)을 넘볼 수도 있겠는걸요. 처음부터 수비 면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오지환은 그렇다 쳐도, 강정호는 좀 의외로군요. 작년에도 15개(4위)의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 저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니까요. 오지환은 신인 시절의 이종범을 연상케 합니다. 나름 센스도 있고 반응 속도도 좋지만, 아직은 유연성이 부족해 포구 실책이 많은 것이 신인 시절의 이종범이랑 비슷하네요. 그 부분만 극복하면 정말 이종범의 뒤를 잇는 대형 유격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보다는 오히려 박진만(삼성)이 벌써 6개의 실책을 범했다는 사실이 더 의외로 느껴지는군요. 작년에는 ‘돌글러브’ 김상현이 3루수임에도 불구하고 유격수와 2루수를 제치고 21개의 실책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2위는 16개의 박기혁(롯데)과 정근우(16개)였죠. 정근우는 올해도 6개로 공동 3위고, 14경기에서 3개를 범한 박기혁도 비슷한 페이스입니다.
삼진(30개) – 이영욱(삼성), 최진행(한화)
둘 다 올 시즌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선수들이죠. 하지만 역시나 아직까지는 스윙이 크고 삼진이 많은 편입니다. 경기당 1개꼴 이상으로 삼진을 당하고 있는데요. 그 뒤를 LG의 오지환과 한화 송광민이 28개로 뒤따르고 있네요. 지난해 삼진왕이었던 가르시아(롯데)는 23개로 아직까지는 선전하고 있습니다.
루킹삼진(14개) – 김원섭(KIA)
김원섭은 자신이 당한 23개의 삼진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번이나 스윙도 해보지 못하고 당한 루킹삼진입니다. KIA의 팀 특성이라고 해야할까요? 스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삼진을 당하는 루킹삼진 부문의 1~3위가 모두 KIA 선수들입니다. 2위가 최희섭(12개)이고 3위는 경기 출장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김상현(10개)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희섭과 김상현이야 게스(Guess) 배팅의 실패라 칠 수 있겠지만, 김원섭은 자신의 장점인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루킹삼진을 줄일 필요가 있겠네요. 일단 맞추면 살아나갈 확률이 높은 선수니까요. 흥미롭게도 작년에는 브룸바(49개)-송지만(40개)-황재균(33개)의 히어로즈 트리오가 나란히 1~3위를 독식했었네요.
잔루(68개) – 가르시아(롯데)
가르시아가 타석에 들어설 당시 총 주자의 수는 무려 97명, 이 중 22명이 가르시아의 타격으로 홈을 밟았습니다. 이 비율(22.7%)는 높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97명 가운데 68명이나 잔루로 남겨 49.6%의 나쁜 잔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진루타를 쳐주는 회수가 적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르시아가 5번 타순에서 좀 더 좋은 타격을 해줄 수 있다면, 롯데의 득점이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참고로 타점 1위인 홍성흔은 89명의 주자 가운데 30명(33.7%-1위)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잔루율도 37.2%로 매우 준수합니다. 왜 타점 1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병살타(5개) – 김상현(KIA) 외 5명
김상현 외에도 홍성흔과 강민호(이상 롯데), 최준석과 손시헌(이상 두산), 강귀태(넥센)이 5개의 병살타를 때려내 최다를 기록 중입니다. 김상현을 대표로 한 이유는 그의 경기 출장수가 제일 적기 때문이지요. 홍성흔은 워낙 병살 기회(2사 이전 주자 1루 상황)가 많았기에 병살이 많은 것이고, 최준석과 손시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2사 이전 주자 1루 상황에서 20%가 넘는 확률로 병살타를 친 나머지 3명(김상현, 강민호, 강귀태)은 병살을 좀 줄일 필요가 있겠네요.
희생번트 실패(3번) – 정근우(SK), 김원섭(KIA)
의외로 발 빠르고 나름 재치 있는 두 명의 타자가 각각 3번씩이나 희생 번트를 실패했더군요. 그것도 5번 시도해 2번 성공, 3번 실패로 성공률이 40%에 불과합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런 건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죠. 참고로 작년에는 이대형(LG)이 36번의 시도 가운데 14번이나 실패해 2위와 두 배의 차이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대충 번트 대놓고 냅다 뛰니까, 자신은 살았는데 선행 주자가 객사하고 만 것이죠. 번트는 도루가 아닙니다. '뛰는 것'보다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도루실패(5번) – 정근우(SK), 김주찬(롯데)
도루 부문 2위인 김주찬은 총 20번 시도해 5번 잡혔습니다. 75%의 성공률이면 나쁘지 않지요. 이 정도 확률이면 50도루를 목표로 계속해서 뛰어도 될 정도입니다. 김주찬의 경우는 불명예가 결코 아니라는 뜻이죠. 하지만 정근우는 14번의 시도 가운데 5번이나 잡혔습니다. 그것도 모두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잡혔죠. 도루 성공률이 70%는 넘어야 득점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봤을 때, 성공률을 좀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다간 재작년(60번 시도 20번 실패)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견제사(3번) – 오지환(LG)
이건 좀 치명적인 부분이죠. 아무리 신인이라고 해도 이런 플레이가 반복되면 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을 뿐입니다.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도 좋지만, 그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이니까요. 하긴, 나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박한이도 2번이나 견제사를 당했군요. 작년에는 황재균(히어로즈)과 정근우(SK)가 4번으로 최다였습니다. 올해는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기록제공=Stat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