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무엇보다 반가운 '황태자' 배리 지토의 부활~!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7.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는 시즌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산동네 에이스 우발도 히메네즈(6 0.87) 6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다승 1위로 치고 나갔고, 오늘은 로이 할러데이(61 1.45) 7번째 등판에서 6번째 승리를 거두며 공동 1위로 올라섰죠.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면서 0점대 방어율을 보여주고 있는 히메네즈나 7경기에서 56이닝을 던진 할러데이의 투구는 모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작년까지 2연패를 달성했던 팀 린스컴(4 1.70)은 최근 2경기에서 연속으로 승패 없이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이지요. 아담 웨인라이트(41 1.96)와 크리스 카펜터(4 2.84)도 순항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내셔널리그의 선발 투수들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선수가 두 명 있는데요. 그 중 한 명은 다시금 고무팔로 돌아온 리반 에르난데스(41 0.99)이며, 다른 한 명은 돌아온 황태자배리 지토(5 1.49)입니다. 에르난데스의 부활도 놀랍지만, 역시 지토의 부활은 놀라움을 넘어서 반갑기 그지 없네요.

 

2000년 후반기에 메이저리그에 혜성처럼 나타나서 너무나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지토. 이듬해인 2001년에 17승을 거두며 에이스급 투수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더니, 2002년에는 마침내 23승과 2.75의 좋은 방어율로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때부터 작년까지 9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고 있지요.

 

하지만 지토 역시 혹사논란에서 피해갈 수 없는 투수 중 한 명입니다. 그는 23살이었던 2001년부터 25세가 되는 2003년까지 3년 연속 35경기씩을 선발 등판하며 3500구가 넘는 많은 공을 던졌습니다. 그 기간 동안 그보다 더 많이 등판하거나 더 많은 공을 던진 투수는 아무도 없었죠.

 

이후의 시간은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굳이 혹사라는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죠. 많이 사용하면 지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리가 중요한 것이구요. 2~3년 정도 남들보다 많은 공을 던지면 데드암이라 불리는 증상을 겪기 마련입니다. 구속이 저하되면서 자연히 구위도 상실하게 되는 것이죠.

 

지토는 원래부터 빠른 공을 지닌 투수가 아니었습니다. 시속 155km의 불 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140km를 넘나드는 느린 직구(fastball) 115km 정도의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는 지토는 그래서 더 매력적인 투수였죠.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과 경기운영, 예술이라 불릴 정도의 낙차 큰 커브는 지토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하지만 지토의 구위는 점점 그 위력을 잃어갔고, FA 대박을 위해 쉬지 않고 무리를 한 결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한 후의 지토는 우리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니었죠.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를 떠나 큰 돈(7년간 1억2600만불)을 손에 쥐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팀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팬들의 불평과 비난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그래도 87마일(140km) 정도를 유지하던 직구 스피드가 85마일(137km) 아래로 떨어진 것이 바로 그 무렵부터 입니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다 보니 자연히 커브의 위력이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그 때문에 커브의 구사비율을 15%까지 줄이고 체인지업의 구사비율을 20% 이상으로 대폭 늘렸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죠. 결국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이 매력적인 미남의 좌완 에이스는 2007(11 13 4.53) 2008(10 17 5.15)을 자신의 커리어를 통틀어 최악의 시즌으로 기록하고 맙니다.

 

그런 지토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 후반기부터였지요. 사라졌던 팔의 힘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직구 스피드가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86마일을 넘어섰고, 커브의 경우는 오히려 전성기 시절보다도 2마일 정도가 빨라졌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이 장착한 슬라이더가 그 위력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30대에 접어든 지토가 다시 한 번 변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작년에 지토는 10 13패로 또 다시 저조한 성적을 남겼지만 방어율은 4.03으로 크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후반기에는 2.83을 기록하며 올 시즌의 밝은 전망을 가능케 했지요. 올 시즌의 부활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빅리그 초창기의 지토는 직구를 55~60%, 커브를 25% 안팎, 그리고 체인지업을 15% 가량 섞어서 던졌습니다. 현재의 지토는 직구의 비율을 50% 이하로 줄인 대신 커브(20%)와 슬라이더(15%), 그리고 체인지업(15%) 등의 변화구를 자주 구사합니다. 20대 시절에는 어깨에 무리가 간다는 이유로 던지지 않았던 슬라이더가 30대에 접어든 지토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지토의 투구 패턴은 우리가 알고 있던 7~8년 전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예전에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낙차 큰 커브로 삼진을 잡으러 들어갔다면, 최근에는 볼넷을 최대한 줄이고 맞춰 잡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맞춰 잡으면서도 피안타율이 .182에 불과할 정도로 구위가 좋은 편이죠.

 

3-9-1-2-5-3, 지토가 등판한 날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뽑아준 점수입니다. 한두 경기를 제외하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겠죠. 6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무실점 경기가 2, 1실점 2, 2실점과 3실점 경기가 각각 한번씩 있었습니다.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겠지요.

 

지토의 부활로 샌프란시스코는 린스컴-맷 케인(11 2.84)-지토-조나단 산체스(22 2.48)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임은 당연한 결과죠. 이제는 그를 향해 비난하기 바빴던 팬들도 지토를 향해 다시금 웃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200개의 삼진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 배리 지토. 환상적인 커브에 이제는 예리한 슬라이더까지 더해진 그의 피칭은 한층 그 폭이 넓어지며 더욱 예술적으로 변했습니다. 올 시즌의 배리 지토, 개인적으로는 무척 기대가 되네요. 올드보이의 귀환은 언제나 반갑기만 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