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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전율이 느껴졌던 ‘괴물’ 류현진의 17K 피칭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12.

류현진이 또 한 번 우리나라 프로야구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습니다. 경기 보셨나요? 못 보신 분들은 다시보기를 이용해서라도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경기시간도 짧은 편이라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하일라이트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전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경기였습니다.

 

5 11일 청구구장에서 벌어진 LG와의 시합. 류현진은 9회까지 33명의 타자를 상대했고, 그 중 17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볼넷이 하나 있었고 내야 땅볼이나 뜬공이 10, 외야로 날아간 공은 겨우 5개에 불과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작은이병규의 홈런이라는 점이 아쉽긴 했지만, 이날 류현진의 피칭은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한 경기 최다 탈삼진기록은 1991 6 19일 빙그레를 상대로 광주구장에서 18개의 삼진을 잡아낸 선동열(해태)이 가지고 있습니다이것은 연장 13회까지 던진 결과였죠. 또한, 1995 5 23일에는 OB 김상진이 한화를 상대로 잠실에서 연장 12회까지 17개를 잡아낸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규이닝을 기준으로는 롯데 최동원(83.6.7. 삼성전)과 해태 선동열(92.4.11. OB), 그리고 해태 이대진(1998.5.14. 현대전) 16개가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을 이번에 류현진이 깨버린 것이죠.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동열과 최동원의 기록을 깬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2010 5 11 LG 전에서 기록한 류현진의 17탈삼진은 앞으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

 

1번 이대형부터 9작은이병규까지, 4타석에서 모두 삼진으로 물러난 조인성을 비롯해 LG의 선발 타자 9명은 전부 류현진에게 1번 이상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조인성 외에도 박경수, 오지환, 김태완, ‘작은이병규가 2번씩의 삼진을 당했고, 최후의 17번째 삼진은 9회 투아웃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이병규였습니다. 대주자로만 경기에 출장한 박용근을 제외하면 한 번이라도 타석에 들어선 10명의 타자는 전부 최소 한 번 이상의 삼진을 당한 셈이지요.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 기록은 여태껏 22번 나왔습니다. 류현진은 23번째 선발타자 전원 탈삼진(정규이닝 기준 20번째)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참고로 선동열과 최창호(태평양)가 나란히 3번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김상진과 이대진, 그리고 이승호(SK) 2번씩 기록한바 있습니다.

 

9회까지 매회 탈삼진

 

류현진은 4회와 6회는 하나씩, 7회는 3자 삼진, 나머지 6이닝은 매회 2개씩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1회부터 9회까지 매회 탈삼진의 기록. 이 또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얼마 나오지 않았던 특별한 기록입니다.

 

매회 탈삼진 기록은 1988 8 2일 삼성전에서 14탈삼진 완투승을 거둔 최동원을 시작으로 총 16명의 선수에 의해 17번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17번째 주인공은 바로 지난해 7 11 14탈삼진 완봉승을 거둔 류현진이었는데요, 이로써 18번째에도 같은 이름이 연이어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도 이 기록의 제물이 된 상대팀은 LG였네요.

 

류현진 이전에 유일하게 같은 기록을 두 번 달성한 선수는 바로 팀 선배인 정민철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민철의 기록 중 한 번은 8이닝 완투패로 정확히 9이닝을 채운 것은 아니었죠. 9이닝을 기준으로 한 매회 탈삼진은 이번을 포함해 총 15, 그 중 2번을 달성한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합니다.

 

▶ 청주구장을 지배한 괴물

 

류현진을 김광현이나 윤석민보다 높은 평가하는 사람들이 이유로 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한화 이글스소속이라는 점입니다. 팀이 약해서라는 뜻이 아닙니다. 한화의 홈구장이 대전구장이기 때문입지요.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홈으로 사용하는 7개의 주요 구장 가운데 대구구장과 더불어 가장 타자에게 유리한 곳이 바로 대전구장이니까요.

 

이날 경기는 대전이 아닌 청주에서 펼쳐졌습니다. 청주는 대전보다 더한 곳이죠. 각 팀의 제2구장을 포함하여 청주구장만큼 홈런이 잘 나오고 타자들이 펄펄 날아다니는 곳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경기를 펼치며 17개의 삼진을 잡아낸 겁니다.

 

과거 선동열은 광주구장이 대전-대구 만큼이나 타자에게 유리하던 시절에 상대 타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며 역대 최고다운 위용을 보였습니다. 지금의 류현진도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군요. 다들 아시는 것처럼 류현진은 선동열(4) 이후 투수 3관왕을 달성(2006)한 유일한 투수입니다.

 

▶ 김광현과의 비교는 아직!

 

공교롭게도 11일은 2008년을 기점으로 국내 영건 에이스 3인방이라 불리던 3명의 투수들이 모두 출동한 날이었습니다. 류현진은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고, 윤석민(KIA)도 넥센을 상대로 2실점 완투승을 거뒀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김광현은 롯데 타선을 막지 못하고 3.2이닝 동안 11안타 4볼넷으로 무려 8점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의 신경전도 상당했는데요. 아무래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3명의 투수이다 보니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좌완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비교가 특히 좀 심하더군요.

 

하지만 아직 이들의 비교는 좀 더 뒤로 미뤄두는 것이 어떨까요? 고작 한 경기에서의 부진을 두고 김광현을 평가절하 하기에는 지난 2년 동안의 활약이 너무나 대단했으니까요. 현시점에서는 류현진이 커리어에서 더 앞서 있고, 경기에서의 안정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당장 최근 2년 간의 성적은 팀 성적에 기인한 승패 기록을 떠나 평균자책점만 놓고 봐도 김광현이 더 좋습니다. 아직은 직접적인 비교를 할 단계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둘의 비교는 최소 5~6년 정도 지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는 모처럼 둘의 등판날짜가 똑같이 맞춰졌으니, 다음 번 SK와 한화의 3연전 시리즈에서는 둘의 맞대결이나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성근과 한대화, 두 감독이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끌고 간다면, 이들 두 명의 괴물 투수는 16일 경기를 거쳐 다음 주 토요일인 22일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제발 이번만큼은 성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 보고 싶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