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지구촌 최대의 축제는 월드컵이지만, 11월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있습니다. 물론 야구팬들의 관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은 연속 우승 달성 여부에 쏠려 있죠. 물론, 지난 2006년 도하에서의 치욕을 갚아줄 필요도 있습니다.
KBO는 5월 31일까지 47명의 예비 엔트리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 중 최종적으로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히는 선수는 22명, 예비 엔트리에서도 절반 이상이 추려지는 것이죠. 예비 엔트리를 잘 뽑아야 본 대표 선발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KBO 관계자들은 지금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22명이면 올림픽(24명)이나 WBC(28명)에 비해 그 수가 더 적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투수 9명, 포수 2명, 야수 11명 정도로 꾸려질 가능성이 큰데요.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며, 그건 조범현 대표팀 감독과 김인식 기술위원장의 선택에 달렸겠죠.
이미 아시안게임을 향한 그 여정이 시작된 셈인데요. 그렇다면 우선 예비 엔트리에는 어떠한 선수들이 포함될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종 엔트리의 두 배수인 44명 정도를 살펴보면 되겠네요. 투수 18명, 포수 4명, 내야수 13명, 외야수 9명 입니다.
선발투수 : 류현진(한화), 김광현, 송은범(이상 SK), 윤석민, 양현종(이상 KIA), 조정훈(롯데), 봉중근(LG), 금민철(넥센)
-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트리오의 승선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 지난해부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송은범, 양현종, 조정훈의 경우도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꽤나 높습니다. 앞의 3명이 기량과 실적에서 앞서 있는 터라 실제 22명 엔트리에도 무사히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면, 사실 남은 선발 자리는 1~2자리. 송-양-조 중에 1~2명은 탈락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지금부터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며, 류-김이 좌완이기 때문에 양현종이 가장 불리할 수 있습니다.
봉중근의 선발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 병역 혜택이 걸려 있기 때문에 동일한 기량이라는 판단이 서면 기왕이면 미필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금민철도 일단 예비 엔트리에는 무난히 포함되겠지요. 하지만 사실상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국제대회에서 믿고 기용하기에, 금민철의 많은 볼넷은 상당한 부담이 될테니까요.
구원투수 : 이용찬, 정재훈, 임태훈(이상 두산), 유동훈(KIA), 손승락(넥센), 이승호, 정우람(이상 SK), 정현욱, 오승환, 권혁(이상 삼성)
- 현재 최고의 마무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용찬과 이승호의 승선은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그들과 콤비를 이루고 있는 두 셋업맨 정재훈과 정우람도 대표팀의 주력 불펜요원으로 손색이 없지요. 그 외에 각 팀의 주전 마무리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 중인 유동훈과 손승락도 예비 엔트리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의 정현욱-권혁-오승환 트리오는 지금까지의 경력이나 경험으로 봤을 때 무조건 예비 엔트리에는 일단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의 컨디션은 미지수지만 시즌 막판에 컨디션을 되찾아준다면 본 대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선발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임태훈도 마찬가지. WBC에서의 공헌도를 고려해서라도 일단 예비 엔트리에는 무조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수 : 박경완(SK), 강민호(롯데), 진갑용(삼성)
- 포수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이름값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표팀의 주전 안방마님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자리가 아니니까요. 따라서 올림픽과 WBC의 경험이 있는 박경완-강민호-진갑용이 우선적으로 예비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박경완과 진갑용 본인들과 팀의 의사에 따라 강민호를 이끌어줄 한 명의 선수가 결정 되겠지요. 강민호의 최종 엔트리 진입은 사실상 확정적입니다. 타격에서 그를 따를 선수가 없으며, 국제대회 경험도 꽤나 풍부한 편이니까요.
굳이 4명을 채우지 않은 것은 나머지 한 명의 자리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양의지와 김상훈의 경우는 도루저지 능력에 큰 약점이 있습니다. 박경완과 진갑용이 모두 대표직을 고사한다면, 이들 두 명 중 하나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겠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때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양의지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내야수 : 김태균(지바 롯데), 이승엽(요미우리), 이범호(소프트뱅크), 이대호, 박기혁(이상 롯데), 박정권, 정근우, 나주환, 최정(이상 SK), 최희섭, 안치홍(KIA), 김태완(한화), 손시헌(두산)
- 박기혁과 최정의 경우는 김인식 기술위원장이 WBC에서의 공헌도를 최대한 고려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기에 일단 예비 엔트리에는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박기혁의 경우는 지금처럼 하다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지요. 김태균과 이승엽, 이범호도 일단 예비 엔트리에 포함시킨 이후 나중에 최종 발탁 여부를 결정하겠지요.
아쉽지만 대표팀에 지난해 MVP 김상현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에게 3루를 맡긴다는 것은 내야에 핵폭탄을 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지명타자 자리는 이대호와 추신수, 최희섭 등이 번갈아 가며 차지할 확률이 높습니다. 홍성흔도 마찬가지 경우죠. 굳이 반쪽짜리 선수를 대표팀에 포함시킬 이유는 없습니다. 올 시즌 에러를 양산하고 있는 강정호(13개)도 그런 컨디션으로는 나주환-손시헌의 수비 좋은 유격수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외야수 : 추신수(클리블랜드), 김현수, 이종욱(두산), 손아섭(롯데), 이대형(LG), 김강민(SK), 박한이(삼성), 이용규(KIA), 최진행(한화)
- 어차피 대표팀의 좌우 코너 외야수로는 김현수(좌)와 추신수(우)가 거의 확정된 상태죠. 남은 건 중견수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김강민의 타격감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그를 발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강민은 8개 구단 외야수들 가운데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니까요. 물론 이종욱이나 이대형, 이용규도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니 누가 되건 별 상관은 없겠네요.
현재의 멤버 구성으로 봤을 때, 주전 중견수는 대표팀의 1~2번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박한이의 경우 예비 엔트리에는 포함되겠지만, 최종 승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8개 구단 최악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손아섭도 위험부담이 크지요. 하지만 일단 지금 당장의 성적이 워낙 훌륭하기에 둘 다 예비 엔트리에는 무난하게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진행도 잘하면 한 자리를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아시안 게임 예비 엔트리에 포함될 것 같은 선수들을 살펴봤습니다. 총 43명이었는데요, 아마도 그 중 35명 이상은 실제 예비 엔트리 명단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 명단에 자신의 생각을 더해, 22명의 최종 엔트리 예상을 댓글로 남겨주셔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