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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GOT JUIC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21.

1970년 가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보위 쿤은

왕년의 20승 올스타 투수..하지만 현재는 한물가서 얼마전 직업을 바꿔 필명을 지으시고 소설업계로 뛰어든  짐 버튼씨를 맨허튼의 그의 사무실로 소환하였습니다.

버튼씨는 찬란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몇년째 빌빌거리시다 1년전엔 데뷔 후 쭈욱 몸담고 있던 양키스에서 쫓겨나 휴스턴에서 주전자 심부름 하시며 30대를 시작하고 계셨는데요...

더 이상은 이런 박봉 이런 대접에 애들 기저귀 값도 못 당하겠다고 우렁차게 포효 한번 하시더니 출판사의 달콤한 돈다발 유혹에 넘어가셔서 "Ball Four"라는 책을 한 달만에 뚝딱 써내놓으셨는데...

뭐 다른 것도 아니고 메이저 리그 판에서 수십 년째 암암리 횡횡하고 있는 여자문제, 마약, 각성제, 도박, 인종차별 등등을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하고 아름다운 필체로 만천하에 까발린 이 책은...

당시까지 팔린 스포츠 관련 책 중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범국민 적인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죠.

국민들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반응도 열렬해서

한때 팀메이트 미키 맨틀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죽을 때까지 말 한마디 걸지도 않았으며

샌디에고는 경기 시작 전 공개적으로 이 책 수십 권을 불태워 버리는 환희의 세리머니를...

우리의 칩사마 피트 로즈님은 "Fuck YOU! Shakespeare!!!!"라는 최고의 찬사를 퍼붓기도 했답니다...

아무튼 보위 쿤씨는 직업을 바꾸긴 하셨지만 아직 부업으로 야구를 하고 계신 버튼씨를 사무실로 불러서...

이 최고의 베스트 셀러에 담긴 야구에 관한 모든 뒷담화가 사실 무근이며 모두 거짓말이라는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가며 사정하셨는데요...

버튼은 "NO"라고 하였죠...

뭐 사실 메이저리그에 각종 비리와 부정이 엮여있으며 선수들이 술 먹고 여자후리고 다니고 도박하고 마약하고 하고 다닌다는 사실은 공론화 되지만 않았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안그래도 미식축구의 인기 폭발과 커트 플루드의 선수 계약에 관한 법정 공방 등으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혼자만 살겠다는 이 소설가님이 낸 책 한권의 파장은 생각보다 더 엄청났죠..

메이저리그는 점점 미국 메이저 스포츠 산업에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야구의 침체는 생각보다 오래가서 선수들의 파업으로 사상 처음 반쪽짜리 시즌이 되어버린 1994년 무렵에서는 거의 모든 야구 관련 사업이 암흑기를 보내게 됩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메이저 리그의 인기를 다시 되살린 장본인..바로 마크 약과이어와 힘이 소사..이 두 명이었죠..

1998년, 40년 가까이 이어오던 로저 매리스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깨기 위한 이 둘의 홈런 레이스는 전미를 흥분의 도가니탕으로 빠져들게 만들었고

다시 야구는 미국 스포츠 산업의 메이저로 다시 뛰어 오르게 됩니다..



2005년...

그 누구보다 풍류를 즐기셨고 그 누구 보다 많은 여색을 가까이하신 호색 칸세코라는 한때 힘 꽤나 쓰시던 한물간 양반께서...

무슨 이태백도 아니고 "약물에 취해"라는 로맨틱한 제목의 책을 발간하시며 다시 한 번 야구계를 발칵 뒤집으셨죠.

무슨 아토피 치료제에 쓰기에도 아까운 스테로이드를 엉덩이에 꼬옥 주사하시며 선수 생활을 이어오셨으며

나 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애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담은 이 책은 마치 30여년 전 "BALL FOUR"가 팔려 나가듯 날게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하나 둘씩 스테로이드의 노예라는 의심을 받는 선수들이 생겨나고...

결국 약과이어는 산만한 덩치에 눈물을 찔찔 흘려가며 변호를 해보려 했지만 별수 없이 명예로운 이름에 오점을 남기게 되었고..

그리고 2007년...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며 야구는 죽게 되었죠...



사실 100년이 훌쩍 넘은 역사동안 메이저 리그엔 수많은 사건과 위기가 있었습니다..

블랙 삭스 스켄들이나 피트 로즈의 경기 담보 도박사건처럼 더러운 일도 있었고, 2차 세계대전이나 대공황 등과 같은 환경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에도 ‘야구가 죽었다’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첼 리포트가 발표된 지금, 많은 메이저리그 매니아들이 갖는 상처와 충격은 바로 "야구는 죽었다"라는 느낌이죠.

우상처럼 생각하고 많은 꿈을 가지게 만들었던 수많은 스타들이 약물을 주사 맞으며 부정한 방법을 쓰는 스팀팩 마린이었다면...

그들이 세운 기록과 그들에게 가졌던 존경심은 과연 어디 가서 보상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아니 무엇보다도....

이젠 웬만한 선수들이 갑자기 뛰어난 성적을 내기만 해도 가장 먼저 약물을 생각할 것 같은 야구를 보는 제 시각의 변화...

저에겐 가장 큰 실망이자 가장 큰 상실감인거 같습니다..



이제 또 다른 시즌이 시작되는 것도 3달도 채 안 남았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도 쓸쓸하고 어수선한 시작이 되겠지만...

10대와 20대의 대부분을 함께했고 저의 꿈이 되어주었던 야구... 메이저 리그이기에...

다시 한 번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하던 바로 그 때의 떨리는 마음과 기대 하나로...

오늘도 창밖을 바라보며 빨리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