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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블랙아웃? - 스포츠 팬으로서의 책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24.

미국 프로 스포츠에는 "black-out"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것은 어떤 정해진 경기 혹은 일정 시간동안 구단이 원하는 것만큼 관객이 들어오지 않을 때, 방송사가 마음대로 해당 지역의 경기가 아닌, 다른 지역의 경기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즉, 한 도시의 경기장 관객 점유율이 구단이 예상한 것만큼 높지 않을 때, 혹은 중요한 세입을 결정하는 경기에 관객이 적게 입장 할때, 구단과 방송사는 담합해서, 관객의 의사를 무시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것이 단기적으로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더라도 말이다. 


예를 들어서, NFL(미프로풋볼)사무국은 작년 11월 4일, CBS방송국이 오클랜드 관중들이 경기장을 매진 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디비젼의 덴버의 경기를 대신 보여주는 것을 허락했다. 그저 경기장이 꽉 차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중계조차 해주지 않는게 좀 매정하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놀라운 것은 팬들조차 그 조치를 받아들이면서, 다음 번 경기에선 더 많은 응원으로 보답한다는 것이다.


미국프로스포츠에서의 관객, 구단, 방송사는 각각 하나씩의 책임을 진다. 구단은 주어진 환경하에서 노력해서 관객들을 끌어들일만한 좋은 팀을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으며, 방송사는 그에 대한 알맞은 프로그램 제작으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의무가 있으며, 관객은 그 지역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그 팀을 사랑하고, 경기장에 가서 응원해 주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블랙아웃 제도는 4대 스포츠 중 현재 NFL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NHL에서는 시범적으로 운영되었었고, NBA와 MLB는 아직 사용한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같은 경우, 1년에 162경기라는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하는 사정상, 이 제도가 시행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사실 버드 셀릭이 MLB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스테로이드도 사치세도, 심지어 자신의 거취도 아니었다. 그는 진정으로 이 블랙아웃제도를 자신이 커미셔너로 있는 메이저리그에도 도입해야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었으며, 결국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위스콘신주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게임을 케이블TV를 이용해도 1년에 115게임밖에는 볼 수 없었다.


매년 뉴욕,보스턴,시카고같은 야구인기가 높은 도시는 전 경기를 생방송으로 케이블TV로 중계해주고, 세인트루이스,캔사스시티같은 중소도시도 1년에 140경기이상을 보장받는다. 심지어 탬파베이나 피츠버그같은 곳도 1년에 130경기이상은 자신의 홈팀경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밀워키 그리고 위스콘신 주의 야구팬들은, 그들이 인기가 높지 않은 팀을 응원한다는 것, 그리고 커미셔너가 관심있게 지켜보던 곳(시험하기 좋은 곳)이라는 이유만으로 2004년도까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가장 적은 경기를 TV로 볼 수 있는 팬들이 되어버렸다.


(115경기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각 지역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경기의 MINIMUM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밀워키 브루어스가 전임 단장 딘 테일러의 묵은 때를 씻고, 덕 멜빈 단장 밑에서 유망주들을 잘 키워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덕에, 더욱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보게 되었고, 위스콘신주도 이제 115경기가 아닌 더 많은 경기를 매 시즌마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야구에서만큼은 문제는 블랙아웃이 아니라, 팀 성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요새 스테로이드 문제 때문에 여기저기 불려나가느라 바쁠 테지만, 변함없는 메이저리그 상한가를 보면서, 버드 셀릭은 오늘 하루도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