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성흔(롯데) : 71안타 15홈런 63타점 43득점 .346/.436/.624
홈런-타점-득점-최다안타-장타율-OPS 1위, 타율은 5위, 출루율 3위. 이 무슨 괴물 같은 스탯이란 말입니까. 이 놀라운 기록의 주인공이 김현수나 김동주, 이대호가 아닌 홍성흔이라는 사실이 정말 놀랍기만 합니다. 2008년 그가 .331의 타율로 2위에 올랐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때’일 것이라 여겼습니다. 작년에 .371의 고타율을 기록했을 때도, 그것이 홍성흔의 커리어 하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홍성흔은 30홈런 120타점을 정조준하고 ‘몬스터 시즌’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NO. 1’ 타자입니다.
2. 카도쿠라(SK) : 8승 3패 75탈삼진 방어율 2.61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5점대 방어율로 부진했던 카도쿠라를 끝까지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교체하지 않고 올 시즌 재계약을 하는 걸 보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하지만 역시 ‘야신의 안목’은 남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선수가 올 시즌 완벽한 에이스의 모습으로 거듭나며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한때 일본에서도 날리던 ‘닥터-K’였던 카도쿠라. 72.1이닝에서 7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위력적인 피칭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카도쿠라를 보고 있노라면, 만 37세라는 그의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3. 김태완(한화) : 8홈런 29타점 25득점 .342/.531/.614
김태완은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곧 진입할 예정이며, 그렇다면 그의 출루율은 역사에 남을 기록이 될 지도 모릅니다. 총 162타석에 들어서서 얻어낸 4사구가 무려 47개. 상대 투수들이 김태완과의 승부를 계속 피하고 있고, 김태완도 그런 점을 곧잘 이용해 ‘본즈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2001년 롯데의 펠릭스 호세가 기록한 역대 최고 출루율(.503)을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김태완은 이미 ‘제2의 김태균’이 아닌 홀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놀라운 타자로 성장했습니다.
4. 손아섭(롯데) : 68안타 4홈런 20타점 43득점 .330/.393/.461
이름 바꾸고 1년 죽 쒔던 손아섭은 2년전 손광민일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22세 좌타자의 연일 맹타에 롯데 팬들은 마냥 즐겁기만 한데요, 특유의 강인한 눈빛과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현역 시절의 박정태(현 롯데 2군 감독)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홍성흔과 함께 득점 부문 공동 1위, 최근에는 장타력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올 시즌 손아섭은 8개 구단 최고의 2번 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비 면에서도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5. 이승호(SK) : 3승 13세이브 40탈삼진 방어율 1.50
작년에 이승호가 오랜만에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팀에 큰 공헌을 했을 때만 하더라도 ‘저 정도라도 해주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그가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로 등극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1점대 방어율로 무패가도를 달리며 구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승호는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호신’이죠. 다시 한 번 ‘야신의 안목’을 칭찬할 수밖에 없네요. 김시진 감독이 ‘투수 조련사’로 이름을 날리기 전, 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재활 기능사’로 명성이 높았었지요. 올해의 이승호도 그 소중한 결과물 가운데 하나일 듯싶습니다.
6. 이대형(LG) : 69안타 28도루 25타점 38득점 .329/.408/.371
LG 팬들이 항상 하던 말이 있었죠. 이대형의 출루율이 4할을 넘어가면 이종범의 단일 시즌 최다 도루 기록(84개)을 깰 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건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이루어지기 힘든 꿈이라고. 그런데, 실제로 올 시즌 이대형은 좋은 타격감을 앞세워 고타율과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현재까지 28개의 도루를 기록, 80개는 무리지만 70개는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입니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7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이종범과 전준호가 전부입니다. 이대형이 3번째가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네요.
7. 박한이(삼성) : 5홈런 29타점 27득점 .366/.467/.530
올 시즌 최고의 FA 모범 사례입니다. FA가 되어 원 소속팀에 그대로 남게 되었을 경우, 그 기량을 유지하는 경우가 참으로 드물었었는데요. 박한이는 오히려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현재 타율과 출루율 1위, 홈런도 2004년 이후 6년 만에 두 자릿수를 기록할 페이스입니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위 타선에서 이러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인데요. 상위 타선에서도 부담 느끼지 않고 이러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삼성 타선의 수준 자체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8. 김선우(두산) : 6승 3패 54탈삼진 방어율 3.74
최희섭, 봉중근, 송승준 등 미국에서 돌아온 선수들 중 일부가 좋은 성적을 내며 팬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 동안, 그렇지 못하고 팬들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김선우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는데요. 그 김선우가 올 시즌은 너무나 꾸준하고도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수준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두산 선발진에서 단 한 차례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3점대 방어율로 6승(5위). 지난 2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던 ‘써니’이기에 그의 올 시즌 활약이 더욱 빛나 보입니다.
9. 이성열(두산) : 11홈런 43타점 33득점 .276/.352/.514
팀 득점 1위의 막강 타력을 자랑하는 두산 베어스. 그 중에서 팀 내 홈런-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가 바로 이성열입니다.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시스템’은 특히 타자 쪽에서 제대로 발휘되는 편인데요. 올해는 양의지(7홈런 26타점 .299)와 더불어 이성열이 그 주인공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시즌 전부터 이성열을 3번으로 낙점한 김경문 감독의 안목은 정말 탁월합니다. 물론, 그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는 이성열도 참 대단하지요.
10. 박경완(SK) : 7홈런 35타점 26득점 .291/.411/.481
올 시즌 38살이 된 ‘포수’ 박경완. 여전히 포수로 꾸준히 출장하며 투수들의 좋은 투구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타석에서까지 이러한 활약을 해준다면 팬들이 그를 향해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3할을 육박하는 고타율도 그렇지만, 4할이 넘는 출루율은 정말 놀랍습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38세 이상의 나이로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한 선수는 프로 원년의 백인천(39세 .497)과 2007년의 양준혁(38세 .456), 단 두 명뿐이었습니다.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가 대표 1순위로 꼽히는 박경완은 ‘한국의 이반 로드리게스’라는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포수입니다.
보너스. 오지환(LG) : 5홈런 28타점 27득점 .273/.356/.473
48경기에서 범한 15개의 실책. 아직까지 유격수로서의 그의 수비는 낙제수준입니다. 이대로라면 1986년 유지훤(당시 OB)이 기록한 31개의 단일 시즌 최다 실책 기록을 갈아치울 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그의 수비에는 ‘센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서툴지만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의 타격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그가 ‘한국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이지요. 20살이라는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수비에서의 약점은 얼마든지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그냥 이대로 무럭무럭 성장해주길 바랄 뿐이지요. 올해는 힘들지 모르지만, 3년 후 열리는 제3회 WBC에서는 안치홍(KIA)-오지환의 키스톤 콤비가 한국 대표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프로야구 8개 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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