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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괴물’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7.

얼마 전에 류현진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진출에 대한 의욕을 나타냈습니다. 일본에 가서 한국 야구를 우습게 보는 그들에게 한 방 먹여준 후,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었지요. 그리고 어제 류현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메이저리그에서 15승을 할 수 있는 투수다라고 말한 서재응의 인터뷰 기사가 났습니다. 그리고 팬들은 이 내용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반응과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개인적으로는 서재응의 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미국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15승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이라는 뜻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류현진 스스로가 몇 가지 변화에 대해서 완벽하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합니다.

 

물론, 실력적인 면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시속 150km에 달하는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좌완 파워피처라면 지옥에서라도 스카우트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죠. 류현진은 그런 구위와 컨트롤, 그리고 미국에서도 통할 수 있는 몇 가지 종류의 다른 체인지업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경기 운영 능력에 있어서도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요. 실력만 놓고 본다면, 미국에서도 정상급에 속할만한 충분한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게 성공의 충분 조건이었다면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거들이 그토록 힘겨워하지는 않겠지요. 지금도 여전히 일본 톱스타 출신 메이저리거의 성공 가능성은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국 무대에서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인데요. 류현진 역시 그와 똑 같은 숙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숙제를 풀지 못하는 한 실력과 관계없이 실패를 맛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본격적으로 노리고 있다면, 반드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만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언급할 3가지 요소야말로, 실력과 별개로 류현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1. 좋은 에이전트 & 많은 연봉


만약 류현진이 미국행 출사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진출하는 것이 됩니다. 도전이라면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되겠지만, 진출이라면 그래서는 안되죠. 게다가 류현진 정도의 투수라면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최고 수준의 아주 좋은 대우를 받고 미국 무대에 진출해야 마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에이전트가 필요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에이전트와 계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이름 없는 에이전트와의 어설픈 계약은 스스로를 망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 인맥 등에 의한 국내 관계자의 인선이라면 더더욱 그렇지요. 무조건 메이저리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와의 계약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이를 테면 스캇 보라스 같은...)

 

또한, 포스팅 비용이든 연봉이든 최대한의 금액을 보장받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라도 류현진이 만약 미국 무대에 진출한다면, 그 몸값은 최소 연평균 500만불 이상의 연봉이 보장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빅리그에서 꾸준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류현진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마이너리그에서 출발한다거나, 일시적인 부진 때문에 섣불리 강등되거나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미국 야구에서의 마이너리그 행은 우리나라의 2군행과는 그 의미 자체가 다릅니다. 선수의 권리로 얼마든지 그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는다면 계약서에 그러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가 있는 것이죠. 좋은 에이전트가 필요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행을 선언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관철시킬 수 있는 최고의 전성기 시절이어야만 가능할 테니까요. 한국에서 9년을 채우고 FA가 되어 일본에서 한 3년 정도 뛰었다가, 그 이후의 미국 진출이라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기왕에 미국 무대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국민적 호응을 얻어 최대한 빨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2. 어마어마한 이동거리에 대한 체력적 부담


대전에 연고를 두고 있는 한화는 우리나라의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이동거리가 적은 팀입니다. 보통 1년에 6,000~8,000km 정도 되지요. 아무리 차를 타고 이동한다지만, 3일에 한 번씩 수백km를 이동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국내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1km 이상을 이동하는 롯데가 여름만 되면 헤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1년 동안 평균 이동거리는 무려 55,000km에 달합니다. 한화의 8~9배 정도 되는 셈이지요. 평균이 저 정도지, 서부나 동부의 팀들은 7km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다 하더라도 소요되는 시간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동부에 위치한 뉴욕에서부터 서부의 LA까지의 거리는 서울-부산 거리의 10배가 넘으며, 그 사이에는 3시간의 시차까지 존재합니다. 전날 뉴욕에서 오후 4시쯤 경기를 치른 후 밤새 4,500km를 이동하여 다음날 오후 2LA에서 열리는 시합에 선발등판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럴 때는 선발투수만 미리 출발시킬 때도 있지만, 꼭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동일 다음날의 등판은 체력적으로 어마어마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입니다.

 

WBC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게 연일 깨졌던 미국 대표팀의 야구는 별볼일 없었을지 몰라도, ‘메이저리그는 무시해서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선수들은 이 엄청난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면서 연간 162경기나 되는 대장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류현진이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부담을 이겨내야 합니다. 경기에 등판해서 투구를 하는 것만도 만만찮은 부담인데, 미국에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지요.

 

3. ‘5일 로테이션에 대한 적응 여부


올 시즌을 포함해 지난 몇 년간 류현진의 등판 패턴은 대부분
‘6일만에 등판해서 120구 던지기였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러한 일정이 불가능합니다. 한국은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꼬박 휴식일이 있으며, 더블헤더가 없기 때문에 비 때문에 취소된 경기는 시즌 막바지로 연기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주중 3연전의 화요일 경기에 등판한 후 주말 3연전인 일요일 경기에 연달아 등판하는 경우가 아니면 5일만에 등판하게 되는 경우가 극히 드뭅니다. 보통은 6, 때로는 7일 만의 등판도 꽤나 잦은 편이죠.

 

하지만 메이저리그에는 따로 정해진 휴식일이 없습니다. 그냥 구단별로 한 달에 2~3일 정도의 휴식이 랜덤하게 주어지죠. 경기수도 1년에 무려 162경기나 되기 때문에 시즌이 진행되는 6개월 동안 거의 쉴새 없이 경기가 이어집니다. 일단 시합에 돌입하면 12연전 정도는 기본이죠. 한국에서는 선발투수의 5일만의 등판이 시즌 전체의 20% 미만이라면, 반대로 메이저리그에서는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게다가 등판회수 자체도 훨씬 많죠.

 

2008년 이후 류현진이 5일만에 등판한 경기는 총 10경기로 자신이 등판한 경기의 15%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그 10경기에서 류현진이 기록한 방어율은 4.85로 상당히 나빴습니다. 이것은 류현진의 체력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평소 그의 많은 투구수와 더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투구수 자체가 많은 편이기에 4일의 휴식으로는 어깨의 피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것이죠.

 

메이저리그에서는 기본적으로 ‘5일만에 등판해서 100구 던지기의 패턴이 주가 됩니다. 투구수가 줄어드는 반면, 등판간격이 짧아지고, 등판회수 자체가 한국보다 최소 5경기 이상 많기에 그로 인한 피로도는 역시나 무시할 수가 없지요.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패턴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주어지던 휴식일이 사라진다는 점은 예상보다 훨씬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6일만에 등판하면 더 많이 던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그럼 짐 싸서 집에 가라는 말만 되돌아오겠죠. 선발의 피로도를 고려해 감독이 직접 등판 일정을 세심하게 관리해주는 선수는 지난 2000년도에 1점대 방어율을 찍을 당시의 페드로 마르티네즈 이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5일 로테이션은 이동거리와 더불어 류현진이 이겨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이 지닌 최고의 장점은 바로 그의 성격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 위에서 언급한 것 외에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느껴야만 문화적 차이에 대한 적응 여부도 아주 중요합니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요. 류현진도 미국에 진출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용병들이 겪는 것과 동일한 소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적은 다르다 해도 비슷한 문화권에서 함께 야구를 해온 북중미의 선수들과는 달리,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은 기본적인 언어조차 통하지 않으니까요.

 

다행히도 류현진은 그런 면에서 최고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류현진이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포커 페이스는 선동열 이후 단연 최고죠. 특유의 대범함과 무신경함은 그가 신인시절부터 곧바로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류현진이 미국에서 겪어야만 하는 변화에 비교적 매우 잘 적응할 것이라 생각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류현진이라면 문화적 차이는 물론,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도 나름 잘 적응할 것 같습니다.

 

그 성격이 이동거리와 등판일정이 주는 정신적 압박감을 최소화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면, 류현진은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연간 15승 이상을 거두는 투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진출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지겠지요.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선수가 미국 땅에서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박찬호와 추신수는 메이저리그가 완성시킨 선수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야구가 미국 야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은 WBC에서 증명했지만, 한국의 프로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류현진이 그것을 증명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류현진이 팬들의 이러한 염원을 가슴에 안고 미국 땅에서 현지인들의 박수 갈채를 받는 최고의 선수가 되어주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그 때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길 바랍니다. 이치로와 마쓰자카의 성공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꽤나 일찍부터 오랜 시간을 들여 착실히 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류현진도 훗날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최고 투수로서 위상을 높이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문제들의 극복을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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