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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차이점(1) - ‘감독의 야구’와 ‘GM의 야구’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22.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는 어떠한 차이가 존재할까?


한국과 미국을 떠나서 프로야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팬들이라면 모두가 궁금해 하는 주제일 것이다. 오프시즌 기간을 통해서 양 리그가 제도적으로 또는 운영상으로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몇 번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장 먼저 양 리그의 감독과 단장이 각자의 역할에서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 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양 리그의 다른 점을 알아보려 하는 것이지, 수준 차이를 검증하려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 관련된 소식을 접하다 보면 'GM'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 GM은 General Manager의 약자로서 흔히들 한국에서는 ‘단장’이라는 말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선수단에 대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Manager를 우리는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General Manager=단장, Manager=감독’ 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양자의 역할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위계 구조상의 유사성 때문에 단장과 감독으로 편하게 부르고 있지만, 담당하고 있는 역할까지 똑같은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감독이 Manager의 역할뿐 아니라 GM의 역할 중 일부를, 그것도 선수단 운영에 관계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역할까지도 함께 수행한다. 사실상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GM과 Manager를 합친 것과 같은 직위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중의 작전 지시와 선수단 훈련과 통제, 그리고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 관한 권한까지도 감독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 경기장에서만이 아니라 트레이드 협상 테이블에서도 직접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을 하는 것도 대부분 감독의 역할이며, 심지어 FA를 통한 선수 영입도 감독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Manager는 경기장 내에서는 최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드래프트와 트레이드 등 선수 이동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선동렬 감독은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삼성에 FA 영입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의 Manager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경기장에서 선수단을 직접 이끄는 Manager가 아니라, GM이 팀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신인 선수를 뽑는 것도, 타 구단과 트레이드를 하는 것도, 오프 시즌 기간 동안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을 평가해 자신의 팀에 적합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전적으로 GM의 책임이자 권한이다. 여기에 Manager가 끼어들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헐리우드 영화의 제작 구조와 비슷하다. 제리 브룩하이머라는 제작자가 유명한 이유는 감독과 시나리오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모든 스탶와 배우, 장소 등에 관한 결정과 섭외를 자신이 직접 담당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제작자’가 아니라 ‘책임 프로듀서’에 가깝다. 영화 감독(디렉터)의 역할은 책임 프로듀서가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서 주어진 것들을 활용해 최고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야구에 필요한 모든 제반 조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GM이다. Manager는 GM이 구성해 놓은 선수단과 여건을 활용해 경기장 내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한국의 감독이 수행하는 역할과 비교한다면 훨씬 더 부담이 덜하다.


GM과 Manager는 서로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기고 있다. Manager가 드래프트나 트레이드에 관여하는 일은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GM은 아무리 자기가 트레이드 해오거나 거액을 들여 FA로 영입한 선수라 하더라도, 그 선수의 기용에 관해서는 감독에게 압력을 가할 수 없다.


때문에 GM과 Manager의 호흡이 중요하다. 뉴욕 양키스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지난 십 수 년 간 최고의 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브라이언 캐시맨과 조 토레 그리고 존 슈어홀츠와 바비 콕스의 GM-Manager 콤비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야구에서의 감독은 역할만큼 권한도 크다. 또한 Manager라는 지위와 비교했을 때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이 가지는 위상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에서 감독이 선수 한 명과 팀의 주도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언론과 팬들은 대부분 감독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감독이라는 단어 속에는 ‘스승’의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전혀 다르다. 극소수의 몇몇 스타급 Manager를 제외하면,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충돌을 일으켰을 경우 옷을 벗게 되는 것은 대부분 Manager쪽이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리그 챔피언십에서 맞붙었다. 7차전 보스턴의 선발 투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즈였고, 기대에 부응하듯 7회까지 2실점만 허용하는 뛰어난 피칭으로 8회 초까지 5:2로 보스턴이 이기고 있었다. 하지만 페드로는 8회말 위기를 맞았고, 그래디 리틀 보스턴 Manager는 그를 교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마운드의 페드로는 고개를 저었고, 메이저리그에서 Manager 경력 2년차에 불과했던 리틀은 그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릴 힘이 없었다. 결국 페드로는 연타를 허용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11회말 아론 분의 끝내기 홈런으로 인해 승리는 양키스의 품으로 돌아간다.


경기가 끝난 후 “왜 교체하지 않았느냐”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한 리틀은 결국 해고되고 말았다. 이것이 메이저리그에서 Manager가 가지고 있는 한계다. “교체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페드로가 거절하더라도 바꿨어야 했다”라고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 일로 페드로와 사이가 틀어지면 결국 옷을 벗게 되는 것은 리틀이다.


지난해에도 시애틀 매리너스의 Manager 마크 하그로브는 7연승을 달리며 한창 잘나가던 중 갑자기 사의를 표명(사실은 해고에 가까움)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애틀은 이치로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감독이라 하더라도 팀내 최고 스타플레이어와의 마찰은 용서되지 않았다. 수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보다는 Manager를 해고하는 것이 훨씬 편한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때문에 선수단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으며, 선수들의 존경을 받고 언론까지도 확실히 제 편으로 만들 능력이 있는 조 토레, 바비 콕스, 토니 라루사 등의 Manager들이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들은 고개를 흔드는 페드로 마르티네즈에게서 공을 빼앗을만한 능력과 자격을 주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FA 제도의 도입 이후 거액 연봉 선수가 하나 둘 나타나면서, 감독과의 불화로 문제가 되는 선수가 종종 신문 지면을 장식하곤 하지만 아직 언론과 팬은 감독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메이저리그의 Manager에 비해 훨씬 큰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책임을 추궁하는 화살도 대부분 감독을 향한다.


한국 프로야구가 ‘감독에 의한 야구’라면, 메이저리그는 Manager가 아니라 ‘GM에 의한 야구’에 가깝다. 국내 야구가 최근 ‘메이저리그식’을 향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닮아가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어쩌면 한국인의 정서상 강한 탁월한 지도력을 갖춘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고 일사분란하게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