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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0 프로야구 상반기의 '베스트' & '워스트'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30.

어느덧 6월의 마지막 날이네요. 월드컵까지 겹치다 보니 올 한해도 정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2010시즌 프로야구는 현재 약 55%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는데요, 올 시즌은 순위 싸움이 워낙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어 그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내내 이런 저런 사건과 사고, 그리고 다양한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올 시즌 상반기에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나 선수들을 베스트(Best)와 워스트(Worst)로 선정해보았습니다. 

 

베스트 1. 류현진

어쩌면 올 시즌 야구팬들은 선동열 이후 최고의 퍼포먼스를 직접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 시즌 등판한 1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괴물류현진이 야구팬들은 다시금 꿈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으니까요. 경기당 평균 7.76이닝을 던지면서 1점대 방어율(1.86)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의 존재감은 현대 야구에서 단연 압도적인 수준입니다. 선동열의 은퇴 이후 그의 후계자라 불리던 수많은 투수가 등장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포스트 선동열이라 칭할 수 있는 선수는 역시 류현진뿐이겠지요. 류현진이 만약 다시 한 번 투수 3관왕을 차지한다면, 우리는 손민한 이후 오랜만에 꼴찌팀 출신의 MVP’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베스트 2. 롯데 자이언츠의 장타력

말이 필요 없습니다. 이건 사깁니다. 엄청난 돈을 들여서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이런 라인업을 구성할 순 없을 겁니다. 류현진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MVP 후보인 이대호, 그리고 그에 못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홍성흔. 최고 포수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강민호와, 홈런-타점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있는 가르시아. 그리고 모든 팀이 부러워할 만한 조성환과 손아섭이라는 센스 넘치는 타자들. 한 팀에 3할 타자가 5명이나 존재하는 건 1992년의 롯데(김민호, 박정태, 이종운, 김응국, 전준호)이후 처음입니다. 물론 파괴력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죠.

이 대 호  21홈런 70타점 55득점 .361/.435/.617

홍 성 흔  18홈런 79타점 61득점 .351/.439/.621

강 민 호  13홈런 43타점 37득점 .312/.380/.519

가르시아 20홈런 61타점 50득점 .259/.349/.515

조 성 환    4홈런 24타점 46득점 .352/.416/.470

손 아 섭    5홈런 25타점 54득점 .313/.379/.429

 

베스트 3. 김성근 감독

시즌 전에 바라보던 SK의 모습은 작년만큼 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채병용과 윤길현이 입대했고, 정대현과 전병두가 부상이었기 때문이죠. ‘김성근식 벌떼 야구의 핵심이었던 불펜이 극도로 약화되었기에 더 이상 예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변화된 스타일을 선보이며, 역대 최고 승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김광현-송은범-카도쿠라-글로버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과 고효준-엄정욱-정우람-이승호의 마당쇠급 불펜진, 이렇게 8명의 투수만으로 시즌 초반을 꾸려가는 소수정예 투수운용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것이지요. 최근에는 부상병들이 돌아오고, 2군에 있던 선수들이 담금질을 마치고 1군에 합류해 그 운용의 폭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들보다 기대에 부응하게 만드는 감독이 더욱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요.

 

베스트 4. 최진행 & 고원준

상반기 최고의 히트상품은 바로 이들이었죠. 이대호와 더불어 홈런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한화 최진행, 그리고 2의 괴물이란 별명을 얻은 넥센 고원준. 최진행(21홈런 55타점 .271)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어,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워만이 아니라 정교함에서도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지요. 고원준(4 4 3.49) 역시 안정감 있는 피칭을 연달아 보여주면서 밝은 미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원준(90 6 23일생)은 이제 갓 만 20세가 되었죠. 한국 야구를 대표하던 타자와 투수였던 두 감독이 만들어낸 히트상품이니 앞으로의 A/S만 잘 이루어진다면, 향후 10년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베스트 5.

최근에는 월드컵 열기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역대 최소 경기 3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올 시즌 프로야구는 당초 목표였던 650만 관중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은 곧 인기로 나타난다는 것을 증명한 관중동원 1위인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이제는 팬들도 팀 성적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야구 자체를 즐기는 단계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리고 팬을 위한 구단들의 계속되는 노력과 이벤트 역시 프로야구의 인기몰이에 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선 프로야구=팬을 위한 야구임을 명심하고, 그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워스트
1. KIA 타이거즈

지난해 KIA가 우승을 차지한 후 3일만에 단행했던 조치는 조범현 감독보다 1살이 더 많은 타이거즈 출신의 김종모 수석코치를 해임하고, 그 외 일부 코치와 선수들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었습니다. 우승 감독인 조범현 감독의 구단 내 원 톱 체제를 확고히 해준 것이었죠. 그 후 겨울 내내 들려오는 선수들과 구단의 연봉 줄다리기, 그리고 장성호와의 첨예한 갈등. 유동훈과 김상현이 지난해 몬스터시즌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KIA는 가만히 있으면 팀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전력 보강 보다는 다른 곳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다 블론 세이브를 기록 중인 부실한 불펜과 리그 7위권의 득점력. 현재는 모든 화살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를 향하고 있지만, 정작 지금의 이런 분위기를 만든 장본인은 선수들 스스로라는 점에서 일부 선수들의 책임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워스트 2. 오락가락하는 스트라이크 존

시즌이 개막하기 직전에 KBO는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스트라이크 존의 변경을 통보했고, 그 결과는 시즌 내내 계속되는 퇴장 러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시즌은 벌써 9명이나 퇴장을 당했는데요, 그 중 빈볼로 인한 2번을 제외한 나머지 7번의 퇴장이 모두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된 항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작년에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 볼 판정과 관련된 퇴장 사례가 2번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회수죠. KBO의 어리석은 그들만의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선수와 팬들은 더 이상 심판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고, 그로 인해 점점 야구의 순수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워스트 3. LG 트윈스의 외야 ‘Big-5’

누가 그들을 향해 5’라 했던가요. “LG의 외야진이 너무나 막강해져서 이대형이 주전에서 밀릴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다라는 말이 나돌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의 상황은 정 반대가 되어버렸네요. 지난 2년 동안 이진영, 이택근, 이병규를 영입하기 위해 60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현재 이대형 정도만이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의 현재 성적은 그 어마어마한 몸값에 비하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합니다. 5명 모두 합쳐서 19홈런 134타점, 이대호와 홍성흔만 합쳐도 홈런은 두 배에다가 타점도 더 많군요. 막대한 몸값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제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형 1홈런 36타점 53득점 35도루 .299/.367/.351

이병규 6홈런 38타점 38득점   1도루 .304/.366/.405

이진영 5홈런 26타점 35득점   8도루 .317/.368/.462

이택근 5홈런 16타점 29득점   4도루 .233/.306/.395

박용택 2홈런 18타점 19득점   6도루 .219/.290/.288

 

워스트 4. 가슴 아픈 사건과 사고

2010 2 7, 거의 10년 가까이 병상에 누워 있었던 임수혁이 결국 그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소식은 수많은 야구팬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는데요, 특히 그의 전성기를 지켜본 롯데 팬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5 24일 새벽에는 한 때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전 메이저리그 20승 투수 호세 리마가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화려한 팬서비스로 팬들은 물론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리마이기에 38세의 나이에 맞은 죽음이 참 안타까웠는데요. 그를 위해 흘린 양현종의 눈물이 또한 기억이 남았습니다. 6월에는 해설자로서의 복귀를 시도하던 정수근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면서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팬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지요. 상습범이자 패배자로 낙인 찍힌 그의 야구판 복귀는 일단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워스트 5. 군면제 수단으로 전락한 아시안게임

11월에 있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부 선수들과 감독들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는데요. 그것이 순수하게 국가 대표로서 공헌하겠다는 목적보다는, ‘군면제를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서의 집착이라는 점에서부터 그다지 곱게 보이지만은 않았습니다. 결국 대표로 뽑히길 바란 일부 선수들이 일찍부터 무리를 하면서 결국 몸에 이상이 생기고 말았는데요. 롯데의 조정훈 같은 경우는 시즌 전부터 어깨에 통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강행하다가 사태를 악화시킨 대표적인 케이스죠. “군대 2년 갔다 오면 선수 인생 끝난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버린 현재, 스포츠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군 면제 수단으로서의 대표 선발은 정말 달갑지가 않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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