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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기세 오른 선동열, ‘야신’에 도전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7.

올 시즌 프로야구는 SK-두산-삼성의 ‘3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SK의 독주가 뚜렷한데 무슨 3강이냐고 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하위권 팀과의 상대전적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 적어도 이들 3팀의 맞대결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SK와 두산은 7 5패로 SK의 근소한 우세, 삼성과 SK 7 6패로 삼성의 근소한 우세, 그리고 두산과 삼성은 6 6패로 동율입니다. 지금의 승차는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구축하고 있는 SK가 하위권 5팀과의 대결에서 8할에 가까운 승률(40 11)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두산과 삼성은 뚜렷한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존재하기 때문에 하위권 팀과의 대결에서 SK만큼 압도하지 못할 뿐, 맞대결에서 드러나는 세 팀의 전력은 백중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6일 시합에서 SK 4-0으로 제압하고 11연승을 내달렸습니다. 팽팽하던 SK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앞서나가게 되었죠. 그리고 그 승리는 매우 의미가 큰 1승이었습니다. 올 시즌의 한국시리즈가 ‘SK vs 두산’, 혹은 ‘SK vs 삼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을 때, 삼성으로서는 SK를 상대할 수 있는 주요한 무기를 확인해 본 시합이었기 때문입니다.

 

‘SK 킬러차우찬의 발굴

 

6일 시합에서 삼성은 선발 차우찬이 7회까지 SK 타선을 4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제압해준 덕분에 6개의 안타만을 기록하고도 4득점하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차우찬은 고작 94개의 공으로 7회까지 버텼고, 무려 8개의 탈삼진을 솎아냈지요. 볼넷 없이 몸에 맞는 공만 하나 허용했고, 피안타 4개는 모두 단타였습니다.

 

사실 차우찬은 올 시즌 SK전에 구원으로만 6번 등판해 9⅓이닝을 8피안타 4볼넷 1실점으로 훌륭히 막아낸 바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SK를 상대로 2.80의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기도 했지요. 하지만 선발투수로서는 아직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처럼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습니다.

 

삼성의 올 시즌 최대 고민은 에이스의 부재입니다. 지난해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윤성환(3 4 5.40)이 한 꺼풀 벗어 던지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으나, 현재까지의 모습은 실망스럽기만 합니다. 배영수(4 4 4.35) 역시 전성기적 시절을 떠올리면 부활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기가 조금 민망하죠. 크루세타(5 8 4.75)와 나이트(5 5 4.46)도 마찬가집니다.

 

다행히 장원삼(8 4 3.68)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며 최근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승이 목표라면 장원삼 한 명으로는 부족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장원삼은 뛰어난 두산 전 상대 전적에 비해 SK를 상대로는 계속해서 약점을 보여왔었습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믿고 내보내기에 부담스럽다는 뜻입니다.

 

그런 와중에 차우찬이란 새로운 카드를 발굴해내고 그 시험무대라 할 수 있는 시합에서 승리를 따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SK 7연승 중이었고, 그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7.3점을 뽑는 막강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었지요. 이제서야 비로소 삼성은 차우찬이라는 SK전 필승 무기를 손에 넣게 된 것입니다.

 

차우찬은 현재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 1패 방어율 2.20의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9이닝 동안 53개를 잡아낸 탈삼진 능력이 단연 발군이고, 선발로서도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나이트의 복귀 후 선동열 감독이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가져갈 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조심스럽게 기용하며 선발로서의 경험을 쌓게 해준다면, 이번 가을 잔치에서 삼성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조조정복(조영훈-조동찬-오정복)의 거침없는 맹활약

 

6일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결승점은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4번 조영훈의 솔로 홈런이었습니다. 4번 타자로서의 제 몫을 확실히 해준 셈인데요. 최근 들어 삼성은 기존 주전 멤버들의 대체 선수로 투입된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팀의 11연승은 모두 이들의 덕분이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팀의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했던 채태인-최형우-박석민은 최근 들어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셋 모두 수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반쪽짜리 선수인데다, 잔부상이 많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죠. 결국 이들이 부상과 부진을 이유로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그들의 자리를 새로운 얼굴들이 차지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조영훈(.351/.380/.635-타율/출루율/장타율)의 활약은 너무나 놀랍기만 합니다. 최근 채태인(.294/.337/.447) 1군으로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1루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채태인과의 경쟁에서 조영훈이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지요. 채태인의 성적이 그다지 나쁜 편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입니다.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조동찬(.295/.358/.468)은 최근 박석민을 채태인과의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로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거의 꿰찬 상황입니다. 타석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지요. 51경기에 출장해 기록한 31개의 타점과 16도루는 삼성 타선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2루와 3루 수비가 모두 가능하다는 것도 그만의 장점이지요. 흔들리던 삼성의 내야진이 최근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은 조동찬의 등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정복(.322/.414/.554)은 그야말로 팀의 복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3경기에 출장했지만, 그 중 상당수가 대수비나 대타로 인한 출장이라 현재까지 규정 타석에서 한참이나 모자란 152타석을 기록하고 있을 뿐입니다. 헌데 그런 와중에 7홈런 29타점을 쓸어 담고 있으니 코칭스태프와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지요. 현재 강력한 신인왕 후보 중에 한 명이기도 합니다.

 

팀이 11연승을 달리는 동안 이들 3명은 6홈런 26타점을 합작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팀 내 타율과 OPS 1~3위도 당연히 이들의 몫이었죠. 양준혁과 박한이로 대변되던 삼성의 타선이 아기사자 3인방을 키워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 다른 새끼 사자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데 성공했습니다.

 

SK타선의 최고 장점은 억대 연봉자만 무려 11명에 이르는 풍부한 선수층입니다.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억대 연봉자로 구성하더라도 2명의 억 소리 나는 대타와 대수비 요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상대 팀과 투수에 따라 다양하고도 조화로운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선수층이 두텁기 때문입니다.

 

이제 삼성도 그런 야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수비의 측면과 좌우타자의 기용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고려하면서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실제로 삼성이 연승을 달리는 동안 이틀 연속 동일한 라인업을 내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변화가 심한 와중에도 그것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 타선이 더욱 업그레이드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세 오른 선동열, ‘야신에 도전하다!

 

두산을 넘어야 한다는 우선 과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삼성도 SK와 맞설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SK를 저격할 수 있는 확실한 선발투수와 5회 이후 단 한 번도 역전패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완벽한 불펜, 그리고 SK 뺨치는 화려하고도 다채로운 라인업 구성이 가능한 질과 양적으로 풍부한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요.

 

선동열 감독은 삼성의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2005년과 2006년에 연거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100% 자신의 능력이었다기 보단, 김응용 감독의 유산을 그대로 잘 물려받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은 4년 간의 공백기를 가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 후 3년간의 담금질을 통해 선동열 감독은 자신이 만든 팀을 데리고 정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그 3년 동안 최정상을 지킨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지요. 어떤 면에서 올 시즌의 선동열 감독과 삼성은 비로소 SK를 향한 도전권을 손에 넣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세가 오른 선동열 감독의 야신 도전기라고 할까요? 비슷한 듯 하면서도 내용면에서는 확실한 스타일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선동열과 김성근.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이들 두 팀의 한국시리즈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만약 성사되기만 한다면, 지난해 이상 가는 멋진 승부가 연일 펼쳐지지 않을까 싶네요.

 

+ 최정의 오버런 or 조동찬의 더티플레이?

 

6일 경기에서 3루에서 주루사를 당한 최정과 그것을 만들어 낸(?) 조동찬의 플레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더군요. 1루 주자였던 최정이 후속타가 터지자 3루까지 내달리다 아웃이 되고 말았는데요. 일단 세이프 판정을 받은 이후 베이스에 닿아 있던 다리가 떨어지면서 다시 아웃으로 판정되는 바람에 약간의 잡음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최정의 다리 아래에 글러브를 넣고 있던 조동찬이 손을 들어 올리며 최정의 발을 베이스에서 띄우는 듯한 동작을 취했기 때문이지요.

 

조동찬의 팔 들어올리기가 고의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사실 그 상황에서의 관건은 조동찬의 고의성 여부가 아니라 해당 주루 플레이의 연속성 여부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신체접촉을 금지하고 있지만, 베이스에서의 태그만큼은 예외로 하고 있지요. 홈 쇄도 시에는 다소 과격한 충돌도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야수가 공을 떨어뜨리거나 하면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해도 세이프로 판정되지요.

 

혹시 그러한 점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보신 적 없으신가요? 나중에 공을 떨어뜨리던 말던 일단 태그 당시에는 분명 포수(혹은 수비수)가 공을 들고 있었는데, 충돌의 결과로 공을 떨어뜨렸다고 그걸 세이프로 판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외야에서도 일단 공을 잡은 것처럼 보였는데 0.5초쯤 후에 공을 떨어뜨리거나 하면 아웃 판정이 취소되기도 하지요.

 

그런 플레이를 아웃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비에서의 아웃은 결과만이 아닌 과정상의 아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정에서부터 결과까지 모두 아웃으로 인정되어야만 그 플레이에 대한 심판의 아웃이 선언되지요.

 

최정의 주루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끝이 났는데 조동찬이 팔을 들어 올려 강제로 최정을 베이스에서 밀어냈다면 그건 반칙입니다. 심판도 그런 행위를 두고 아웃으로 판정하지는 않지요. 그게 용인된다면 수비수가 매번 주자를 살짝 밀치고 태그를 하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당시 심판은 최정의 주루플레이가 여전히 연속선상에 있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해당 플레이가 완전히 종료되지 않은 시점, 즉 어느 정도의 용인된 충돌이 일어나는 선상에서 조동찬의 플레이를 본 것이지요.

 

나중에 확실히 팔을 더 위로 들어올리긴 했지만, 사실 최정의 팔이 처음 떨어진 시점까지는 조동찬이 태그를 하는 와중에 팔이 자연스레 위쪽을 향하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세가 불안정 하고 몸이 베이스를 지나쳐 있던 최정의 다리가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들려버린 것이죠. 심판은 여기까지의 플레이를 일련의 과정으로 보고 아웃으로 최종 판정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동찬의 플레이가 페어 플레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나름 센스 있는 플레이였다고 생각하구요. 최정의 아웃은 다소 억울한 상황이라고 인정하지만, 이미 세이프가 판정되었다 하여 재빨리 푸쉬업 자세를 취하지 않고 방심했던 것이 실수였다면 실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정이 불쌍하긴 하지만, 납득할 수밖에 없는 판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다리가 떨어진 걸 보고 그걸 더 확실히 보이게 만들려고 팔을 들어올리는 조동찬의 플레이는 조금 껄끄럽긴 하더군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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