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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몽상가' 최향남의 '시간'은 누구의 편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16.

우리 나이로 마흔, 운동선수로 치면 벌써 환갑을 지나 칠순에 도달한 나이다. 남들은 이제껏 걸어왔던 선수인생을 마무리 짓고 명예로운 은퇴계획을 세우고 있어도 모자랄 시기에, 빅리거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도전하겠다는 남자는 용감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철없는 백일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걸까.

 

최향남(39)이 결국 롯데 자이언츠로의 복귀를 포기했다. 17일까지 팀 복귀의사를 밝혀 달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던 최향남은 고심 끝에 마지막 빅리그 도전을 위하여 결단을 내렸다.

 

첫 미국진출 당시 FA 등록일수가 단 8일이 모자랐던 탓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하여 이적했던 최향남은, 만일 지금 롯데에 복귀할 경우 규정상 다시 4년을 더 뛰어야 다시 FA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다. 많은 나이를 고려할 때 4년을 더 기다릴 시간도 없고, 롯데 구단이 최향남을 또다시 놔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롯데는 최향남의 복귀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컸다. 허약한 불펜 때문에 뒷문불안에 허덕이는 롯데는 경험이 풍부한 최향남이 복귀할 경우, 마무리 또는 셋업맨으로 기용할 방침이었다. 나름 최향남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시하며 그의 복귀를 위하여 노력을 기울였지만, 메이저리그를 향한 그의 꿈을 돌릴 수는 없었다.

 

물론 도전정신은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최향남의 선택은 아무리 포장하려고 해도 무모한 것이 사실이다. 다음 시즌 마이너리그에서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현재 소속팀이 없는 상황에서 반년을 무적 선수 신분으로 보내야 한다. 20대의 어린 나이도 아니고, 내년이면 만40세가 되는 선수를 받아줄 마이너리그 구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마이너리그에 올라간다고 해도 그간 최향남이 미국에서 보여준 성적이 그리 신통치 않았음을 감안할 때 극적으로 빅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지극히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진 로이스터 롯데 감독조차도 이번 최향남의 선택에 대하여 "현실성이 거의 없는 무모한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쩌면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던지는 것이 그의 선수생활의 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유감스러울 것"이라며 롯데에서의 활약이 무산된 것보다는 최향남의 야구인생 자체를 놓고 한 사람의 야구선배로서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최향남의 롯데 복귀가 무산되면서 팬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롯데 팬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모습이다. 한 팬은 "그만하면 롯데에서도 충분히 할 만큼 하지 않았나. 최향남이 빅리그에 올라갈만한 선수였다면 벌써 올라갔을 것이다. 솔직히 최향남이 국내에서도 단 한번이라도 최고수준이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나. 그만큼 해도 성과가 없었으면 이젠 현실을 인정할 줄도 알아야지, 도전정신만 내세우고 정작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도전이 아니라 그저 아집"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롯데와의 협상 이전에 일본 오릭스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다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받아주지 않아서 갈 곳 없는 선수를, 정작 롯데에서 좋은 조건으로 받아주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잰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지금의 최향남이 다른데 갈 곳이 있기나 하나? 이래 놓고서 만일 다음 시즌에 마이너리그에도 못 들어가면 결국 다시 롯데로 돌아오겠다고 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팀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심이 없는 선수에게 굳이 목을 매달 필요가 없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뭐라든 최향남의 본인의 인생이고 선택" 이라며  옹호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롯데와 계약을 안 하겠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그렇다고 구단이나 선수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지 않나. 오히려 당장 무적선수를 모면하려고 잠깐 국내에 복귀했다가 다음해 또 해외진출을 놓고 구단과 아옹다옹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입장을 분명히 정리한 최향남이 더 깔끔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최향남은 이미 결단을 내렸다. 그 선택이 단지 엎질러진 물이 될지, 아니면 극적인 반전의 주사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최향남의 선택을 무모하다고 비판하기는 사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그 책임은 모두 최향남 본인이 짊어질 몫이고, 선택과 도전의 자유는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한다. 객관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못 다한 도전에 대하여 후회를 남기지는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최향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 이준목[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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