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시즌 프로야구도 어느덧 전반기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시즌의 3분의 2가량을 소화한 지금, 현재까지 올 시즌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는 누굴까.
아직 MVP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후보군의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일단 투수들 중에서는 '괴물' 류현진(한화)이 단연 독보적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18게임에서 등판하여 12승(4패), 평균자책점 1.67, 탈삼진 138개를 기록하며 투수부문 선두권을 모두 독식하고 있다. 특히 등판한 전 경기에서 퀼리티스타트(QS) 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4번의 완투(2완봉승)를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 7.8이닝을 책임지고 있을 만큼 절정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 첫해 다승(18승)-평균자책점(2.23)-탈삼진(204개)의 3개 부문에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올 시즌의 류현진은 오히려 2006년을 능가하는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으로 선동열, 장명부, 최동원, 김시진 등 역대 레전드들의 ‘몬스터 시즌’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지 뛰어난 개인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성적이 꼴찌로 처져있다는 것이 유일한 아킬레스건이다.
올 시즌 등판한 18경기에서 모두 QS를 달성한 류현진은 지난 시즌 말부터 24경기 연속 QS를 기록 중이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대기록이다. 메이저리그의 연속 QS 기록은 1967~68년 밥 깁슨이 세운 26경기 연속, 역대 2위는 지난 2005년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크리스 카펜터의 22경기 연속이다.
우선 앞으로 3경기 연속 QS를 달성하면, 깁슨의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메이저리그의 그 오랜 역사와 속에서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 짧은 역사와 얇은 선수층을 가진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시즌 QS 비율 100%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메이저리그 기록은 1994년 그렉 매덕스의 96%(25경기 중 24회 성공)다.
투수들 중에는 다승 선두를 다투는 김광현(SK) 정도가 그나마 경쟁자로 꼽히지만,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이나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전체적인 기록과 질적인 측면에서 류현진과의 격차는 상당히 크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류현진은 1점대 평균자책점과 200이닝-200탈삼진을 동시에 기록하게 될 수도 있다. 1점대 방어율은 1998년 정명원과 임창용 이후 무려 12년 만, 200이닝과 1점대 평균자책점의 동시에 달성하게 된다면 이 또한 1986년 이후 무려 24년 만에 나오는 대기록이 된다.
류현진의 MVP 경쟁자는 투수가 아닌 타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올 시즌 역대 최고의 핵타선을 자랑하는 롯데 거인포의 '쌍두마차' 이대호와 홍성흔이 류현진의 아성을 위협할 최대 경쟁자로 꼽힐만 하다.
류현진이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노린다면, 이대호와 홍성흔은 타격 부문에서 트리플크라운과 ‘플러스 알파’를 노리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대호는 현재 타율(.362)과 홈런(28개), 장타율(.647), OPS(1.085) 부문에서, 홍성흔은 타점(96개)과 득점(70점), 최다안타(119개), 2루타(24개) 부문에서 각각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타점(84개), 득점(64개), 최다안타(117개), 출루율(.438) 부문에서는 모두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홍성흔 역시 타율(.353)과 장타율(.626), OPS(1.058)는 2위, 홈런(22개)과 출루율(.432)은 3위로 다방면에 '숟가락'을 얹어놓고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두 선수 중에서 최다 7관왕 이상을 독식하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올해도 희박한 한화에 비하여, 롯데는 3년 연속 4강 진출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MVP 경쟁이 어쩌면 롯데의 팀 내 집안싸움이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류현진이 투수 기록의 새 역사를 쓴다면, 홍성흔은 타점과 관련해 한국 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현재 86경기에 출장해 96타점을 기록 중인 홍성흔은 2경기 안에 4타점을 추가하게 되면, 2003년 이승엽이 세운 ‘역대 최소경기 100타점 기록’인 89경기를 뛰어 넘게 된다. 신기록이나 타이 기록에는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심정수의 역대 2위 기록(94경기)는 무난히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현재 홍성흔의 타점 페이스는 시즌 종료 시점으로 환산하면 148개가 된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 타점은 마찬가지로 2003년에 이승엽이 기록한 144개, 기록 경신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최소한 지난해 김상현이 기록한 역대 3위 기록인 127개는 무난히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이대호도 지금의 페이스라면 43홈런 130타점이 가능하다. 타점도 타점이지만, 저 홈런 개수는 토종 선수 가운데 이승엽과 심정수 말고는 밟아보지 못했던 영역이다.
류현진과 이대호는 지난 2006년에 시즌 MVP를 놓고 '무거운 경쟁'을 펼쳤던 사이다. 두 선수는 모두 나란히 투-타 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으나, 신인으로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이끈 류현진의 임팩트에 비해,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이대호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빛이 바랬다. 지금은 두 선수의 입장이 다소 달라졌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다면 이대호나 홍성흔이 류현진보다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홍성흔이 MVP 후보로 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포수와 지명타자로 세 차례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MVP나 개인타이틀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프로에서의 포지션 전향과 FA 이적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홍성흔은 내친김에 MVP까지 달성하며 화룡점정을 이룬다는 각오다.
결국 올해 MVP 대결의 관전 포인트는 개인 성적이냐 팀 성적이냐, 혹은 외부 대결이냐 집안 싸움이냐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상위권인 SK, 두산, 삼성에는 개인성적면에서 이들 빅3와 견줄 수 있을만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류현진은 현재까지 개인성적 면에서 가장 뚜렷한 임팩트를 보인 반면 적지 않은 비중을 지닌 팀 성적에서는 가장 불리하다. 홍성흔과 이대호는 팀 내 경쟁으로 표가 분산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MVP 경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일단 롯데가 최소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다면 팀 성적 면에서도 류현진보다 딱히 유리하다고 할 수 없다.
MVP 후보들은 남은 기간 부상 없이 보낸다는 전제하에, 특히 7~8월에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남기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 실질적인 전반기 MVP로 꼽혔던 김광현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여, 8월에 놀라운 고공비행을 거듭한 ‘신데렐라’ 김상현(KIA)에게 MVP 타이틀을 내줘야만 했다. 빅3가 후반기에도 놀라운 활약으로 선의의 경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구사일생 이준목, 카이져 김홍석
[사진=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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