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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2010 프로야구 전반기 ‘최악의 조합’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23.

근 넉 달에 가까운 시간을 쉴새 없이 달려온 2010시즌 프로야구의 전반기를 드디어 마치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빛이 있으면 항상 그림자도 있는 법. 2010년 전반기를 빛낸 프로야구의 명장면들이 있었다면, 그 이면에는 팬들의 아쉬움과 탄식을 자아낸 씁쓸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2010 프로야구의 가장 씁쓸한 장면들만으로 모아본 팀이나 경기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 한화 외국인 선수들의 승률

 

0.00%! 모 대부업체의 단기간 이자율이 아닙니다. 올 시즌 한화가 뽑은 외국인 선수 카페얀(0 11 9.15)의 승률이죠. 카페얀은 13번의 선발 등판 가운데 무려 11번을 패전을 기록했고,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0승인 채로 11패에 도달(?)하는 놀라운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물론 한화 팬들은 분노를 토해냈죠. 13경기에서 한화가 승리한 것은 단 1경기.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프로 스카운터가 뽑은 투수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황당할 따름입니다.

 

데폴라(4 9 4.91)는 좀 더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무늬만 용병이라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 3경기 중 2승을 거두는 바람에 용병 듀오의 동반 전반기 두 자릿수 패배의 치욕은 면했지만, 어차피 시간 문제일 뿐이죠. 류현진의 어께를 가볍게 해주길 기대하며 선택한 두 선수의 합계 성적이 4 20패 방어율 6.66이라면 이건 오멘이상 가는 공포영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 손민한의 돌아오지 않는 구속

 

올 시즌 공식적으로 발표된 연봉만 무려 6! 실제로 FA가 되었던 재작년 겨울에 약속 받은 금액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요. 그 손민한은 지난해부터 부상으로 고생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며 지금껏 1군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1년 반의 시간 동안 실질적으로 거의 10억원이 훨씬 넘는 연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긴 것이라곤 지난해 3달 동안 뛰며 기록한 6 5패 방어율 5.19라는 초라한 성적뿐이죠.

 

사실 지금의 손민한은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볼의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아 아직 2군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로이스터 감독은 손민한이 겁을 먹었다. 부상의 재발을 우려해서인지 몸을 너무 사린다는 단호한 지적을 하기도 했는데요. 롯데 팬들은 팀의 암흑기를 지켜준 등불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지만, 그 시간도 분명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을 손민한은 알아야 할 겁니다.

 

+ 금민철의 컨트롤

 

금민철처럼 컨트롤이 나쁜 투수는 선발로 써먹기 어렵다는 말이 야구계를 떠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5월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편견이라 치부되곤 했죠.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역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금민철의 컨트롤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21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투구이닝은 고작 109.1이닝. 평균 5이닝을 간신히 채운 것도 문제지만, 그 보다 더 심한 것은 66개의 볼넷과 15개의 몸에 맞는 공(각 부문 최다)입니다. 78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무려 81개의 사사구를 내줬으니 경기를 지켜보는 김시진 감독과 넥센 팬들의 X줄이 탈 수밖에요.

 

+ 김성근 & 한대화의 배려

 

지난 몇 년간 괴물이란 수식어를 얻었던 두 명의 투수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원조 괴물류현진은 트리플 크라운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고, 그보다 1년 늦게 데뷔한 아직 덜 징그러운 괴물김광현은 그 3부문에서 모두 2위를 달리며 류현진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래서 팬들은 둘의 맞대결을 더욱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3년이 넘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올해는 몇 번씩이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같은 경기에서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성근과 한대화, 두 감독이 자신들의 제자들을 배려해 일부러 맞대결을 피했기 때문이죠. 당사자들조차 원치 않는 이 ‘과잉보호로 인해 수많은 프로야구 팬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팬들의 즐거움이나 바램, 기쁨보다 눈앞의 1승이 더 중요한 당신들을 이 시대의 진정한 아마추어로 인정합니다.

 

+ KIA 투수들의 화풀이

 

지난해 KIA 우승의 주역이었던 로페즈는 올 시즌 시작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하자 화를 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무언가 걷어 차거나 집어 던지기 일쑤였죠. KIA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잘 나갈 때도 그런 로페즈의 화풀이는 종종 구설수에 오르곤 했습니다. 헌데, 그런 로페즈의 즉각적인 스트레스 해소가 부러웠던 걸까요? 6 18일 경기에서 완투승을 앞두고 있다가, 자신과 구원투수들의 실수로 승리가 날아가버린 윤석민은 자신의 라커를 향해 화풀이를 했고, 그 결과 부상을 당해 시즌 내 복귀가 불투명해져 버렸습니다.

 

단독 3위를 지키고 있던 KIA는 이후 25경기에서 16연패를 포함 3 22패를 기록, 끝없이 추락하면서 이제는 정규시즌 꼴찌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와중에 구원투수들이 자신의 승리를 날려 먹었다며, 벤치에서 의자를 던지고 광분한 로페즈의 과격한 분풀이는 또 한 번 KIA 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죠. 동료의 실수를 두고 노골적으로 화 내는 것도, 오른손 투수가 그 오른손을 화풀이에 사용하는 것도, 모두 상식 이하의 행동입니다.

 

+ 강정호-오지환의 수비

 

현역 유격수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타격을 자랑하는 강정호(넥센), 그리고 향후 강정호를 능가하는 재능 넘치는 대형 유격수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신인왕 후보오지환(LG). 하지만 올 시즌 이들의 수비를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늘 조마조마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각각 20, 19개씩의 실책을 범하며 전반기 내내 실책왕 타이틀을 다투었기 때문이죠.

 

한국 프로야구의 단일시즌 최다 실책 기록은 1986 OB의 유격수였던 유지훤이 기록한 31, 자칫하다간 그 불명예스런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겠네요. 팬들에게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겨주는 이들 두 명의 수비, 그걸 지켜보는 감독들의 심정은 더 새카맣게 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넥센의 선수 장사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 이 세 명의 선수를 팔아 나머지 전체 선수들에게 줄 연봉과 운영자금의 일부를 마련한 넥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결국 전반기 종료를 며칠 앞둔 시점에서 트레이드 불가라 선언했던 황재균마저 롯데로 팔아 치웠습니다. 트레이드의 균형이야 어찌되었건, 넥센 입장에선 굳이 황재균을 팔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트레이드였습니다.

 

두 구단은 현금이 오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별로 없지요. 김시진 감독의 억장은 무너지고, 야구팬들은 분노하며, 딱히 대책도 없어 넥센의 인질놀이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KBO는 표류하고 있을 뿐입니다. ‘8개 구단 체제 유지를 인질로 잡고, 선수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구단. 그 팬들만 불쌍하지요...

 

+ 심판들의 판정

 

올 시즌은 유난히 예년에 비해 판정시비도 많았고 그에 따른 퇴장도 많았습니다.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는 선수단과 심판 사이의 불신을 낳았고, 그것은 경기 내의 수많은 마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반기에 나온 퇴장 명령만 벌써 9, 2008(3) 2009(6)의 기록을 합친 것과 같은 수치입니다.

 

그 외의 인필드 플라이나 루상의 세이프-아웃 판정 등에서도 석연치 않은 판정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면서 심판들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발전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그나마 나을 텐데, 항의하는 선수를 향해 비웃는 얼굴로 랩이나 하고 있으니 팬들이 느끼는 분노는 커지고만 있지요. 심판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그 권위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건 당신들의 착각입니다.

 

 

이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떠오르는 내용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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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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