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넥센이 올스타 휴식기를 앞둔 시점에서 다소 놀라운 트레이드를 발표했습니다. 넥센의 3루수 황재균(23)이 롯데로 가고, 롯데의 김민성(22)과 김수화(25)가 넥센으로 가는 1 : 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는 소식이었지요. KBO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반응이지만, 결국은 무난하게 통과될 것 같습니다.
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입니다. 넥센 팬들은 대부분 ‘이장석 사장이 이제 정말로 막 나가는구나’라는 반응이고, 롯데 팬들의 반응은 ‘아싸~ 가오리!’와 ‘롯데가 미쳤구나! 김민성을 내주면 수비는 누가하냐?’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를 바라보는 나머지 6개 구단의 팬들은 ‘분명 뒷돈이 오갔을 거야’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더군요.
그렇다면 과연 이번 트레이드가 많은 야구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롯데의 일방적인 이득일까요?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냉정하게 바라본 황재균의 가치는?
황재균은 2005년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전체 24순위)에서 현대가 뽑은 선수입니다. 사실 3라운드라면 크게 기대하는 선수는 아니지요.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1군에 올라와서 적당한 수준의 활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되는 그런 수준이니까요. 6천만원이라는 계약금에서 그에 대한 당시 기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유격수로 키워졌고, 한 때 주전 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공-수에서 모두 강정호에게 밀리는 바람에 2008년 말 포지션을 빼앗기고 맙니다. 다행히 정성훈이 LG로 가는 바람에 2009년부터 주전 3루수로 출장하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그 해 4월 엄청난 성적을 보여주며 팬들의 눈길을 한눈에 사로잡았습니다.
황재균은 작년 4월 22경기에서 .393의 엄청난 고타율과 .691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한 때 타격 부문 상위권에 고르게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인상적인 활약 때문에 팬들은 ‘황재균’이라는 선수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걸로 그의 활약은 끝이었다는 말입니다. 황재균이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건 그 한 달이 전부였고, 그 한 달의 성적 덕분에 1년의 성적이 과대평가되기 시작한 것이죠.
지난해 황재균이 기록한 성적은 18홈런 63타점 30도루, 타율은 .284였고 장타율은 .453이었습니다. 실제로 상당히 준수한 편이죠. 하지만 4월 이후, 즉 5월부터 뛴 111경기에서는 .263의 타율과 .409의 장타율을 기록(13홈런 50타점)하는데 그쳤습니다. 참고로 2009시즌의 리그 전체 타율이 .275였고, 장타율은 .428이었습니다. 4월을 빼면,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는 뜻입니다.
개인적으론 올 시즌 황재균에게 처음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한 달의 반짝임으로 1년 성적이 치장되는 선수가 제대로 성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죠. 게다가 작년의 황재균은 목동 구장에서는 .302의 타율과 .508의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원정경기에서의 타율은 .266, 장타율은 .402에 불과했습니다. 목동 구장의 도움을 받아 홈에서만 잘하는 선수였던 것이죠.
실제로 손목 부상으로 고생했다곤 하나, 황재균의 올 시즌 성적은 처참하기만 합니다. 타율(.225)은 2할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장타율(.290)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통산 성적을 봐도 타율/출루율/장타율이 .266/.323/.376에 불과하죠. 2009년 4월에 보여준 저 크레이지 모드가 황재균이란 선수 자체를 과대평가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상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또한 그의 한계가 될 뿐입니다.
이렇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종합해서 놓고 봤을 때, 황재균에게 기대할 수 있는 건 2할6푼~8푼 정도의 타율과 3할3푼~5푼 정도의 출루율, 그리고 4할대 극초반의 장타율 정돕니다. 리그 전체의 평균적인 타자의 수준, 강타자들이 많이 포진한 3루수로서는 평균 이하의 타격을 가진 타자라는 뜻입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는, 이 황재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황재균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김시진 감독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화를 낸 원인이라면 모를까, 황재균이 아까워서였다면 그건 김시진 감독의 ‘오버’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황재균은 강정호가 아니기 때문이죠.
2. 김민성 그리고 김수화
김민성은 롯데가 2006년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3순위)로 뽑은 선수입니다. 입당 당시의 기대치는 황재균보다 높았고, 1억원의 계약금을 받았죠. 그리고 나름 착실하게 성장하여 작년부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타격은 황재균보다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수비에 있어서 만큼은 그 이상의 재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작년과 올해, 157경기에 출장해 .249의 타율과 .351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겉보기 이상으로 타석에서 참을성이 있어, 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높습니다. 타율만 2푼 정도 높일 수 있다면, 오히려 황재균보다 더 좋은 1~2번 타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2루-3루-유격수 포지션을 고루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김수화는 2003년 2차 전체 1순위로 롯데가 뽑은 효천고 출신의 초고교급 에이스죠. 무려 5억3천만원이란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특급 기대주 출신입니다. 그 정도로 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보여준 모습은 환상적이었지요. 물론, 프로에서의 성적은 모두가 알다시피 기대 이하였습니다. 향후 손민한의 뒤를 이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해주길 바랐으나, 1군 무대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는 그런 피칭이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했고, 올해 제대했으나 지금 2군에서의 성적도 신통치 않긴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13경기에 등판해 54.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32개의 볼넷을 남발하며 6.79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단,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선수인만큼 기본적인 하드웨어와 장착하고 있는 구위는 아주 뛰어납니다. 문제는 컨트롤이죠.
지난 몇 년간의 쓰라린 실패에서 알 수 있었던 것 한가지는 ‘롯데 코칭스태프는 컨트롤이 나쁜 파이어볼러를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김수화만이 아니라 최대성과 나승현, 김대우, 그리고 진명호에 이르기까지 롯데 2군은 제구가 나쁜 강속구 투수를 길들이는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업(파이어볼러 길들이기)을 가장 잘 하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넥센의 김시진 감독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트레이드는 양 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력보강 차원’이라는 넥센 쪽의 주장이 당장 올 시즌이 아닌 ‘미래’를 내다본 것이었다면 나름 설득력이 있다는 뜻이지요.
3. 양쪽 모두에게 얻은 것이 있는 트레이드
황재균이 김민성보다 타격에서 좋은 선수이긴 하나, 그 차이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김수화를 어떻게 키워내느냐에 따라 그 간격은 사라지거나, 아예 무게의 중심이 넥센 쪽으로 크게 기울 수도 있는 것이지요.
롯데 입장에선 당장 김민성보다 타격이 좋은 3루수를 얻어 수비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으니 좋고, 사실상 올해가 힘들어진 넥센은 김수화라는 좋은 재능을 얻어 그것을 키워볼 기회를 얻었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이네요.
뒷돈이 오가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는 팬들도 있던데, 지난 겨울 황재균에 대한 과대평가가 극에 달하던 시절이었다면 모를까, 어느 정도 도금이 벗겨진 지금의 황재균은 그렇게 뒷돈까지 찔러줘가며 얻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실제로 롯데가 뒷돈을 줬다면, 그건 한 마디로 ‘삽질’일 뿐이지요.
물론, 황재균이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여 1군에 합류한다면 적어도 올해 현재 기록보다는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롯데 타선에 포함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미래가 조금 불안하던 구단에서 나름 야구하기 편한 롯데로 이적했다는 사실이 가져다 주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긍정적인 힘으로 발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지요.
김민성도 ‘제2의 이원석’이 될만한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이원석이 롯데만 만나면 예상치 못한 홈런포로 패배를 안겨주듯, 김민성 역시 한 포지션의 주전급 플레이어로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황재균만큼의 장타력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수비에서의 재능과 재치는 분명 넥센 팬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김수화는 ‘뿔난’ 김시진 감독이 어떻게 조련해 내느냐에 따라 향후 완전히 다른 투수로 탈바꿈할 수도 있겠지요. 팀을 옮기면서 전혀 새로운 투수로 변신한 선수들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고, 김시진과 김수화의 조합이라면 기대를 걸어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롯데가 뒷돈을 찔러줘야 할 만큼 일방적인 이득을 본 트레이드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P.S. 물론, 여기까지는 일단 롯데 입장에서의 정리입니다. 사실 넥센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현금을 받지 않았다면, 왜 이 트레이드를 했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가치야 어찌되었건, 지금 당장 넥센 구단 내에서 황재균의 존재감은 김민성+김수화로 어찌해볼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죠. 운영자금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파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황재균은 대충 카드가 맞아 떨어진다고 해서 팔아넘길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장석 사장은 무슨 생각으로 이 트레이드를 진행시킨 것일까요? 양쪽의 손익계산을 따지기에 앞서, 이 트레이드 자체가 그 속에 많은 의문점을 남겨두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넥센 히어로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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