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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양신’ 양준혁과 팬들에게 남은 시간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26.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양준혁의 활약은 많은 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당초 이번 올스타전에 뽑히지 못했던 양준혁은 감독 추천 선수인 박정권(SK)이 발목 부상으로 불참함에 따라 대타로 선발됐으나, 극적인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이름값을 했다. 특히 안방인 대구구장에서 13년 만에 열린 올스타전에서 대구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양준혁의 활약은 경기장을 찾은 대구팬들을 가장 크게 열광시켰다.

 

양준혁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선수생활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열렬히 성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의 주역이 된 양준혁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팬들의 계속되는 연호로 인해 깊은 감동을 받은 듯했다. 앞으로 선수로서의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실제 경기든 올스타전이든 매순간이 그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

 

팀은 잘나가지만... 세월의 흐름에 밀려난 양준혁

 

삼성 라이온즈는 전반기를 2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로 마감했다. 선두 SK와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7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선두 SK와의 상대 전적에서 우위(87)를 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앞세워 KIA, 두산, 롯데 등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밀어내고 더 높은 순위를 점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전반기였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영광의 뒤편에서 아쉽게 세월의 무게를 절감해야했던 이도 있었다. '늙은 사자' 양준혁은 팀의 고공비행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줄어든 출전시간과 팀 내 입지 속에서 아쉬움을 곱씹어야했다.

 

전반기까지 양준혁이 남긴 성적은 총 60게임에 출장해 타율 .252(135타수 34안타), 1홈런 20타점 10득점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모든 면에서 양준혁의 역대 시즌 중 최저 성적이다. 시즌 개막 초반에는 그래도 간간이 선발로 출장했으나, 차츰 주전 라인업에서 밀려나더니 6월 이후로는 대타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나마도 요즘은 4~5일마다 겨우 출장 기회를 잡아 한 타석만 채운 후 별 활약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양준혁은 현역 최고령 선수다. 기록만 보면 역시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말이 생각날만하다. 하지만 시즌 초반인 4월만 하더라도 양준혁은 18경기에서 0.419(43타수 18안타) 12타점을 올리며 건재한 방망이를 과시했었다.

 

배트스피드는 다소 무뎌졌지만, 지명타자로서 양준혁의 타격감과 선구안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꾸준히 출장기회가 주어졌으면 부상으로 주춤했던 지난해 이상의 성적도 충분히 낼 수 있었으리란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앞으로 삼성 타선을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고 싶었던 팀 내 사정상, 양준혁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삼성이 양준혁의 활약과는 상관없이 꾸준히 잘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난 몇 년간 기대치에 못 미쳤던 베테랑 선수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차우찬, 오정복, 조동찬 등 젊은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팀 성적이 좋으니 선동열 감독의 선수기용에 이의를 달기도 어렵다.

 

양준혁은 한국 프로야구의 타격에 관한 통산 기록에서 상당 부분의 수위를 독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인통산 2,131경기 출장, 351홈런, 2,318안타, 3,879루타, 2루타 458, 1,389타점, 1,299득점, 4사구 1,380개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7 1일 롯데전을 끝으로 더 이상 기록이 쌓이지 않는 안타를 비롯해 대부분의 기록 행진이 중단된 상태다.

 

'기록의 사나이'답게 여전히 양준혁은 매 경기 출장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꾸준한 출장기회가 받쳐주지 않는 터라 타격감이 정상일 수 없고, 기록도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되어있고, 장기적으로 팀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만한 능력과 열정이 있는 양준혁이 노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큰 부상이나 슬럼프가 없음에도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것을 두고 ‘차별’이라며 아쉬움을 느끼는 홈팬들도 적지 않다.

 

노장 선수들에게 있어 출전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팀 내 입지의 축소와 함께 은퇴에 대한 압박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이대로라면 올 시즌이 양준혁의 야구인생에 최대의 고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실상 대타 요원이나 마찬가지인 고령의 고액연봉자인 양준혁의 가치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속내야 어찌됐든 양준혁도 일단은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고 있다.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타격 노하우를 전수하고 여러 가지 기술적인 조언을 하는 등, 사실상 플레잉코치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양준혁의 현재 일상이다.

 

양준혁은 "아쉽지만 후배들이 나보다 뛰어야 할 날이 더 많으니까, 고참선수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고 내가 가진 것을 전수해주는 것도 선배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의연하게 이야기한다.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기분이 좋다. 더 이상 내가 중심이 아니더라도 후배들이 주축이 돼서 다시 우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것도 기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대구 팬들은 아직도 양준혁에 대한 성원을 잊지 않고 있다. 비록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양준혁의 모습이 덕아웃에서 잠시라도 비추는 날이면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비록 팀 내 입지는 줄었어도 '양신'은 여전히 대구 홈팬들에게 있어서 라이온즈를 지키는 영원한 상징이자 거목과도 같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P.S. 결국 양신이 은퇴를 선언했군요. 제가 야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던 바로 그 시기부터 항상 봐왔던 선수라 그런지 웬지 모르게 좀 찡한 느낌입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은퇴'라는 두 글자가 가시화되니 선뜻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군요. 양준혁의 마지막에 대해서는 참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희생, 그것도 좋지만 노장의 활활 타오르는 마지막 시즌이 보고 싶었던 팬들도 상당수 존재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네요. '양신'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가 걸어왔던 발자취에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에 있어 '존경받을 만한 마땅한 자격'을 갖춘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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