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가 보여주는 최악의 ‘패배 공식’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28.

롯데 자이언츠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도 끔찍한 패턴의 역전패를 당하며 우울한 시작을 알렸습니다. 전형적인 롯데다운 경기였고, ‘롯데스러운 역전패였죠. 올 시즌 내내 롯데가 주로 보여줬던 가장 나쁜 유형의 패배가 후반기 개막전에서부터 되풀이되고 말았네요.

 

롯데가 두산과 근소한 차이로 팀 득점 2위에 올라있지만, 실질적인 양 팀의 수준 차이는 상당히 큽니다. 높은 출루율(.371)을 바탕으로 하는 두산 타선은 어떤 투수를 상대하더라도 꾸준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롯데는 그렇지 못하죠. 롯데의 팀 출루율(.350) 3 SK(.364)에 큰 차이로 뒤진 4, 3위와의 격차가 꼴찌인 한화(.337)와의 차이보다 더 크다는 데서 문제점을 읽을 수 있습니다. 출루율이 낮다면, 2위에 올라 있는 타율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뿐이죠.

 

팀 홈런 1위라는 것은 사실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롯데처럼 참을성이 부족한 타자들이 모여 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요. 화요일 경기에서 롯데 타자들은 단 하나의 볼넷도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KIA 투수들의 전체 투구수는 고작 117, 안타를 11개나 때려냈다고 해도 점수를 5점밖에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올 시즌 롯데가 보여준 가장 나쁜 패턴의 패배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기 초반에 홈런으로 상대 투수를 두들겨 일정 점수를 뽑는다.

2) 이후 타자들이 상대 투수를 얕보고 모두 큰 스윙으로 일관하면서 팀 배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3) 상대팀이 한 점씩 따라붙기 시작하고, 롯데 타자들이 자신들의 마인드가 흐트러진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경기 후반, 그에 따른 조급함이 타격과 수비에서의 실수로 드러난다.

4) 선발투수들은 그나마 잘 버텨주지만,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은 불펜 투수들은 간신히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타자들이 추가점을 뽑아주지 못하자 정신적인 압박감을 심하게 느낀다.

5) 결국 불펜이 경기 막판의 생각지도 않은 대량실점으로 일순간 와르르 무너지며 경기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넘겨준다.

 

롯데 타자들이 경기 초반에 홈런을 때린다는 건 그다지 환영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홍성흔과 이대호 정도라면 모를까, 나머지 타자들까지 죄다 스윙이 커지기 때문이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 (주제도 모르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홈런만 노리기 시작합니다. 팀 배팅은 안중에도 없고, 볼넷을 얻어내겠다는 참을성도 부족합니다. 현재까지 롯데 타자들이 얻어낸 볼넷은 293, 7 LG(324)와 비교적 큰 차이로 꼴찌입니다.

 

올 시즌 롯데 타선은 홈런 말고는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볼넷 꼴찌, 도루(70) 7, 상대의 실책으로 인한 출루 회수(26) 7, 8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수치의 희생번트(33) 1 SK(93) 3분의 1수준이죠. 타격에서의 별다른 작전도 없고, 설령 작전을 낸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그것을 제대로 실행시킬 능력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홈런에 의존하는 팀 타선, 그러다 보니 기복이 심하고 홈런이 안 터지면 무기력하고 맥 없이 당할 수밖에요. 5-0으로 이기고 이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3점 홈런은 보기엔 시원할 뿐, 승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요. 롯데가 기록 중인 127개의 홈런 중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빙의 리드 상황이나, 1~2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홈런은 상대적으로 보기가 어렵죠.

 

롯데는 지금 현재까지 514점을 얻었고, 502점을 내줬습니다. 그럼 상식적으로 간단히 생각해봐도 지금쯤 최소 5할의 승률은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롯데는 5할 승률에 7승이나 부족한 4할대 중반의 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이길 땐 크게 이기지만, 박빙의 승부에선 대부분 패한다는 뜻입니다.

 

선발투수가 1점 차의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 오면, 이미 상당수의 롯데 팬들은 벌써 그 경기를 포기합니다. 롯데 불펜에는 그 점수를 지킬 힘이 없을뿐더러, 롯데 타자들도 그 상황에서 추가점을 뽑아주는 확률이 지극히 낮기 때문이지요.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301 8개 구단 중 단연 1위지요. 하지만 중요한 순간’, 즉 한 방으로 동점이나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 또는 1점차로 앞서고 있는 중에 도망갈 수 있는 찬스에서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기고 있던 지고 있던 혹은 동점이든, 점수차가 1점 안쪽일 때의 롯데 타선은 .752 OPS를 기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즌 기록인 .803 5푼 이상 뒤지는 수치이며, 8개 구단 중 5위에 불과하지요. 이 부문 1위인 두산은 무려 .865의 놀랍고도 압도적인 기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산 타자들의 무서운 집중력과 끈질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반대로 점수차가 4점 이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는 .294의 팀 타율과 .829 OPS를 기록, 모두 리그 1위입니다. 부담 없는 홀가분한 상황에서는 좋은 타격을 선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타자들의 방망이가 얼어 붙는 것이죠. 이 차이가 두산과 롯데의 득점 패턴에 관한 질적인 수준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더욱이 2사 이후의 득점권 상황에서 .266의 팀 타율과 .759 OPS에 그치고 있다는 데서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 부족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SK는 롯데의 2배인 20개의 홈런으로 .910의 엄청난 OPS를 기록하고 있지요. 그것이 바로 SK최강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이유이고, 롯데가 자신들의 득점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5할 미만의 승률에 그치고 있는 원인입니다.

 

두산 야구는 보고만 있어도 그 타선의 강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록으로나 실제 경기에서 느껴지는 모습으로나, 어떤 식으로든 8개 구단 최고의 타선임을 누구나 알 수가 있지요. 또한, 우리나라 야구팬이라면 SK 타선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실질적인 팀 득점은 3위지만, 체감상으로는 2위 롯데보다도 훨씬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요. 2사 이후의 득점권 상황과 1점차 이내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놀라운 집중력 덕분입니다.

 

그에 비하면 롯데 타선은 안정감 면에서 크게 떨어집니다. 이대호와 홍성흔의 역할은 그 두 명이 직접 하면 됩니다. 헌데 다른 선수들까지 모두 이대호나 홍성흔처럼 하려고 하지요. 그게 롯데 타선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른 타자들이 어떻게 하건, 자신의 위치에서 스스로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될 텐데, 홈런이 터져 나오면 타자들의 분위기 자체가 붕 떠 버립니다. 그렇게 기분이 업 된 상황에서 연이어 홈런이 나오면 쉽게 이기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처구니 없는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지요.

 

게다가 그건 전염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센스가 있다고 알려졌던 황재균마저도 롯데에 오자마자 주루와 수비에서 어이없는 실수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2아웃 상황에서 1루 주자가 런다운에 걸렸는데 3루 주자였던 황재균이 홈으로 쇄도하지 않는 모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더군요. 그 상황은 아웃이 되더라도 무조건 뛰어야 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화를 내며 덕아웃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지요.

 

팬들도 이젠 롯데의 홈런포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파워를 지니고 있다면, 그걸 조금만 활용하면 자연스레 높은 출루율로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저 정도의 홈런 군단에게 쉽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투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무턱대고 치려고만 하는 생각 없는 타격은 결국 팀 득점력의 저하를 가져오고, 승부처에서의 무기력한 결과로 드러납니다.

 

롯데의 불펜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원래부터그랬던 것이지요.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롯데의 타선은 그런 위험한 상황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여유 있는 승부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에 보는 이들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홈런은 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 이들 세 명에게 맡겨두면 됩니다. 그 외의 타자들은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역할을 해야죠.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 하다간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이고, 꼬리가 머리가 되고자 하면 앞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게 되지요. 올 시즌 내내 롯데 타자들이 반복하고 있는 실수가 아닐까 싶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추천 (손가락 모양) 글쓴이에게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