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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박찬호의 한국 컴백, 이제는 꿈 꿔 본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31.

얼마 전 ESPN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제이슨 스탁이 박찬호의 트레이드 가능성을 내비치는 언급을 했었죠. 양키스가 박찬호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박찬호가 주가 되는 트레이드라기 보단, 양키스가 다른 팀의 좋은 선수를 얻기 위해 박찬호를 처분하려 한다는 뜻이었죠.

 

현재 박찬호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관련 글에서 언급했듯이, 뉴욕 양키스라는 팀은 박찬호에게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최고 승률팀인 양키스는 가장 유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이지만, 반대로 그에 합당한 실력을 갖추지 못한 선수에게는 더 없이 냉혹한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고작(?) 120만 달러를 받는 선수 정도는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방출할 수 있는 팀이 양키스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현재의 박찬호는 트레이드 되는 것이 스스로에게 있어 훨씬 좋습니다. 이미 우승반지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대로 트레이드 되지 않고 팀에 남는다면, 8월 안에 방출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박찬호는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2 1패 방어율 5.6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불펜 요원이지만 홀드나 세이브는 단 하나도 없고, 블론 세이브만 2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올 시즌의 박찬호가 패전처리로 기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박찬호가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는 팀이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거나 지고 있을 때죠. 시즌 초만 하더라도 팀의 주요 우완 셋업맨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으나, 그 기대가 깨어짐에 따라 보직도 현실에 맞게 강등된 것입니다.

 

등판한 27경기 중 14번이나 실점을 허용했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겠지요. 어쨌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양키스의 입장에서 박찬호가 전력 외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베테랑이기에, 구단의 마음대로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킬 수도 없죠. 이래저래 양키스로서는 박찬호의 거취를 놓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트레이드 시도가 불발로 끝난다면, 최악의 결과(방출)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 좋게 양키스에 남아 방출도 되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여 우승반지까지 거머쥘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네요. 물론 제로는 아니기에 저 역시 기대를 걸곤 있지만, 설사 그렇게 좋게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올 시즌 이후가 걱정입니다. 내년이면 만38세가 되는 부진했던 셋업맨을 데려갈 팀이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죠.

 

2008년과 2009, LA 다저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구원투수로 나름 괜찮은 활약을 펼쳤던 박찬호는 이렇게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물론,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진 않습니다. 다만 그 부활의 시도가 꼭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아시아 최다승 기록 경신에 대해 굉장히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2승만 더 거둔다면, 노모를 넘어서는 신기록이 작성되지요. 그렇게만 되면, 박찬호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박찬호는 코치나 감독으로서 메이저리그에 남을 생각이 별로 없지요. 그는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되면 한국에서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피력한바 있습니다. 야구계의 차범근이 되겠다는 뜻이지요. 매우 바람직하고 존중 받아야 할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박찬호는 항상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습니다. 작년 1월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던 눈물의 기자회견에서도 마지막 선수 생활을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뜻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내 마음은 한국에서도 뛰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박찬호가 한국으로 돌아와도 되지 않을까요? 그가 한국에 돌아온다면, 그의 소속팀은 한화 이글스가 됩니다. 팬들은 지금도 여전히 선발투수 박찬호의 모습을 보길 원하고 있으며, 한화는 그 선발투수가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죠. 게다가 그 박찬호의 모든 것을 배워서 흡수할 수 있는 괴물이 그 팀엔 있습니다.

 

내년부터 박찬호가 한화 소속으로 뛰게 된다면 어떨까요? 한화 팬들은 물론 국내 팬들 역시 흥분된 맘을 감추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구장을 가리지 않고 박찬호가 등판하는 날은 어지간하면 만원관중이 들어서서 한국 야구사에 큰 획을 그은 레전드의 피칭을 감상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어쩌면 다른 팀의 팬들 조차도 박찬호에게 패하는 것은 괜찮다라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될 지도 모르지요.

 

2년 연속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한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고 싶어해온 박찬호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했던 한국의 수많은 야구팬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박찬호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찬호의 한국 복귀를 반대하는 편이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고, 또한 괜히 한국에 돌아왔다가 만약 부진하기라도 하면 십 수년 동안 한국을 대표해 온 에이스가 팬들의 비난과 악플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영웅이 그런 취급 받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생각이 점점 바뀌더군요.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박찬호처럼 영향력 있는 선수가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류현진과 박찬호의 원투펀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찬호와의 선수생활은 향후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할 때를 위해서라도 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요.

 

박찬호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있어서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물론 지금의 인기는 전성기만 못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20대 후반 이상의 남성들은 박찬호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 있기 마련이죠. 박찬호 역시 어떤 선택을 하던, 팬들의 의견을 항상 염두에 두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제는 감히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꿈 꿔 봅니다.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금, 박찬호의 컴백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일지도 모르지만, 전 지금부터 꿈 꿔 볼랍니다. 내년에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박찬호의 모습을 말이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 스포츠, 한화 이글스]


P.S. 결국 트레이드 마감날이었던 오늘, 양키스가 박찬호의 방출을 발표하고 말았습니다. 양키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마무리인 케리 우드를 우완 셋업맨으로 기용하기 위해 영입했고, 그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박찬호를 지명할당 조치했습니다. 지명할당이란 일단 메이저리그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것을 뜻합니다. 앞으로 열흘간의 시간이 주어지며, 그 안에 박찬호를 원하는 팀이 있으면 거기로 갈 수 있고, 아니면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이거나 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방출 조치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한국에 들어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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