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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U-턴' 스타들의 한국무대 재적응, 결코 쉽지 않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11.

역대 프로야구에서 일본을 거쳐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온 선수는 이병규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었다. 이중 일본무대에서의 거쳐 미국까지 진출한 구대성과 이상훈을 제외하면, 이종범, 정민철, 정민태, 그리고 이병규까지의 4명은 모두 일본무대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무대로 유턴했다.

 

이들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당시 나란히 국내무대를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던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일본무대에서 돌아온 이후 이들의 행보는 다소 엇갈린다.

 

이종범은 2001 8월 시즌 중에 해태에서 KIA로 구단이 바뀐 타이거즈로 복귀했다. 복귀첫해 이종범이 남긴 성적은 45경기에서 타율 34, 11홈런 37타점 7도루였다. 짧은 시즌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연상시킬 만큼의 화려하고도 눈부신 활약이었다. 이종범의 일본무대에서의 부진이 기량의 문제가 아니었음을 입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이종범 특수'로 인한 관중동원 효과는 눈에 보이는 성적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이종범은 이듬해인 2002년에는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며 타율 .293 18홈런 35도루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입증했다.

 

정민태의 복귀도 화려했다. 2년간의 요미우리 생활에서 상처만 남기고 귀국한 정민태는 2003년 연봉 5억원의 최고대우로 현대에 복귀하자마자 과거의 위용을 회복했다. 복귀 첫해 17 2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차지했고, 평균자책점 3, 탈삼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1·4·7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혼자 3승을 따내는 맹활약으로 현대의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그 해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정민태는 이듬해 그에게 연봉 74000만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정민태의 너무나도 뛰어났던 활약은 당시 한국야구의 수준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투수가 일본에서는 내내 2군에 머물렀고 복귀하자마자 다시 한국무대를 평정하는 모습은 엇갈린 평가를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복귀 첫해 명예회복을 위하여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낸 탓인지 이듬해 정민태는 7 14패 평균자책점 5.00에 그치는 믿을 수 없는 부진을 겪었고, 이후 4년간 재기를 위하여 발버둥을 쳤으나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으며 급격하게 무너졌다.

 

정민철도 일본무대에서 돌아온 이후 뒤끝이 좋지 않았던 케이스다. 일본무대 진출 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며 90년대 정민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최고의 우완투수로 꼽혔던 정민철이었지만 요미우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나란히 굴욕을 겪었고, 2002년 한화로 복귀한 이후에도 7 13패 평균자책점 5.35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정민철은 이듬해인 2003년과 2007년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온전히 재현하지는 못했다.

 

구대성과 이상훈은 일본과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복귀한 첫해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상훈이 2002 LG에서 7 2 18세이브, 평균자책점 1.68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구대성은 2006년 한화의 수호신으로 활약하며 37세이브를 성공시키며 구원부문 4위에 올랐다.

 

올 시즌 일본 주니치에서 친정팀 LG로 돌아온 이병규도 기대에 비하여 부진한 케이스다. 출장한 경기의 3분의 2이상을 4번 타자로 나선 이병규는 타율 .289(332타수 96안타) 6홈런 52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무래도 ‘적토마’의 이름값에 걸 맞는 수치라곤 할 수 없다. 시즌 중반에는 컨디션 난조로 2군행을 지시 받는 굴욕도 있었다.

 

많은 야구전문가들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신중론'과 한국야구 '재적응'의 문제를 지적한다.

 

"국내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선수들이라고 해도 해외무대 도전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많은 스타들이 최근에는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일본 진출을 선호하는데, 이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게 일본야구다. 자칫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일본무대에서 2군으로 전락하고 전성기를 보내야 할 시점에 허송세월하게 되는 것은 개인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한국야구에 있어서 큰 손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범, 정민태, 정민철, 이병규 등은 모두 한국무대에서는 A급 클래스로 인정받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일본무대에서는 주전경쟁에서 밀려나거나 일본 선수들의 집중견제에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야구에 정통한 김성근 SK 감독이나, 선동열 삼성 감독은 한국야구의 수준이 높아진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은 거기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승부해야한다. 어떤 선수들은 해외에 나갔다가 실패하면 '국내로 다시 돌아오면 되지'하는 나약한 생각을 가진 경우도 있는데, 그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이젠 한국야구의 수준도 그리 낮지 않다. 외국에서 통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한국무대에서라고 금새 기량이 살아날까? 오히려 외국에서 2~3년을 허송세월하는 사이에 국내 야구도 그만큼 성장하고 변화한다. 왕년에 잘했던 선수라 할지라도 과거의 기억만 믿고 국내에 돌아와서 안일하게 하다가는 금방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해외무대에 진출해있는 이승엽이나 김태균, 이범호같은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해외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내의 많은 스타들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언젠가 이들이 돌아와야 할 곳은 결국 한국무대다. 멋진 해외진출도 중요하지만, 멋진 복귀도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늘 기억할 필요가 있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KIA 타이거즈, 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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