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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홈런 본능' 이대호, 마침내 류현진을 따라잡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13.

이왕이면 다른 선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이대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올 시즌은 정말 류현진과 이대호를 빼면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 둘을 위한 시즌이 되어가고 있네요.

 

이대호가 7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이승엽과 스미스(이상 삼성, 99), 이호준(SK, 03)가 가지고 있던 종전 기록을 경신했고, 왕정치(요미우리, 72)와 랜디 바스(한신, 93)의 일본기록과 타이입니다.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홈런을 쏘아 올린다면 돈 메팅리(뉴욕 양키스, 87)와 켄 그리피 주니어(시애틀, 93)가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 기록인 8경기 연속 홈런도 가능하지요.

 

불과 열흘 전만 하더라도 시즌 MVP 경쟁에서 류현진이 이대호를 제법 앞서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투수들 중 류현진과 라이벌이라 불릴만한 선수가 전혀 없었던 것에 비해 이대호는 홍성흔이라는 훌륭한 동반자 겸 내부의 적(?)이 존재했지요. 그리고 개인 기록의 가치나 의미 측면에서도 류현진이 좀 더 앞서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대호의 연속경기 홈런포가 열흘 만에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는군요. 꾸준한 성적에 상징적인 의미의 기록까지 달성했으니, 이젠 개인성적의 측면을 놓고 봤을 때 이대호가 류현진의 기록에 밀릴 이유가 하나도 없어졌습니다. 거의 완벽한 최고투수와 최고타자의 모습을 두 명이 함께 보여주고 있네요. 사실상 홍성흔이 3파전에서 탈락한 것이나 다름없고, 남은 기간 동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류현진과 이대호가 MVP를 향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듯 합니다.

 

류현진이 이대로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가면서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조금 더 유리할 것 같고, 만약 이대호가 6개 차까지 좁혀진 타점 부문에서 역전하여 타자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다면 상황은 반대가 될 듯 보입니다. 최다이닝까지 포함한 류현진의 투수 부문 4관왕도 정말 대단하지만, 이대호는 타자 부문 7관왕을 노리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류현진의 20승 달성 여부도 변수가 될 것 같네요. 만약 20승에 성공한다면, 이대호가 50홈런을 때리지 않는 이상 류현진이 무조건 수상한다고 봐도 되겠지요.

 

현재 이대호는 홈런(36), 타율(.365), 출루율(.438), 장타율(.674)에서 리그 1위입니다. 득점(79)과 최다안타(141), 타점(106)는 모두 홍성흔(84득점 145안타 112타점)에 이은 2위죠. 최근의 페이스로 놓고 봤을 땐, 모두 역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잘만하면 1994년 이종범의 5관왕을 넘어서는 대기록이 탄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속 경기 홈런으로 페이스를 바짝 올린 이대호는 시즌 페이스를 46홈런 137타점으로까지 맞춰놓고 있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지금 홈런을 집중적으로 몰아친다면, 50홈런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죠. 이미 이대호는 ‘7경기 연속 홈런‘15경기 연속 득점이라는 두 가지 역대 프로야구 신기록을 달성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8월 들어 7홈런을 기록 중인 이대호는 이승엽과 김상현이 보유한 월간 최다 홈런 기록(15)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로 인한 우천 연기가 기록 경신의 최대 걸림돌이 될 듯 하네요.

 

36푼이 넘는 고타율로 저러한 홈런 페이스를 보여줄 수 있다니 경이로울 뿐입니다. 메이저리그의 130년 역사 속에서도 36푼 이상의 타율로 45개 이상의 홈런포를 기록한 선수는 고작 5명 뿐입니다. 베이브 루스(5), 루 게릭(2), 지미 폭스, 래리 워커, 배리 본즈(2)가 바로 그들이죠.

 

루스와 게릭, 그리고 폭스의 기록은 1920~30년대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1934년 루 게릭이 마지막으로 달성한 이후 60년 넘게 그 기록을 볼 수 없었죠. 1997년 워커(49홈런 .366)가 다시금 그 영역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MVP를 차지하지만, 그에게는 쿠어스필드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본즈가 두 번 같은 기록을 달성하지만, ‘약물빨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그만큼 이대호는 야구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하긴 류현진의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지요. 올 시즌 MVP 경쟁은 2003년의 이승엽-심정수의 ‘50홈런 전쟁이후 가장 괴물스러운 경쟁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들이 과연 인간인지조차 의심스럽군요.

 

역시나 올 시즌 최대 화두는 올해의 MVP는 누가될까?’에 맞춰져 있습니다. 당장 올 시즌 누가 우승할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한화 팬들은 꼴찌해도 좋으니 MVP는 류현진의 것을 외치고 있고, 롯데 팬들 역시 PO에서 탈락해도 좋으니 MVP는 이대호의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본 적이 있소?”라는 질문에 나는 고흐의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마스터(그렉 매덕스)의 피칭을 본 적이 있습니다라고 답했다는 메이저리그 팬의 이야기는 아주 유명하죠. 그 일화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시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 아들에게 자랑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류현진과 이대호의 2010시즌 MVP경쟁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라고 말이지요. 이종범의 1994시즌이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 강하게 기억되고 있고,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경쟁이 세기의 대결로 기억되고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올 시즌 두 괴물이 보여주고 있는 숨 막히는 기록 행진은 야구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20년이란 세월의 터울을 넘어 선동열이란 이름으로부터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를 빼앗고자 하는 류현진. 그 누구도 넘지 못할 거라 여겼던 이종범-이승엽과 이름을 나란히 하려고 하는 이대호. 개인적으로는 이 두 명이 만들어내는 명품 드라마의 최종 결말이 기자단의 MVP 투표 결과에서의 정확한 동점으로 인한 공동 수상이면 어떨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그다지 욕 먹을 것 같지는 않네요.(^^)

 

 

P.S. 그러고 보니 또 하나의 변수가 있군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MVP 투표는 포스트시즌이 종료된 이후에 합니다. 따라서 팀의 4강 진출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상 자체가 영향을 끼치곤 하지요. 이대호가 준PO에서 맹활약하여 팀을 PO로 이끈다면, 설령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대호의 MVP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반면, 롯데가 또 다시 무기력한 모습으로 준PO에서 탈락한다면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게 되겠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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