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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삼성의 막판 뒤집기가 예상되는 5가지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24.

SK와 두산을 연거푸 스윕으로 장식하며 5할 승률로 올라선 롯데 자이언츠의 4위가 거의 굳어진 가운데,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올 시즌 프로야구의 최대 관심사는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1위 다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수많은 야구팬들의 시선이 그리로 향하고 있습니다.

 

7 18일 당시, SK 85경기, 삼성이 9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양 팀의 승차는 8.5게임이었습니다. 상당히 큰 차이였죠. 각각 48경기와 4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그 차이를 따라잡기가 쉬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SK 24경기, 삼성이 25경기를 더 치른 현재 양 팀의 승차는 2.0게임으로 좁혀져 있습니다. 각각 24경기와 18경기를 남겨둔 시점이니 역전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 되었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미 8.5경기 차가 나던 시점부터 삼성이 막판 SK와 선두경쟁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지금은 남은 일정 동안 두 팀의 순위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가 생각하는 삼성의 막판 뒤집기가 예상되는 5가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지쳐있는 SK 투수들 - 이승호와 정우람

 

SK의 김성근 감독은 채병용과 윤길현의 공백을 커버하기 위해 시즌 초반부터 특정 투수들에 대한 의존이 심한 편이었습니다. 김광현-카도쿠라-송은범-글로버의 선발투수들이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져줄 때만 하더라도, 그 시스템은 큰 무리가 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죠. 하지만 시즌 중반을 기해 송은범과 글로버가 긴 이닝을 버텨주지 못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불펜의 부담으로 이어지며 과부하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6월까지 SK의 팀 방어율은 3.68 8개 구단 중 단연 1, 2~3위인 삼성(4.12)이나 KIA(4.30)와도 제법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7할에 육박하는 엄청난 승률(50 22 .694)을 보이고 있었지요. 다른 누구보다도 불펜에서 언터쳐블급의 활약을 보여주던 이승호(4 19세이브 2.17)와 전천후 셋업맨인 정우람(3.41), 그리고 스윙맨 고효준(4.00)의 공이 컸습니다.

 

하지만 7월 이후의 SK 투수진은 완전히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7월 이후의 팀 방어율은 4.41 8개 구단 중 4, 그것도 5~6위인 넥센(4.43)이나 롯데(4.59)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이 기간 동안 SK의 승률은 5할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19 18 .513)이었죠. 김광현은 여전히 훌륭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지만, 카도쿠라는 5이닝 피쳐로 전락했고, 송은범과 글로버는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다가 선발진에서 이탈했습니다.

 

특히 문제되는 것은 불펜이죠.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정우람(4.76)과 고효준(6.62)의 부진도 뼈아프지만, 무엇보다 마무리 이승호(9.17)의 몰락이 가장 큰 타격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이승호는 17.2이닝 동안 무려 29개의 안타를 맞고 16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했습니다. 선수들 모두가 전반적으로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다 보니 팀 전체의 볼넷 비율도 크게 상승했지요. 이 기간 동안 SK 선수들은 2이닝당 1개 이상의 볼넷을 허용했고, 그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였습니다.

 

2) 삼성에게 유리한 남은 일정

 

올 시즌 SK는 유독 우천으로 인한 시합 연기가 많았습니다. 당시에는 좋았지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투수들을 쉬게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현재 SK 2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반해, 삼성은 그보다 6경기나 적은 18경기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순위다툼이 치열하면 얼핏 경기수가 많은 팀이 유리해 보일지 몰라도, 지금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SK는 남은 일정도 평소와 다름 없이 거의 매주 6경기씩을 치러야 합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큰 투수들을 쉬게 해줄 틈이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SK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존의 투수들을 혹사시켜야만 하고, 그러다 실패하면 지난번 롯데전처럼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패하는 경우가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삼성은 다릅니다. 삼성은 남은 18경기 중 적어도 13경기, 많으면 14경기에서의 선발을 장원삼-레딩-차우찬의 3각 편대로 조정할 수가 있습니다. 삼성은 장원삼이 선발 등판한 최근 11경기 중 10번을 이겼고, 차우찬이 선발 등판한 최근 9경기에선 모조리 승리했습니다. 레딩이 선발로 나선 2경기도 이겼지요. 이들 3명을 내세우기만 해도 13경기에서 10~12승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머지 경기의 결과에 따라 7, 혹은 8할 승률도 가능하다는 뜻이지요.

 

삼성도 불펜의 피로도가 높은 편이지만, 2~3일의 휴식일이 중간마다 포함되어 있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정현욱과 안지만 중, 그날의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2~3이닝 정도 던지게 하고 그 후로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삼성이 남은 18경기 중 13번 정도를 이긴다 치면, SK도 남은 24경기 중 최소 14번은 이겨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현재 SK의 페이스로 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올 시즌 상대전적이 9 9패로 팽팽한 두 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 결과이겠지요. 거기서의 1승은 사실상 2승이나 다름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시즌 최종 승수가 동일하다 하더라도,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팀이 1위를 차지하게 되니까요.

 

3) 차갑게 식어버린 SK의 방망이 멈춰선 노장 4인방

 

SK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억대 연봉자만 11명으로 구성된 화려한 타선이죠.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뛰어나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모두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어, 상대 투수나 상황에 따라 여려가지 색깔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타순의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 또한 최고의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SK 타선이 지금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6월까지만 하더라도 SK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5.57점으로 롯데-두산 못지 않은 막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OPS 8할을 넘었죠. 6월까지 치른 72경기 동안 팀 타선에서 가장 활발한 타격을 보인 선수들은 팀 내 최고 타율을 기록 중이었던 김재현(7홈런 31타점 .343)과 최고 타점을 기록 중이던 박경완(9홈런 45타점 .264)이었습니다. 부상 등으로 출장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이호준(.310)도 제 몫을 해주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들의 5억 연봉을 받는 노장 3인방, 아니 4억원의 박재홍까지 합한 4명의 베테랑 선수들이 7월 이후 방망이가 완전 얼어붙었습니다. 7월 이후 치른 37경기에서 SK의 평균득점은 4.89점으로 평균 0.7점 가량이 하락했습니다. 이는 시즌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8개 구단 중 5위에 해당합니다. 팀 장타율도 3할대에 불과하고, OPS .734로 전체 6위권입니다.

 

이 기간 동안 이호준(.242)과 김재현(.221), 박재홍(.241) 등은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지요. 박경완(5홈런 18타점 .247)은 그나마 홈런포로 인해 타점이라도 제법 기록했지만, 나머지 3명의 성적은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김강민-박정권-정근우가 간신히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버텨주고 있지만, 박정권과 함께 중심타선을 형성해야 할 베테랑 타자들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지요. 투수들만이 아니라 타자들 쪽에서도 체력적인 한계가 시즌 막판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4) 스타일을 지켜온 선동열 감독

 

5회까지 일단 앞서고 있다면 무조건 승리한다는 것은 오직 삼성만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기록입니다. 삼성은 5회까지 자신들이 리드하고 있던 49경기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전승을 거두고 있지요. 일단 5회까지만 앞서 있다면, 그 이후로는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더라도 반드시 다시 경기를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투수들만이 아니라 타자들도 경기 막판의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지요.

 

지금 삼성의 타선은 잘 나갈 때의 SK를 닮아 있습니다. 특별히 튀는 단 한 명의 특급 스타는 없지만, 주전 타자들의 전반적인 레벨이 매우 높죠. 게다가 백업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타자들이 그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상대 투수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라이업을 구성할 수 있고, 수비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의 타격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그리고 그 두 가지의 장점, 즉 강한 불펜과 다채로운 타자들의 조합이 선동열 감독의 작전을 돋보이게 만들어 줍니다.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다는 것은 그 이후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대부분 맞아 떨어졌거나, 혹은 간혹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때는 타선에서의 작전을 성공시켜 다시금 역전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수준 높은 선수들과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의 만남. 이것은 분명 크나큰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슷한 듯 보이면서도 선동열 감독은 김성근 감독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김성근 감독이 모든 면에서의 실수가 없는 압도적인 승리를 목표로 한다면, 선동열 감독은 줄 건 주고 얻을 건 얻는스타일이죠.

 

지난해의 포스트시즌을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었던 것도, 시즌 초반의 부진 때도 조급하게 불펜을 혹사시키지 않았던 것도 그런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해온 것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선동열 감독이 시즌 초반에 선발들이 부진했다고 하여 안지만과 정현욱을 필요 이상으로 혹사시켰다면, 지금 같은 추격은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5) 전혀 다른 양 팀의 분위기

 

현재 SK 김성근 감독은 굉장히 분노한 상태입니다. 선수들을 향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요. 평소에도 가끔 그럴 때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게 화를 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만큼 현재 SK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겠죠.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SK 선수들은 잘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고, 감독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이지요.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평소에는 몰라도, 최근처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맘 놓고 웃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은연중에 느껴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삼성은 전혀 다르죠. 선동열 감독은 “1위는 불가능하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선수단 내에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지요. 선동열 감독의 멘트는 일종의 여유로 느껴지는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역시 이기는 경기를 지속적으로 하는 팀이다 보니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현재까지는 SK가 삼성을 2.0게임 차로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스스로가 가장 여유를 잃어버렸을 만큼, 상당한 위기임이 분명하지요. SK 선수들이 그러한 위기의식에서 벗어나 지금의 우울한 분위기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삼성에게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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