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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뉴욕은 요한 산타나가 필요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28.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인 요한 산타나가 본격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뉴욕의 두 팀과 보스턴이 끊임없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메츠행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 떠돌고 있지만, 그 조차도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네소타의 빌 스미스 단장의 밀고 당기기가 언제나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사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단장 중 한명이었던 테리 라이언의 뒤를 이어 신임 단장에 오른 빌 스미스에게 요한 산타나라는 특급 선수의 트레이드는 자신의 첫 번째 시험무대나 다름없다. 스미스 단장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팀의 간판타자인 저스틴 모노와의 장기계약(6년간 총액 8천만 불)을 성사시키긴 했지만, 이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모노와 산타나는 선수로서의 겪이 다르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동안 트레이드 논의가 지루하게 이어지다보니,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팬들마저도 지치고 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할 시기다. 원하는 팀들의 애를 태워서 더 좋은 유망주를 받아오는 것도 전략의 한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면 미네소타로서도 좋을 것이 없다. 지금은 새로운 시즌의 준비에 돌입해야 할 시기이며, 산타나의 거취 문제는 선수단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단 구단 측에서는 산타나에게 4년간 8천만 불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원하는 산타나는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결국 미네소타는 그를 트레이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시기가 개막 전이 되느냐, 아니면 트레이드 데드라인(7월 31일) 근처가 되느냐다.


그렇다면 정말로 산타나가 필요한 팀은 어디일까? 그를 잡을 만한 자격, 즉 산타나에게 장기계약을 보장해줄 만한 자금력이 뒷받침 되며, 거기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만한 기본 전력을 갖춘 팀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간절하게 산타나가 필요한 팀은 바로 뉴욕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양키스와 메츠다.


보스턴도 그와 관련된 트레이드 루머가 끊이지 않는 팀이지만,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산타나를 필요로 하고 있진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챔피언에 올랐을 당시의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데다가, 산타나가 없다 해도 그들의 선발 로테이션은 아메리칸 리그 최고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욕의 두 팀은 다르다. 양키스가 보스턴과 대등한 싸움을 하길 원한다면 산타나가 반드시 필요하며, 메츠의 경우는 선발 투수진의 확실한 보강이 없이는 지난해의 비극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우승’을 향한 양키스의 꿈

뉴욕 양키스의 경우 일단은 트레이드 전선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결단만 내린다면 언제든지 산타나를 데려올 수 있는 카드를 쥐고 있다. 양키스는 필 휴즈와 멜키 카브레라를 산타나의 대가로 제안했지만, 당시 미네소타가 그 둘 외에 또 한명의 유망주 투수인 이안 케네디를 함께 요구하는 바람에 협상이 결렬되었다. 즉, 양키스가 큰 맘 먹고 3명의 선수를 내놓게 된다면 언제든지 산타나를 그들 품에 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현재 뉴욕의 팬들은 팀의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나타난 영건 3인방-필 휴즈, 조바 쳄벌린, 이안 케네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산타나라고 하더라도 그 중 두 명이나 트레이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양키스가 진지하게 2008시즌의 우승을 노린다면, 휴즈와 케네디를 포기하더라도 산타나의 영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현재 양키스의 로테이션은 원투펀치인 왕첸밍과 앤디 페티트만 확실할 뿐, 나머지 3~5선발 요원은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FOX 스포츠의 칼럼니트스 존 도노반은 빅리그 팀들의 약점을 진단하면서, 양키스의 하위 선발 로테이션을 첫 번째로 꼽았다.


마흔 줄에 접어든 마이크 무시나는 이미 지난해부터 허점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앞서 언급한 3명의 유망주는 선발 투수로서 검증이 덜 끝났다. 이들을 믿고 ‘타도 레드삭스!’를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타선은 한 수 위지만, 투수진의 경우 선발과 불펜이 모두 양과 질에서 턱도 없이 부족하다.


현재 양키스에는 저 6명 외에도 이가와 게이까지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다. 지금의 예상대로 휴즈와 쳄벌린이 남은 두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가와와 케네디를 불펜 요원으로 기용하거나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럴 바에는 유망주 두 명을 내주고 산타나를 영입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 ‘강팀’으로의 생존이 걸려 있는 뉴욕 메츠

양키스는 보스턴을 넘기 위해서 산타나가 필요하지만, 메츠는 강팀으로 남기 위해서 산타나가 필요하다. 간절함으로 따지자면 양키스보다 메츠가 훨씬 더 급한 상황이고, 그러한 면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끈질긴 줄다리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현 시점의 평가에서 산타나 영입에 가장 앞서 있는 팀은 바로 메츠다.


양키스는 왕첸밍이라는 현재와 미래를 책임져 줄 확실한 에이스가 버티고 있다. 하지만 메츠는 그렇지 못하다.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끝난다. 존 메인과 올리버 페레즈는 분명 좋은 투수이지만, 에이스로서 ‘안정감’있게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난해 메츠 소속으로 유일하게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탐 글래빈(200.1이닝)은 애틀란타로 복귀했다. 덕분에 현재 메츠의 선발 투수 5인방은 모두 6이닝 피처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대로 시즌을 시작하면 후반기에 가서 지난해와 똑같이 불펜부터 무너질 것이 분명하다.


수준급의 강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양키스처럼 무지막지한 화력으로 부족한 투수력을 커버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는 것이 이미 지난해에 증명되었다. 이 팀에는 연패를 끊어주고, 긴 이닝을 소화해 구원 투수들의 피로를 줄여줄 수 있는 에이스가 필요하며, 그 선수가 요한 산타나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 뉴욕은 산타나가 필요하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은 감히 ‘리빌딩’을 생각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에서 가장 극성스런 팬을 보유한 이 팀들은 언제나 최고의 자리를 향해 돌진하는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큰 시장을 무대로 하는 팀답게, 그것을 활용하는 거액의 투자와 그에 합당한 결실을 맺는 경영 철학이 요구된다.


1996년부터 5년 동안 4번의 우승을 맛봤던 양키스는 지난 7년 동안의 도전에서 모두 패했다. 특히 두 번의 월드시리즈에서는 상대팀의 막강한 에이스 카드(2001년 랜디 존슨과 커트 쉴링, 2003년 자쉬 베켓)에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왕첸밍은 분명 좋은 선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의 1선발로는 조금 부족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메츠는 실패를 맛본 지난해와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마무리 브래드 릿지의 영입으로 브렛 마이어스가 다시금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게 되면서 투타에 걸쳐 고른 균형을 이루게 된 필라델피아, 글래빈의 합류와 마크 테익세이라의 잔류로 더욱 강해진 애틀란타.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방법은 특급 에이스의 영입뿐이다.


세계 최고의 ‘빅 마켓’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중 요한 산타나의 쟁탈전에서 승리해, 2008년의 최강 팀의 반열에 오르게 될 팀은 과연 어디일까. 양키스든 메츠든 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고 있는 특급 좌완의 최종 행선지는 ‘빅 애플(뉴욕)’이 될 것이 매우 유력하다.


문제는 그 시기일 뿐, 뉴욕은 요한 산타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