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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추억이 되어가는 숀 그린과 루이스 곤잘래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26.

박찬호와 김병현 때문에 메이저리그를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숀 그린과 루이스 곤잘래스라는 이름을 여전히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준수한 외모에 막강한 타력, 거기에 뛰어난 외야 수비를 자랑했던 LA 다저스의 숀 그린, 그리고 2001년 시즌 내내 홈런포로 팬들을 즐겁게 하더니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는 끝내기 안타로 팀의 첫 우승을 일구어낸 주역 루이스 곤잘래스.


이 둘은 모두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어 새로운 팀을 물색하고 있다. 1월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웬만큼 이름 있는 선수들은 모두 자기 자리를 찾아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36살이 된 그린과, 어느새 41살이 된 곤잘래스를 간절히 원하는 팀은 없다. 템파베이나 워싱턴, 플로리다, 밀워키 등 제법 많은 팀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 팀들이 그린과 곤잘래스에게 원하는 것은 팀의 주전 외야수가 아닌 제 4의 외야수, 즉 경험 많은 외야 백업 선수로서의 역할이다. 그린과 곤잘래스의 명성을 생각했을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홈런포와 골드 글러브급 수비를 자랑했던 그린은 한때 ‘매니 라미레즈의 유일한 라이벌’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한 세간의 평에 걸맞게 2000시즌을 앞두고 역대 타자 최고액(6년 8400만불)을 받으며 LA 다저스에 당당히 입성했다.


하지만 합쳐서 91홈런 239타점을 기록했던 2001년과 2002년을 제외하면 그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후 3년간 3200만 달러를 받기로 하고 애리조나로 트레이드 되었지만 마찬가지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뉴욕 메츠에서도 이러한 부진은 마찬가지였으며, 결국 구단은 2008년에 걸려있던 1000만 달러의 옵션을 거절하고 그를 FA로 풀어주었다.


지난 8년간 받은 연봉 총액이 1억 달러에 달하지만 몸값에 합당한 활약을 펼치지 못해, 어느 순간부터는 항상 팬들에게 ‘먹튀’라 놀림 받는 계륵과 같은 선수가 되고 말았다. 특히 최상급이었던 수비에서도 어깨가 망가지면서 최악의 송구를 지닌 외야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더 이상 주전으로 안심하고 외야의 한 자리를 맡기기 어려운 형편이다.


 

경기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득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그린

1951

2003

445

35

328

1070

1129

0.283

0.355

0.494

곤잘래스

2455

2502

570

67

346

1392

1382

0.284

0.368

0.481



루이스 곤잘래스는 ‘괜찮은 수준의 타격을 지닌 선수’에서 2001년 갑자기 57홈런 142타점의 맹활약으로 MVP 투표에서 3위에 오르며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명으로 발돋움했다.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애리조나 타선을 주도하던 곤잘래스의 모습은 한국 팬에게 크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2001년 월드시리즈의 영웅으로 기억된 후 피닉스 지역에서 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심지어 2002시즌을 앞둔 시범경기에서 그가 씹다 버린 껌이 경매를 통해 1만 달러에 낙찰되는 다서 황당한 사건까지 있었을 정도다.


곤잘래스는 이후 2003년까지 좋은 타격을 선보이며 팀의 중심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했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었던 지라 2004년부터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애리조나에서의 황금기를 마감하고 LA 다저스와 계약(1년 750만불)하여 재기를 노렸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오히려 시즌 중반부터는 맷 캠프 등의 젊은 유망주들에게 밀려 출장 수가 점점 줄어들었으며, 이러한 일은 결국 베테랑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의 충돌로 이어져 다저스의 포스트 시즌 탈락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숀 그린과 루이스 곤잘래스, 둘은 지난 2005년 애리조나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클린업 타선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한때 최고였던 두 선수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내지 못했으며 팀은 5할도 되지 않는 승률로 주저앉고 말았었다. 이미 절정의 기량을 과시할 수 없던 시기였다.


박찬호가 전성기이던 시절 게리 셰필드와 함께 LA 타선을 주도했던 그린, 그리고 김병현이 속해있던 애리조나 최고의 타자로서 드라마를 그려냈던 루이스 곤잘래스는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특히나 이들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특유의 친화적인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했던 선수들이다. 그러한 면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앞으로도 얼마간은 이들의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 더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타격이나 수비는 예전만 못하지만, 이들의 경험과 성실한 생활 태도 등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기에, 각 팀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본이 되어줄 ‘롤 모델’로서 이들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기도 하다. 어디가 될 지는 모르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이들의 보금자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타자’로서 이름을 날렸던 숀 그린(328홈런 1070타점)과 루이스 곤잘래스(346홈런 1392타점)의 지금 모습이 오랜 세월 그들을 지켜봤던 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대로 ‘추억속의 선수’로 남게 될지, 아니면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피우며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강한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 지, 2008년을 맞이하는 두 베테랑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