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표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30.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8개 구단은 총 16명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 가운데 무려 14명을 투수로 채워넣었습니다. 지난해 로페즈-구톰슨의 구로연합콤비의 대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진 KIA 타이거즈의 경우를 보고 다들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죠. 타자는 가르시아(롯데)와 클락(넥센), 단 둘뿐이었는데, 클락마저 전반기 종료와 동시에 퇴출되면서 현재는 가르시아를 제외한 모든 외국인 선수는 투수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처럼 외국인 선수 농사가 흉작이었던 적도 드물었는데요. 특정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성공이라 부를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올 시즌의 타고투저는 수준 낮은 외국인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물을 흐려놓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기량이 떨어지는 외국인 선수들로 인해 모든 팀의 경기가 롤러코스터처럼 되어 버렸고, 국내파 신인급 투수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반대로 대폭 줄어들었죠. 결과적으로 수준 높은 경기력도 보여주지 못했고, 유망주도 키우지 못한 2중고를 겪은 셈입니다.

 

작년에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올 시즌에도 그대로 뛰었던 선수는 총 7. 풀타임 3년째를 맞이한 가르시아와 클락을 비롯해 로페즈(KIA), 카도쿠라(SK), 글로버(SK), 크루세타(삼성), 나이트(삼성)가 그 주인공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이미 클락과 나이트는 퇴출되었고, 시즌 중에 니코스키가 한국 땅을 다시 밟았지만, 여전히 성적은 시원찮은 편이죠.

 

작년에는 총 15명의 외국인 투수가 한국 땅을 밟았고, 그들은 총 1202이닝을 소화하며 78 67패 방어율 4.09로 리그 평균(4.80)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총 19명의 투수가 현재까지 총 1563이닝을 소화하며 97 113패 방어율 4.90을 기록, 리그 평균(4.64)보다 더 나쁜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외국인 투수의 비중은 훨씬 커졌는데, 성적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올 시즌 각 구단별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은 대략 어떠했고, 이들의 내년 시즌 전망은 어떤지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올 시즌 2의 로페즈라 불릴만한 선수는 없었습니다.(각 구단 이름 옆에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를 대략적인 평점으로 매겨봤습니다.)

 

1. SK 와이번스 – B

 

SK는 작년에 이미 함께했던 두 외국인 선수를 그대로 데리고 시즌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교체가 없었습니다. 그러한 안정감이 지금 SK의 장점이기도 하죠.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해 좋은 활약으로 올 시즌 15승이 가능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던 글로버가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반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재계약을 놀라워했던 카도쿠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자신을 믿어준 김성근 감독에게 보답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글로버의 내년시즌 재계약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사실상 매우 낮다고 할 수 있겠지요. 카도쿠라의 경우는 73년생이라는 나이가 좀 걸리긴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나이에 특별히 연연해 하는 스타일은 아니기에 내년에도 잔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삼성 라이온즈 – D

 

삼성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의 힘을 별로 빌리지 않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크루세타와 나이트, 둘 다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루세타는 일단 퇴출이란 칼바람을 피해갔지만, 작년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나이트는 지난해만 못한 피칭으로 일관하다 결국 부상과 더불어 짐을 쌌지요. 일단 크루세타의 모습은 내년에 보기 힘들 듯 합니다.

 

나이트를 대신해 영입한 팀 레딩은 정말 좋은 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그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다면 무조건 내년까지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올 시즌 당장은 적응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짧은 경험이라도 더해진 내년에는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3. 두산 베어스 – B+

 

14승을 거둔 히메네스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닝소화 능력이나 WHIP 등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의 로페즈(190이닝 14 5 3.12)에게는 미치지 못합니다. 올 시즌의 외국인 선수 농사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못하다는 것을 여기에서 알 수 있지요. 물론, 두산에게 있어서 히메네스는 완전 복덩이임에 틀림없지만요.

 

두산은 내년에도 히메네스와 함께 하려고 할 것이 틀림 없습니다. 문제는 일본진출 가능성인데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잘할 수 있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개인의 판단 문제니 어찌될 지 모르지요. 80년생으로 젊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두산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히메네스를 잡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물론 왈론드는 이별을 고하는 것이 좋겠지만요. 과연 히메네스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요?

 

4. 롯데 자이언츠 – A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농사를 제일 잘 지은 팀이 롯데입니다. 확실하게 대박을 터뜨린 선수는 없지만, 둘 다 자신의 위치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주었죠. 외국인 선수 2명 모두가 이렇게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는 팀은 롯데뿐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의 외국인 선수 농사는 전반적으로 꽤 성공적인 편이죠. 의사소통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둘 다 내년시즌의 재계약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사도스키는 4월에 부진했을 뿐, 5월 이후의 성적(9 3 3.58)이 아주 훌륭합니다. 특히 올 시즌 외국인 투수들 가운데 가장 긴 이닝을 책임지고 있으며, WHIP을 통해 알 수 있는 투구내용도 제일 좋지요. 실속 면에서는 히메네스보다 한 수 위라는 뜻입니다. 82년생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지요. 과연 일본에서 이 선수를 그냥 놔둘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일본진출만 아니라면, 롯데 구단은 무조건 사도스키를 잡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가르시아는 올해도 홈런과 타점(25홈런 79타점)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타율(.257)은 매해 낮아지고 있으며, 반대로 삼진은 늘어나고 있죠. 장점과 단점이 너무 뚜렷합니다. 더 이상 국내 투수들이 그를 두려워하지도 않고요. 좌타거포로서의 팀 내 입지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필요한 자원인 것은 맞지만, 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영입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가르시아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전준우와 손아섭의 성장으로 인해 가르시아의 입지는 상당히 좁아진 상태입니다.

 

5. KIA 타이거즈 – C+

 

역시 로페즈는 멘탈적인 부분만 안정되면 아주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즌 초중반에 불거진 여러 가지 문제들 덕분에 팀이 계속 그를 데리고 가려고 할 지 의문입니다. 팀 내에서 고립되어 있는 것이 빤히 보이고, 상당수의 팬들도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으니까요. 실력에선 두 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에, KIA에서 그를 포기한다면 다른 팀이 데려갈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콜론은 놀랍게도 시즌이 가면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국내 무대를 밟았을 당시만 해도 한계투구수의 문제 등을 노출하면서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는데, 점점 선발투수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대로 KIA에서 잘 조련한다면 내년에는 한계투구수를 100개까지 늘려 경기당 평균 7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79년생이라는 점도 장점입니다. 쉽게 포기하기 힘든 선수이지요.

 

6. LG 트윈스 – C

 

당초 올 시즌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사도스키와 더불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서수는 곤잘레스였습니다. 하지만 곤잘레스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6패만 기록한 후 퇴출됐고, 그를 대신해서 들어온 더마트레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두 외국인 선수가 합쳐서 4 12패 방어율 8.00을 기록했습니다. 이들을 마운드에 올릴 바엔 팀 내의 어린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페타지니를 포기한 대가가 고작 이 정도니, 팬들이 실망할 수박에요.

 

오카모토도 시즌이 진행될수록 그 한계를 드러내 보이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마무리치고 4사구가 많고 특별히 상대를 압도할 만한 구위를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방어율 제로의 행진을 이어가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만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요. 이미 LG는 현재의 두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 할 의사가 없음을 밝힌 상태입니다.

 

7. 넥센 히어로즈 – D+

 

풀타임 3년차를 맞이한 클락을 시즌 중반에 내치고 니코스키를 데려온 넥센 구단과 김시진 감독의 결정은 별 다른 성과 없이 끝날 전망입니다. 클락이 예년만 못하고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나, 올스타전 베스트 10에 뽑힐 만큼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던 선수를 내보내고 데려온 것이 니코스키라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지요.

 

번사이드도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선수 중 한 명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컨트롤 나쁜 5이닝 피쳐에 불과했습니다. 경기당 평균 5이닝을 간신히 책임지고 있으며,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너무 많지요. 높은 WHIP에서도 알 수 있듯, 매 경기가 외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합니다. 아마 내년에는 보기 힘들 듯 합니다.

 

8. 한화 이글스 – F

 

올 시즌 외국인 선수 때문에 가장 고생한 팀은 역시 한화겠지요. 류현진과 원투펀치의 역할을 해줄 거라던 카페얀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0 11패라는 역대 최저승률 신기록을 달성한 후 쫓겨났고,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업한 데폴라의 피칭도 불만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카페얀의 대체선수로 영입되어 들어온 부에노 역시 2의 카페얀이 될 조짐이 엿보이고 있지요.

 

3명의 성적을 모두 합하면 6 23패 방어율 6.80입니다. 팀에 도움이 되라고 뽑아온 선수들이 오히려 팀 투수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지요. 한화의 스카우터들은 모두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전까지 항상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편이었다고 자만했던 것일까요? 데폴라와 부에노를 내년에 다시 볼 확률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온다는 보장도 없을 것 같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넥센 히어로즈, 기록제공=Statiz.co.kr]

 

 

추천 한 방(손가락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