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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올가을엔 달(MOON)이 뜰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6.

매년 포스트시즌에는 꾸준히 나가지만 우승복은 없는 감독, 팀 성적은 들쭉날쭉하지만 한 번이라도 우승의 감격을 맛본 감독.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모든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상을 밟는데 있다. 물론 우승이 반드시 전부는 아니다. 우승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러 가지 시기와 운이 맞아떨어져야한다. 단기전이라는 변수도 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에서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낸다는 것은 운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의 세계에서 많은 비용이나 외부 영입없이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것은 우승 이상으로 더 높이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포스트시즌에 몇 번을 더 나갔느냐보다는 우승 횟수가 더 먼저 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사령탑에 취임한 이래 7시즌간 매년 5할 승률 이상을 달성했다.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6년이 유일하다. 특히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2군과 유망주 육성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성공적인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이뤄내며 찬사를 받았다. 현재 김경문 감독은 현역 감독중 한 팀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감독이며, 두산에서는 전임 김인식(95~2003)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시기를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늘 한 시즌 농사를 공들여 잘 지어 놓고도 김경문 감독은 늘 '가을엔 웃지 못했다.' 성공적인 감독인 그가 유일하게 얻지 못한 하나가 바로 '우승'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어느때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쓸만한 외국인 투수와 이적생들을 영입하며 최대약점인 마운드 보강에 성공했다. 김현수를 4번에 기용하고 테이블세터진에 한층 공격적인 선수들을 전진배치시키며 타선에서도 그 어느때보다 많은 실험이 잇달았다. 올해는 기필코 2인자의 이미지를 청산하겠다고 독기를 품은 만큼 우승에 대한 기대도 남달랐다.


하지만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현재, 두산의 현재 순위는 올해도 3위가 확정적이다. 2009시즌 71승 2무 60패( 승률 .534)로 3위를 차지했던 지난해와 비교하여 승률은 다소 좋아졌지만 결국 또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두산의 앞에 KIA와 SK에 있었다면, 올해는 SK의 순위가 한 단계 높아졌고 KIA대신 삼성이 앞자리에 들어왔다는게 달라졌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가을잔치가 사실상 확정된 지금 준 PO 상대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를 넘으면 그 다음 상대는 2008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삼성이 기다리고 있고, 2007-2008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연이어 좌절을 안겼던 SK가 '끝판왕'으로 기리는 구도다. 마치 두산이 걸어왔던 지난 3년간의 포스트시즌 좌절기를 집대성한 종합선물세트 같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나 KIA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일지 몰라도, 당초 김경문 감독이 원했던 구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두산 관계자는 "한쪽 벽을 공들여 쌓아놓으면 반대쪽이 또 무너졌다."는 말로 두산의 올 시즌을 요약했다. 시즌 초반에는 외국인 투수 왈론드와 이현승의 부진이 뼈아팠고, 시즌 중반에는 김현수의 4번타자 전환실패로 타순 재조정,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후유증으로 겪었다. 팀을 어렵게 재정비하여 치고 올라갈 만할 때면 뜻하지 않은 실책과 부진과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SK와 삼성의 경우, 한 번씩 연승행진으로 치고 올라가는 타이밍이 있었다. 팀전 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흐름이 올때 분위기를 살려야한다. 우리도 그런 기회가 없지는 않았지만, 좋은 흐름을 꾸준히 이어가질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올 시즌을 돌아보며 아쉬워하는 이유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아쉬움을 털고 다시한번 가을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시즌 순위경쟁이 비교적 싱겁게 끝나며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대비 체제에 돌입할수있다는 것은 전화위복이 될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벌써 남은 시즌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여러 가지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이종욱, 오재원에 고영민과 정수빈까지 가세하여 하위타선과 테이블세터진의 경계를 없애고 기동력을 강화하는 타순 실험, 포스트시즌을 연상시키는 투수진 전원 불펜 기용 등이 그 핵심이다. 시즌 막바지가 될수록 살아나는 김현수의 타격감도 김경문 감독에겐 호재다. 그의 눈은 벌써부터 준 PO 상대인 롯데를 상대로 한 맞춤형 전술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두산은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2001년 리그 3위에 그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강팀들을 연파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낸바있다. 김경문 감독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력상 한수 위인 일본과 쿠바 등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건 기억이 남아있다. "어차피 단기전은 페넌트레이스와 다르다. 언제든지 좋은 경기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의 올가을엔 과연 휘영청 한 보름달의 미소를 볼 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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