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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광저우 AG 대표 탈락이 아쉬운 선수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7.

11월에 열릴 광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격할 대한민국의 야구대표팀 24명의 명단이 발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엔트리에 무척이나 만족하는 편입니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두 달 후 우리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참조 - AG 야구대표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많은 분들이 윤석민과 양현종의 발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시더군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투수들 가운데 국제대회의 선발로 믿고 내세울 수 있는 선수로 윤석민을 제외하면 딱히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시즌 종료 후 1달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완벽해진 모습으로 대표팀에 합류하길 기대합니다.

 

양현종의 경우는 개인적으로도 딱히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4명의 좌완 투수 중 한 명이고, 구위 하나는 최고를 다툴 수 있는 선수이지요. 당장 후반기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윤석민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시즌 초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병역 혜택을 주기 위해 일부러 실력이 아닌 나이에 중점을 두고 선발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비하면 이번이 좀 더 신뢰가 가는 멤버들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무리 잘 뽑아도 탈락해서 아쉬운 선수들은 존재하기 마련이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1. 홍성흔(롯데)

 

올 시즌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좋은 타격을 보여준 선수는 바로 이대호와 홍성흔이죠. 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수비 포지션이 걸림돌이 되는 바람에 홍성흔은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습니다. 홍성흔이 그라운드 위의 그 어떤 수비 포지션도 소화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대표팀 엔트리는 24명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수비가 불가능한 선수를 뽑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 이미 김태균(1루수)과 이대호(지명타자)가 사실상 주전 자리를 굳힌 가운데 홍성흔을 대타 요원으로 뽑을 수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올 시즌 홍성흔이 보여준 클러치 능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2. 나주환(SK)

 

시즌 개막 전부터 이번 대표팀의 유격수로 누가 뽑히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죠. 군필자인 손시헌의 승선이 유력했던 가운데, 미필 4인방 중 누가 손시헌의 백업이 되느냐를 놓고 야구팬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그 자리는 유격수 중 최고의 타격을 자랑하는 강정호(넥센)가 차지군요.

 

미필 4인방 중 송광민(한화)은 부진한 성적 끝에 영장이 날아와 대표팀 선발의 꿈이 사라졌고, 박기혁(롯데)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WBC 참가의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했죠. 하지만 이들의 경우 엄밀히 말해 기량 자체가 대표급은 아니었기에 크게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주환은 다릅니다.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도 크게 손색이 없는 카드지요. 하지만 수비는 손시헌에게 약간 미치지 못하고, 타격은 강정호보다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 나주환의 선발을 막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타격은 손시헌과 비슷한 상황. 그렇다면 백업 멤버로서 대타로의 효용가치가 높은 강정호가 뽑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맘이 크게 남을 것 같네요. 올 시즌 성적이 작년만큼만 되었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84년생인 나주환에게 이번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찬스였습니다.

 

3. 손승락(넥센)

 

대표팀의 주전 마무리는 언더핸드인 정대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굳이 우완 오버스로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안지만이나 송은범이 그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들 중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마무리로 활약한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각 팀의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여준 것은 손승락이었지요.

 

손승락의 경우는 성적이 비슷하다면 미필자를 뽑는다는 내부 원칙에 따라 선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이미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쳤으니까요. 그러나 송은범이나 윤석민 대신 손승락을 뽑았어도 거기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양현종이 아닌 나성범(연세대)을 뽑고 김명성(중앙대) 대신 손승락을 선발하는 방법도 있었지요.

 

물론,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손승락의 몫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가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지지 못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멋지게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4. 조인성(LG)

 

타율 .32226홈런 100타점. 올 시즌 현재까지 조인성이 기록 중인 성적입니다. 강민호(21홈런 67타점 .312)를 능가하는 포수 최고 성적일뿐더러, 모든 타자들 중에서도 롯데의 다이나믹 콤비를 제외하면 단연 최고랄 수 있는 엄청난 타격 기록이지요. 하지만 그 조인성은 위대한 선배와 앞날이 창창한 후배에게 밀려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습니다.

 

조인성도 나름 화려한 국가대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죠. 연세대 재학시절 96 애틀란타 올림픽 대표로 뽑혔었고, 이후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1 WBC에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었고, 같은 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는 강민호와 더불어 대표팀의 안방을 지켰습니다.

 

기술위원회는 박경완의 경험과 노련함, 그리고 강민호의 젊음, 이 두 가지를 모두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인성 역시 경험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으며, 적어도 올 시즌 보여주는 타석에서의 폭발력은 강민호 이상이었죠. 조인성-강민호의 조합도 크게 나쁘진 않다는 점에서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조인성의 탈락은 조금 아쉽습니다.

 

5. 조정훈(롯데)

 

이미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선수를 거론해서 뭐하겠냐 만은, 오른손 선발 투수가 절실하다 보니 조정훈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분명 지난해 후반기부터 올 시즌 초까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우완 선발은 조정훈이었으니까요.

 

그가 특유의 포크볼을 무기로 국제무대에 나섰다면 상당히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에, 그의 빈자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완전치 못한 몸으로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무리를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수술로 나타나고 말았지요. 85년생인 조정훈 역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가능성이 크기에, 남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6. 차우찬(삼성) – 고원준(넥센)

 

데뷔 5년차가 되어 비로소 자신의 기량을 맘껏 발휘하고 있는 차우찬과 넥센의 작은 괴물고원준. 둘 다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성적과 기량만 놓고 보면 대표팀에 선발되어도 크게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차우찬이라면 양현종 대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충분하지요. 고원준이 우완 선발로 발탁되어 윤석민을 대신해 합류했다면, 그 또한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번 대표 선발 과정에는 프로 경험이 일천하거나, 올 시즌 갑자기 반짝한 선수는 뽑지 않는다는 또 하나의 내부 원칙이 있었던 듯 보입니다. 차우찬과 고원준은 바로 그러한 케이스에 속하는 것이지요. 손아섭(롯데)과 최진행(한화), 이성열과 양의지(이상 두산) 등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요.

 

2~3년 정도 꾸준하게 좋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은 대부분 선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조동찬과 김강민의 경우는 올 시즌 기량이 만개하긴 했지만, 그 동안 적지 않은 프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지요.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 가운데 1군 경력이 3년 이하인 선수는 투수인 고창성이 유일합니다. 그를 제외하면 모두 프로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선수들을 선발했지요.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 시즌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차우찬이나 에이스급 투수들과 직접 맞붙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고원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들은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않아, 차후 부상자가 생기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 없으니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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