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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어리석은 KBO, 멍청한 롯데, 경솔한 가르시아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14.

올 시즌 내내 욕을 바가지로 먹어 온 KBO가 정규시즌 막판까지도 큰 건수를 하나 터뜨려주는군요.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가르시아에 대한 징계 수위가 팬들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이번 사건을 돌이켜보면 죄다 씁쓸한 기억들 뿐이라, 더욱 아쉬움이 크네요.

 

어리석은 KBO – 볼 판정 항의가 도박보다 큰 죄?

 

가르시아의 추가 징계는 이미 예상이 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기에서 퇴장만 당해도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최소한의 징계는 내려지는 것이 규정이니까요. 게다가 5월에 한 번 퇴장 당한 경험이 있는 가르시아니, 가중처벌이 내려질 것이 뻔했죠.

 

하지만 그래 봤자 벌금형 정도, 굳이 추가된다면 3~5경기 정도 출장금지 정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르시아에게 내려진 징계는 벌금 300만원과 잔여경기(7경기) 출장금지였죠. 잔여경기라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물론 남은 경기수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잔여경기라 표현한 것이겠지만, 롯데가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다면 10경기 이상 출장금지의 징계가 될 수도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음주운전 뺑소니사고를 일으킨 이용찬(두산)에 대한 징계도 같은 날 함께 발표가 되었죠. 그리고 그 내용은 벌금 500만원과 잔여경기(9경기) 출장금지였습니다. 남은 경기수가 두산이 2경기 더 많았다는 걸 제외하면, 고작 벌금 200만원의 차이였죠. 살인미수나 다름 없는 음주운전, 그것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범죄자와 경기 중 심한 항의를 한 탓에 퇴장 당한 가르시아의 차이가 고작 그 정도였다는 점입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이 분노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죠. 5경기 이상 출장정지라면 그것은 상당한 중징계에 속합니다. 가르시아가 그 정도 처벌을 받을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2번째라 가중된 징계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참고로 작년 3월 인터넷 카드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채태인(삼성)과 오상민(LG)에게 내려진 징계가 벌금 200만원과 5경기 출장금지, 그리고 유소년 봉사활동 48시간이었죠. 봉사활동 명령은 죄질에 따른 추가 징계라 치면, 가르시아에게 내려진 징계의 수위가 도박보다 심하고 살인미수보다 조금 덜한 정도라는 것이지요.

 

올 시즌의 상벌위원회는 이상일 KBO 사무총장을 비롯해, 5명의 경기운영위원(윤동균, 유남호, 김재박, 김호인, 허운), 이상국 KBO 총재특별보좌역, 김종 ()한국야구발전위원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팬들에게 존경 받는 야구인도 있지만, 바로 지난해 스포츠맨십을 벗어난 행위로 지탄을 받은 사람도 있고, 왕년의 범죄자(누군지 아시죠?)도 있지요.

 

자격이 의심스러운 자들이 포함되어 있는 위원회가 내린 징계, 무엇보다 도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은 이들보다 더 심한 징계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의 주범과 큰 차이가 없는 징계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지요. 아무리 심판의 권위가 존중되어야 하고, 가르시아의 습관성 항의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번 수위는 넘지 말았어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징계는 정말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멍청한 롯데 구단 가르시아의 징계, 아무런 대응 없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기 중 퇴장을 당하면 곧바로 출장금지의 징계가 내려집니다. 그쪽 동네는 그런 부분에 대한 대응이 좀 더 강경한 편이죠. 하지만 구단에서도 결코 가만있지 않습니다. 곧바로 구단 변호사와 각종 자료들을 동원해 사무국 측에 재심사를 요구하지요. 그럼 보통 징계 수위가 조금 줄어들곤 합니다. 징계를 떠나서 구단이 소속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하지만 롯데는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가르시아가 잔여시즌 출장금지 처분을 당했음에도 이에 대한 대응이 없습니다. 아니, 가르시아가 자신에게만 스트라이크 존이 유독 넓게 적용된다는 것을 두고 불만을 표출하던 당시에도 구단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얼마전 <야구타임스>를 통해 글로 표현한 적도 있지만, 가르시아의 불만을 알고 있다면 그건 롯데의 구단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을 했어야 했습니다. 정말 심판들이 가르시아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가르시아가 그 때문에 심각한 손해를 보고 있는지, 그것을 구단에서 가지고 있는 각종 비디오 자료의 분석을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관련글-클릭)

 

그래서 정말 가르시아가 손해를 보고 있다면 당연히 구단 차원에서 KBO와 심판들을 향해 정식으로 의의를 제기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분석해본 결과, 그것이 단순히 가르시아의 부진한 타격에 다른 피해의식이었다면, 즉 실제 심판의 판정은 공정했다면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구단에서 가르시아에 대한 단속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구단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결국 2번째 퇴장을 사실상 방조하고 말았죠. 그리고 가르시아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징계가 내려진 지금에도 별 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당연히 가장 크게 반발하고 앞장서서 KBO 측에 항의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리도 고상한지 입 다물고 공식적인 멘트 조차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대체 롯데라는 구단은 누굴 위해 있는 구단일까요? ‘팬들이 자이언츠는 사랑하지만 롯데는 싫어한다는 말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르시아가 용병이라 하더라도, 또 당장 내년에는 팀에서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하더라도, 현재는 엄연히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선수입니다. 그 선수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은 구단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멍청한롯데 구단은 그것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경솔했던 가르시아 팬들을 먼저 생각했어야

 

롯데가 가만히 있자 결국 분노한 가르시아가 먼저 움직였습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O의 이번 징계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또 문제가 되어 KBO에서 추가징계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KBO가 나에게 7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한국 심판들은 미국 심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KBO가 심판들의 실수를 보려하지 않는다

 

롯데가 먼저 강하게 나섰다면 가르시아가 이렇게 개인적인 제스쳐를 취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잔여경기 출장금지의 징계를 당한 가르시아는 여기에서 징계 수위가 더 커진다면 포스트시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가르시아는 롯데의 유일한 좌타거포입니다. 아무리 타율이 낮고 최근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하더라도, 그가 중심타순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대 팀은 투수 운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롯데 팬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롯데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가르시아의 역할도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죠.

 

물론, 어리석은 데다가 겁쟁이이기도 한 KBO가 감히 포스트시즌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형태의 추가 징계는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껏해야 벌금이 추가되거나, 내년시즌의 경기 출장금지 정도가 더해지겠지요. 다만, 행여나 모를 가능성을 남겨주었다는 것, 이미 자신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KBO에게 먹음직한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아쉬울 뿐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억울하더라도, 팬들을 생각해서 좀 참아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게다가 올 시즌은 유독 미니홈피나 트위터에 관한 이슈들이 많았던 시즌이었죠. 앞선 문제에선 구단에 맡겨두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KBO가 자신들이 언급되었다고 직접 나선다는 것은 웃길 뿐이지만, 어쨌든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 일에 대한 KBO의 대응과 롯데 구단의 반응이 궁금할 뿐입니다. KBO가 이를 빌미 삼아 추가 징계를 내린다면, 그리고 롯데가 가르시아가 징계를 받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번에는 나서서 구단 자체적으로 가르시아에게 징계를 내린다면, 그건 정말 더 큰 실망의 연속일 것 같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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