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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선수협의 ‘이용찬 징계에 대한 사법투쟁’을 지지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16.

어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권시형 사무총장이 최민규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용찬에 대한 두산의 자체 징계에 대해 사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를 두고 말들이 많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선수협과 권 사무총장의 이러한 대응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음주운전이용찬을 감싸기 위함이 아니다!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네요. 일부 팬들은 이러한 선수협의 움직임이 마치 이용찬 감싸기인 것처럼 받아들이시더군요. 하지만 이 일의 본질은 그런 것(이용찬 감싸기)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선 말씀 드리고 싶군요. 이 일은 이용찬이라는 범죄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이 일의 본질은 아직 사법기관에서의 선고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이 먼저 징계를 내릴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징계의 방식이 연봉 동결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이 차이를 이해해야만 합니다.

 

전 음주운전이라면 치가 떨리는 사람입니다. 전 앞선 글에서도 이용찬의 죄인 음주운전’을 두고 살인미수라고 표현했었지요. 그만큼 이용찬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용서 없이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1차적인 처벌은 사법기관에서 내려지겠지요. 그리고 그가 널리 알려진 프로야구 선수라는 점을 감안해 2~3차적인 징계를 KBO와 구단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내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2~3차적인 징계여야겠지요. 아직 이용찬에 대한 사벅기관의 정확한 처벌은 내려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구단과 KBO는 자체징계를 마친 상황이죠. 순서가 완전히 어긋났다는 뜻입니다. 사법기관의 징계가 내려지길 기다린 후, 그 다음이 KBO, 그리고 마지막이 두산 구단이 되어야 할 텐데, 그 순서가 완전히 반대로 된 것이지요.

 

이렇게 징계 순서가 어긋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산과 KBO가 자신들이 먹을 욕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먼저 움직인 거죠. 이용찬의 잘못은 구단과 프로야구 전체 이미지에도 훼손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구단과 KBO는 이용찬 한 명에게 모든 잘못을 몰아간 후, 자신들을 향할 비난의 화살을 미연에 방지해보겠다고 발악을 한 것이죠.

 

비겁한 두산 구단, 징계 방식이 잘못됐다!

 

일단, 순서야 어찌되었건 두산이 구단 차원에서 이용찬에게 자체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연봉 동결이라뇨, 대체 어디에서 나온 발상인지 궁금하네요.

 

이용찬은 범죄자이니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팬들이 계시던데요, 그건 완전히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민주주의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각이지요.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에 합당한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그 순서와 징계 수위, 그리고 방식까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겠죠.

 

어떤 편의점에서 2명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칩시다. 한 명은 평범한 대학생이고, 다른 한 명은 과거 음주운전 사고로 수감된 적이 있는 전과자라고 가정하죠. 2명은 같은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생에게는 100만원을 주고, 전과가 있는 사람에게는 넌 전과자니까 반만 받아라며 50만원만 주는 것이 말이 되나요?

 

아예 전과자이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걱정이 들어 취직 자체를 허락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을 시키고서도 돈을 적게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이번 이용찬에 대한 두산의 징계가 바로 그러한 것이지요. ‘연봉동결이라는 것은 구단이 지들 맘대로 내릴 수 있는 징계의 수위를 벗어난 겁니다.

 

두산이 이용찬에게 내린 징계는 벌금 500만원과 사회봉사활동 200시간, 그리고 연봉 동결입니다. 앞의 2가지는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이용찬이 올 한 해 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흘린 땀의 대가인 연봉이 동결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두산이 만약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리고 싶었다면 아래처럼 해야 했습니다.

 

벌금 500만원과 사회봉사활동 200시간, 그리고 내년시즌 50경기 출장금지

 

출장금지 기간 동안 선수는 연봉을 받지 못합니다. 이용찬이 정당한 선에서 연봉 협상을 하여 내년에 올해(5900만원)보다 많은 1억원의 연봉이 책정된다 하더라도, 실제로 받는 액수는 크게 줄어들지요. 적어도 선수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를 내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출장금지라는 방식을 들고 나와야 했습니다.

 

그러나 두산은 그렇게 하지 않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장 내년 시즌에 이용찬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팀 성적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두산의 노림수는 뻔합니다. ‘사회적인 비난의 화살은 이용찬에게 모두 돌리면서효과적으로 이용찬에게 큰 손해가 될 만한 징계를 내리는 것, 그러면서 구단은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죠.

 

두산은 이번 이용찬의 사고에 대해 별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올해의 잔여시즌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두산의 입장에선 그리 큰 타격도 아니었지요. 다들 착각하고 계시던데, 이용찬이 KBO로부터 받은 징계는 남아 있는 정규시즌 출장금지였지, 포스트시즌까지 뛰지 못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이용찬은 포스트시즌을 대비해서 2군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다지고 있다는 걸 보고도 모르시겠습니까?

 

결국 두산과 KBO의 징계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던 겁니다. 두산은 구단 차원에서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가르시아에게는 2번째 퇴장이라며 필요 이상의 징계를 내린 KBO가 최근 1년 사이에 2번째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두산 구단 측에는 아무런 재제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KBO상벌위원회가 얼마나 가소로운 조직인지 여기에서 또 한 번 알 수가 있지요.

 

두산은 아무런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포스트시즌은 확정되었고, 3위도 사실상 결정된 상황. 그렇다면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일찌감치 이용찬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여 2군 경기에 등판시키고, 행여나 내년 시즌에도 그 여파가 미칠까 싶어 연봉동결이라는 겉으로 보기에 매우 강하게 보이는 불법적인 징계를 내리면서 팬들의 눈을 속이려 한 것이지요.

 

선수협과 권 사무총장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파고든 것입니다. 이용찬이라는 선수에 초점이 맞춰진 대응이 아니라, 구단의 저와 같은 비열하고도 비겁한 행태 자체를 꼬집기 위해 들고 일어선 것이지요. 선수협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이용찬의 경우는 죄질이 매우 나쁜 경우지만, 이번과 같이 연봉동결이 하나의 징계로서 선례를 남겨선 안 됩니다. 그러면 앞으로도 그걸 악용하는 구단이 반드시 나올 겁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개인적인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사법기관 외의 추가적인 징계를 KBO와 구단으로부터 받는 것은 그들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야구계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 손해를 선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건 우습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선수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프로야구 선수이기 때문에’ 2차적인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그 소속 구단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 합니다.

 

선수들이 프로야구 선수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 구단 역시 선수들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하고 관리할 의무와 책임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정수근의 경우와 이번 이용찬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 구단들은 자신들만 살아 보겠다고 모든 책임을 선수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비겁한 구단들의 행태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죠.

 

이용찬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말은 합당하지 않은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산의 이번 자체 징계는 너무나 비겁하고 비열했습니다. 선수협 측의 강력한 대응을 열렬히 지지하는 바이며, 이번에야말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로 삼길 기대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선수협,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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