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다. 29일부터 시작되는 가을 잔치는 모든 야구팬들을 즐겁게 만드는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기록의 스포츠인 야구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기록을 따로 계산한다. 지금부터 과거 가을 잔치를 뜨겁게 달궜던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들을 만나본자.
<타자 부문>
▶ 최다 출장 경기 - 김동수, 박진만(74경기)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김동수는 신인 시절이던 1990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처음 경험한 이후 지난 2006년까지 모두 10번이나 가을잔치 무대를 밟았다. 74경기나 출장한 그는 7홈런 30타점 .248의 기록을 남겼다. 삼성의 내야수 박진만도 2008년까지 11번의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74경기에 출장했다. 박진만의 경우는 올해도 삼성의 3루수로 플레이오프에 출장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기록 달성이 예상된다.
전준호, 양준혁, 김종훈(이상 72경기), 박재홍(69경기), 김민재, 이만수(68경기) 등이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으며, 66경기에 출장 중인 김동주(두산)와 홍성흔(롯데)의 경우 소속팀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 가능성도 있다.
▶ 전준호 - 최다 타석, 타수, 2루타, 득점, 희생번트 1위
포스트시즌 기록을 논하자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작년을 마지막으로 프로 무대를 떠난 전준호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의 신인이었던 지난 1991년부터 포스트시즌 무대를 경험했던 전준호도 김동수와 마찬가지로 10번이나 가을 잔치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만 통산 72경기에 출장해 306타석 254타수 62안타(.244) 36득점 17득점 12도루를 기록했다. 2루타도 14개나 때려냈으며,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많은 희생번트(15개)를 때려내 팀 승리에 공헌하기도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가을 기록의 사나이’ 중 한 명이다. 올해는 삼성의 박진만(292타석 232타수)과 박한이(34득점)가 전준호의 기록에 도전한다.
▶ 최다안타 - 홍성흔(72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는 롯데가 홍성흔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의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과 ‘실적’ 때문이다. 8번 가을잔치에 참여한 홍성흔은 66경기에서 237타수 72안타(.304)를 기록하여 2위인 김동주(65개)를 따돌리고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최다루타(103) 부문에서도 김재현(102)을 따돌리고 1위에 올라 있으며, 현재 34타점을 기록하고 있어 이 부문의 기록(36개) 경신도 가능하다. 만약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지난해 준PO에서의 부진(15타수 3안타)을 씻어내는 맹활약으로 롯데를 한국시리즈로 견인한다면, 전준호를 뛰어넘는 ‘가을 기록의 사나이’로 등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 홈런 - 우즈(13개)
가장 관심이 가는 홈런 부문은 한국에서 5년 동안 뛰는 동안 4시즌이나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두산의 전 외국인 선수 타이론 우즈의 차지다. 우즈는 31경기에서 무려 13개의 홈런을 때려내 이 부문 2위인 이승엽(40경기 12개)를 따돌리고 1위에 올라 있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는 SK의 김재현과 박재홍이 9개씩으로 심정수, 김성한과 함께 3위에 올라 있다. 현실적으로 올 가을에 새로운 기록이 달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 타점 - 김한수(36개)
2007년을 끝으로 은퇴한 전 삼성의 올스타 3루수 김한수가 이 부분 1위다.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 축이었던 한대화 현 한화 감독과 포스트시즌만 되면 유독 좋은 활약을 펼쳤던 김종훈(전 삼성)이 34개로 2위다. 현역 중에는 홍성흔과 박재홍이 마찬가지로 2위에 올라 있어 이번의 활약상에 따라 1위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 도루 - 이순철(19개), 3루타 - 정수근(5개)
도루 부문에선 한국 프로야구의 원조 ‘대도’ 이순철의 기록을 그의 은퇴 후에도 넘어선 선수가 없었다. 이종범이 17개로 2위, 비극의 주인공이 된 이호성이 16개로 3위다. 12개로 4위에 올라 있는 전준호는 10번의 도루 실패를 기록해 이 부분 최다의 불명예 또한 겸하고 있다. 현역 선수 중에는 두산의 이종욱이 10개로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새로운 기록 타생을 위해선 조금의 기다림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발 빠른 선수가 아니면 어지간해선 만들어내기 힘든 3루타는 정수근이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를 제외하곤 3개를 기록한 선수도 이명수(전 OB, 현대) 한 명 뿐이기에, 이 기록 역시도 쉽게 경신되기 어려워 보인다.
▶ 볼넷 - 양준혁(48개), 삼진 - 박경완(68개)
‘양신’ 양준혁은 사실 그 명성에 비해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이 .258에 불과할 정도로 가을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하지만 ‘걸어나가는 능력’만큼은 가을에도 여전히 빛났다. 무려 48번이나 걸어나간 양준혁은 김동주와 박재홍(이상 39개)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SK의 박경완은 그다지 좋지 않은 삼진 부분에서 최다 기록 보유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번이나 가을잔치 무대를 밟은 박경완의 통산 타율이 1할대(.190)에 머물러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위가 은퇴한 심정수(57개), 3위가 전준호(49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록은 앞으로 난공불락의 기록으로 오래도록 남을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박경완은 정규시즌에서도 통산 1,588개나 되는 삼진을 당해 이 부문 1위다.
▶ 타율 - 박정권(.423)
포스트시즌에서 50타석 이상 출자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타율 1위는 2번의 포스트시즌에서 18경기에 출장해 52타수 22안타로 .423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SK의 ‘가을 남자’ 박정권이다. 2위는 ‘안타제조기’라는 명성이 아깝지 않은 장효조가 1위다. 그는 6번 출장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103타수 37안타를 기록해 .359라는 고타율을 남겼다. 기준을 100타석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면 장효조가 단연 1위다.
서정환(81타수 29안타 .358)이 간발의 차로 장효조의 뒤를 따르고 있으며, 전상렬(84타수 30안타 .357)과 전 빙그레의 강타자 이정훈(122타수 43안타 .353),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강렬한 이상을 남긴 전 롯데의 외국인 선수 호세(37타수 13안타 .351)까지가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가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 출루율 - 호세(.529), 장타율 - 박정권(.827)
호세는 롯데에서 4년 동안 뛰면서 단 한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했다. 그 당시 12경기를 뛰면서 남긴 기록이 37타수 13안타 4홈런 9타점 14볼넷 .351/.529/.703(타율/출루율/장타율)의 엄청난 성적이다. 출루율 2위는 타율 1위인 박정권(.456)이며, 두산의 오재원(.443)도 좋은 기록으로 3위에 올라 있다.
박정권은 장타율 부문에서도 .827이라는 높은 수치로 1위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세의 기록은 2위에 해당하며 우즈(.612)가 3위다. 최소 타석 기준을 100타석으로 상향조정한다면 출루율은 장효조(.422), 장타율은 우즈가 최고다.
<투수 부문>
▶ 최다 출장 경기 - 이혜천(41)
재작년까지 두산 소속이었던 이헤천은 8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무려 41경기에 등판했다. 2008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가을잔치에서 3경기에 선발 등판하기도 했으나 3.06의 좋은 평균자책을 기록하고도 2패만을 기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혜천은 포스트시즌 통산 5승 2패 4홀드 평균자책 3.55를 기록 중인 ‘가을 사나이’ 가운데 한 명이다. 이 부문 2위가 33경기에 등판한 조웅천(은퇴, 전 SK)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쉽게 경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역 선수들 중에는 SK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이승호가 24경기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 정민태 - 선발등판 회수(18), 투구이닝(115⅓), 다승(10승) 1위
지금은 넥센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정민태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도 화려한 기록을 남긴 주인공이다. 6번 초대받은 가을 잔치에서 18번이나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투구이닝과 다승에서도 각각 1위에 올라 있다. 포스트시즌 통산 10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11의 너무나도 화려한 성적을 남긴 그는 ‘가을야구의 사나이’라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정민태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팔색조’ 조계현(15회)이며, 올해를 끝으로 전설로 남게 될 한화의 송진우가 103⅓이닝을 소화해 투구이닝 2위에 올라 있다. 다승 부문에는 해태 출신의 선동렬과 조계현이 나란히 8승으로 2위, 7승의 송진우는 4위다. 현역 선수 중에는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84⅓이닝을 던져 6승(5패)을 기록 중인 삼성의 배영수가 3부문에서 모두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 송진우 - 최다 피안타(101개), 실점(58), 자책점(52)
정민태와는 반대로 송진우는 조금 불명예스러운 세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그는 포스트시즌 사상 가장 많은 안타를 내주고 가장 많은 점수를 허용한 장본인이다. 평균자책점도 4.53으로 자신의 통산기록인 3.51보다 한참이나 높고 승(7)보다 더 많은 패(8)를 기록해야만 했다. 물론 그 만큼 많은 경기에 출장한 결과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투구 내용에서도 그다지 빼어났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최다 패 - 김시진, 김진웅(9패)
한국 프로야구의 초창기를 주름잡았던 김시진 현 넥센 감독과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등장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김진웅(전 삼성)은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끔찍한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김시진은 5번의 포스트시즌에서 12번 등판해 단 1승도 없이 9패만을 떠안았고, 김진웅은 6번의 포스트시즌에서 18번 등판해 1승 9패를 기록했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은 것도 있지만, 평균 자책점이 각각 5.14와 6.90으로 매우 저조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김시진 감독의 경우는 정규시즌에서의 그 뛰어난 성적에 비해 가을만 되면 너무나도 초라해지는 ‘가을 타는 남자’였다.
▶ 탈삼진 - 선동렬(103개)
92⅓이닝동안 103개의 탈삼진을 솎아낸 선동렬이 유일하게 세 자릿수 기록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10.04에 달하는 9이닝 당 탈삼진 개수도 3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 가운데 구대성(10.38)에 이은 2위. 해태의 9번 우승 가운데 6번을 직접 이끌어냈던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8승 3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했다. 탈삼진 2위는 78개의 정민태다.
▶ 볼넷 - 김정수(62개)
‘까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해태 출신의 투수 김정수도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다만 100⅓이닝동안 허용한 62개의 볼넷은 조금은 부끄러운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통산 2.87의 수준급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피안타율이 .214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통산 7승 6패의 성적을 남겼으며, 이 부분 2위는 51개의 김상엽(전 삼성)이다.
▶ 세이브 - 구대성(10세이브)
정규시즌 통산 214세이브로 김용수(227세이브)에 이어 역대 2위에 올라 있는 구대성은 5번의 포스트시즌에서 10세이브를 기록해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위는 8개의 조웅천, 3위는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수호신으로 거듭난 임창용(7개)이다. 구대성도 한국을 대표하는 ‘큰 경기의 사나이’답게 포스트시즌 통산 4승 3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56의 출중한 성적을 남기고 있다. 현역 1위인 오승환(5세이브)이 앞으로 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 평균자책점 - 신철인(0.84)
포스트시즌에서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현재 넥센 소속인 신철인이다. 6번의 포스트시즌에서 구원투수로만 19번 등판한 신철인은 32⅓이닝 동안 단 3자책점(4실점)만 허용하는 짠물 피칭으로 3승 1패 2홀드의 수준급 성적을 기록했다. 2위는 4승 무패 2세이브의 기록을 남긴 전 해태 투수 문희수(0.95), 3위는 롯데에서 뛰었던 에밀리아노 기론(1.08)이다.
투구이닝 기준을 60이닝 이상으로 상향조정한다면 이 부분 1위는 정민태(2.11)가 된다. 2위는 선동렬(2.24)이며, 마찬가지로 ‘해태맨’이었던 조계현(2.36)이 3위다. 강팀들만 출장하는 포스트시즌에서 100이닝 이상을 투구하고도 2점대 극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정민태의 활약상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 완투 - 최동원, 김일융(이상 4회), 완봉승 - 염종석(2회)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따내며 소속 팀 롯데를 정상으로 이끈 최동원은 당시 1,3,5,7차전에서 완투 경기를 펼쳤었다. 그 중 5차전은 완투패였으며, 나머지 1승은 6차전에서 구원등판해 5이닝을 던지고 거둔 승리였다. 당시 최동원에 맞서 삼성 소속으로 팀이 거둔 3승을 홀로 책임졌던 김일융도 84년과 86년 두 번의 포스트시즌에서 총 4번의 완투를 기록했다. 이 두 명을 제외하면 3번을 기록한 선수조차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2번의 완봉승을 거둔 선수는 염종석(전 롯데)이 유일하다. 1992년 만 19세의 나이로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염종석은 준PO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6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의 기록을 남겼는데, 그 중 2번이 완봉승이었다. 염종석을 제외하면 18명의 투수들이 1번씩의 완봉승을 기록했고, 그 중에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완봉승의 주인공인 로페즈도 포함되어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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