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준PO 3차전] 애증의 왈론드, 벼랑 끝 두산을 구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
6-5의 스코어로 두산의 한점 차 신승! 홈에서의 2패로 벼량 끝에 내몰렸던 두산 베어스가 힘든 경기 끝에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잡아내며 대반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당장 4차전의 선발 투수가 걱정이긴 하나, 일단 3차전을 이기고 탈락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요.


역시 롯데의 경기는 항상 일반적인 예상을 벗어나면서도 극적이네요. 문제는 이번 준PO에서는 두산이 거기에 화답하며 확실한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3차전은 내용이나 결과에서 모두 정말 특이하고도 평범하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두산이 이기긴 했지만, 승리한 두산이나 패한 롯데나 4차전을 앞두고 골치가 좀 아플 것 같은 그런 내용의 시합이었죠.


■ 롯데의 강타선은 '양날의 검'


롯데의 타선은 두 말할 것 없는 리그 최고의 강타선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타선에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약점은 그건 타자들의 기술이나 능력보단 정신력과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죠.


올 시즌 내내 롯데 경기를 많이 보신 팬들은 이해하실 겁니다. 롯데가 1회에 득점한다는 것은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연속 안타나 홈런 등으로 손쉽게 점수를 내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롯데가 올 시즌 당한 '어이없는 패배'의 전형이 바로 1,2회에 쉽게 점수를 낸 후, 이후 방망이가 침묵하면서 경기 중반에 그 점수를 따라잡히고, 막지막엔 불펜의 방화로 지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경기 초반에 쉽게 득점에 성공하면,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집중력을 상실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타석에서 말이지요.


롯데는 상대 선발이 만만하다 싶으면 타자들 전체의 극단적으로 스윙이 커지는 팀입니다. 그 큰 스윙이 오히려 약이 되어 계속해서 투수를 두들겨 대량득점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상대 투수의 컨디션을 살려주는 달랍지 않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문제지요. 2차전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부분이, 이번 3차전에서는 극단적인 약점으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은 오히려 경기 초반 득점에 실패했을 때, 후반으로 가면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지요.


1회부터 심하게 흔들리던 홍상삼을 수렁에서 건져준 것은 조성환의 주루사, 그리고 이대호와 홍성흔의 연속 삼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얻은 2점은 조성환의 기분을 들뜨게 했고, 다소 어이 없는 공에 이대호의 방망이가 나가게 만들었습니다. 이어진 2~3회에도 타자들은 풀스윙으로 일관하며 홍상삼을 살려주고 말았지요. 홍상삼은 점점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고, 이종욱의 솔로 홈런이 나오자 그제서야 점수차가 크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선수들은 점점 부담을 느끼게 되고, 타석에서의 성급함과 수비 실책은 그럴 때 나오게 되지요.


홍상삼은 9이닝당 5개 이상의 4사구를 허용하는 선수입니다. 참고 기다리기만 해도 2이닝 당 1번 꼴은 걸어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롯데는 4회까지 단 한 명도 걸어나가지 못했지요. 4회초의 대량실점은 그러한 흐름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이종욱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1점차가 되자, 경기가 롯데에게 절대 유리한 흐름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롯데는 역대 최고 수준의 엄청난 공격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걸 100% 살리는 팀은 아닙니다. '기다림과 절제의 미학'을 깨닫지 못한다면, 언제든 그 공격력이 스스로의 목을 죄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집중력의 저하'라는 달갑지 않은 부록과 더불어서 말이죠. 롯데가 앞으로도 계속 이겨나가기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 분위기를 빼앗아 온 황재균과 로이스터 감독


4회에 역전을 허용한 롯데는 5회에도 1점을 더 내주며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올 준PO의 롯데는 다르더군요. 5회말 다시금 흐름을 가져오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빼아아온 주인공은 솔로 홈런으로 3점차를 만든 전준우가 아니라, 볼넷을 얻어낸 황재균, 그리고 김주찬에게 번트를 지시한 로이스터 감독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강타 한방으로는 홍상삼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진짜 필요한 건 볼넷이었죠. 황재균이 안타를 치고 나간 것 보다 볼넷으로 나간 것이 오히려 좋은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이 스윙이 커질대로 커진 김주찬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면서 분위기를 다시금 롯데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죠. 다행히도 김주찬은 환상적인 번트를 댔고, 거기서 수비의 실책까지 나오면서 무사 주자 1,3루가 되었으니까요.


3점차였음에도 강공을 선택하지 않고 번트를 지시한 로이스터 감독의 선택이 정말 탁월했다고 봅니다. 그 결과 롯데 타자들이 다시금 집중력을 찾을 수 있었고, 예기치 못한 실수를 한 두산 수비진이 다시금 흔들리고 말았죠. 황재균의 주루 플레이도 정말 좋았고요. 야구에서 흐름은 이렇게 빼앗아오는 것이죠.


홈런이 '야구의 꽃'이긴 하나, 팽팽하게 밀고 당기기를 할 때 그 균형을 깨는 것은 볼넷처럼 좀 더 작은 것입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이나 좋은 주루 플레이가 곁들여지면 더욱 좋지요. 5회말 공격에서 롯데가 그것을 제대로 보여줬네요. 단, 그렇게 흐름을 가져왔음에도 역전에 실패한 것은 중심타선이랄 수 있는 4~7번 타자들의 스윙이 여전히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대호와 강민호! 그들의 집 나간 집중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죠.


■ 두산을 괴롭힌 지긋지긋한 병살타


두산은 거의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습니다. 그렇지만 득점에 성공한 것은 4회와 5회 뿐이었죠. 찬스 때마다 지긋지긋하게 이어진 병살타가 번번이 두산의 득점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1회에 김현수의 병살타부터 시작해, 2회에는 손시헌, 7회에는 김동주, 8회에는 또 다시 손시헌이 병살타로 찬스를 날렸습니다. 한 경기 4개의 병살타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기록이죠. 두산은 1,2차전에서도 각각 최준석과 손시헌의 병살타로 아쉽게 찬스를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위기를 병살로 막아낸 롯데 투수들과 수비진을 칭찬해줘야 할 지, 아니면 그 많은 찬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찬스를 무산시킨 두산 타자들을 원망해야 할 지 알 수 없네요. 손시헌은 3차전까지 5개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렸지만, 병살타도 3개나 기록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김경문 감독의 선택에는 조금의 의문점이 남습니다. 3차전에서 손시헌의 컨디션은 분명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타석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몇 차례 실수가 있었죠. 비록 안타와 타점이 하나 있었다곤 하지만, 1점차로 앞서 있는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손시헌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은 것은 조금 예상외였습니다. 이어지는 타자가 양의지와 이원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지요.


전반적으로 이번 준PO에서 김경문 감독의 각종 선택과 작전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단순히 결과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선택을 한 순간부터 의아하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이 바닥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은 사실이지요.


■ 두산을 구한 MVP 왈론드의 호투


분위기가 롯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수 있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왈론드. 올 시즌 성적은 물론 롯데전 상대전적(방어율 6.00)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또 다시 김경문 감독의 투수 운용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헌데 그 불안하게 보이던 왈론드가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벼랑 끝에 몰린 두산을 구해내는군요.


사실 왈론드의 구위가 손도 데지 못할 만큼 압도적이었거나, 기가 막힐 정도의 완벽한 컨트롤을 자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 1회 이후 계속해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인 롯데의 중심 타자들을 제압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하위타선의 분발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롯데의 중심타자들은 이미 떠나버린 집중력을 끝내 찾아오지 못했으니까요.


시즌 내내 '미운 오리 새끼'마냥 두산 팬들의 애증의 대상이었던 왈론드. 뭔가 될듯 하면서도 마지막에 가서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 항상 아쉬움을 남겼던 그가 정말 중요한 순간에 두산에 승리를 안기는군요.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왈론드가 3.2이닝이나 던졌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을 겁니다. 그만큼 요상하리만치 쉽게 쉽게 이닝이 훌쩍 넘어가버렸으니까요. 롯데 타자들은 귀신에 홀린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네요.


■ 스코어만 명승부, 내용은 졸전!


이날의 수훈 선수는 분명 왈론드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어땠나요? 
아쉽게도 이번 경기에서는 정말 눈에 띄게 잘한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왈론드를 정도를 제외하면 특별히 잘 던진 투수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공수 양면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친 타자도 많지 않았습니다. 호수비와 실책이 번갈아가며 나오는 이상한 경기, 스코어 자체는 박빙으로 진행되며 긴장감이 넘쳤지만, 경기의 내용 자체는 그다지 높이 평가할 수 없는 '졸전'에 가까웠죠.


1회에 점수를 쉽게 내자 롯데의 중심타자들은 경기 막판까지 풀스윙으로 일관하는 실망스런 모습으로 동료들이 힘들게 가져온 흐름을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데 실패했습니다. 두산 타자들 역시 찬스에서 거듭되는 병살타로 팬들을 실망시켰죠. 양 팀의 수비 역시 그다지 안정적이진 못했습니다. 그나마 홈팀인 롯데는 실책을 만회할 만한 멋진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지만, 두산은 1,2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수준 이하의 수비력을 노출하며 불안한 경기를 해야 했으니까요. 주루 플레이 역시 마찬가집니다.


양 팀의 4차전 경기는 좀 더 집중력 있고 세련된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명색이 한국 프로야구의 한 시즌을 마감하는 포스트시즌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곤란하죠. 롯데는 1~2차전에서 보여준 집중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고, 두산은 수비에서의 불안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특히 손시헌!


// 카이져 김홍석[사진=Osen.co.kr,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추천 한 방(손가락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