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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5차전 선발, 왜 사도스키가 아닌 송승준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5.
마침내 운명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두 팀 중 누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될까요? 정말 기대와 설렘이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네요. 양 팀 모두 멋진 경기력으로 대망의 5차전을 장식해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경기를 시작하기도 앞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선택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네요. 이것이 5차전 경기의 승패, 즉 시리즈 전체의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 왜 사도스키가 아닌 송승준일까?

 

로이스터 감독은 5차전 선발로 1차전 선발이었던 송승준을 예고했습니다. 1차전 이후 6일만의 등판입니다. 하지만 2차전 선발인 사도스키도 5일 로테이션으로 등판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두산은 1차전 선발인 히메네스를 4차전에 구원투수로 써먹고, 이번 5차전엔 2차전 선발이었던 김선우를 선발로 예고했죠. 대체 왜 로이스터 감독은 2차전에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사도스키가 아닌 1차전에서 5.1이닝 동안 5실점한 송승준을 선발로 예고한 것일까요?

 

이것이 로이스터 감독이 평소 해온 것처럼 그냥 그게 순서니까라는 이유라면 결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두산이나 롯데 모두 이번 5차전에 팀의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이기기 위해 최선의 카드가 될 수 있는 선수기용을 해야겠지요. 헌데, 최선의 카드가 사도스키가 아닌 송승준이라면 이해가 되질 않네요.

 

사도스키는 올 시즌 두산전에 2번 등판해 모두 좋은 피칭을 했습니다. 정규시즌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겼고, 이번 2차전에서는 비록 불펜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물려줬지요. 2차전에서의 투구내용이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그건 사도스키의 원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2번 중 1번 꼴로 그런 X줄 타는 피칭을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점수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싱커를 주무기로 하는 사도스키의 특징이지요.

 

반면 송승준은 이번 1차전을 포함해 올 시즌 4번 등판한 두산전에서의 성적이 1 2패 방어율 5.13입니다. 홈런도 4개나 허용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1차전에서 보여준 컨디션 자체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독감증세가 완전히 사라져 컨디션이 되살아났을 수도 있지만, 굳이 검증된 사도스키를 놔두고 모험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 로이스터 감독은 과연 구원으로라 사도스키를 기용할까?

 

또 하나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경기의 키 포인트는 과연 로이스터 감독이 5차전에서 구원투수로 사도스키를 중간에 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그간의 경험을 통해 국내야구의 방식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면, 송승준이 초반에 난조를 보인다면 곧바로 사도스키로 교체하여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고집대로한다면 사도스키의 투입은 없겠죠.

 

우리는 지난 WBC 준결승에서 메이저리그 출신인 베네수엘라의 감독이 어떻게 패하는지를 지켜봤습니다. 우리나라와의 준결승에서 선발인 카를로스 실바가 경기 시작과 더불어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음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킹(King)이라 불리는 특급 에이스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끝내 출격시키지 않았지요. 그가 결승전 선발로 내정된 투수였기 때문입니다.

 

이게 메이저리그 방식, 그것도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많이 사라져가는 8~90년대까지의 메이저리그 방식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투수운용이 딱 그런 스타일이죠. 과연 이번에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까요?

 

송승준이 잘 던진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도스키의 투입 여부야 말로 이번 경기의 승패를 가를 수도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이 가끔 보여주는 것처럼, 송승준이 1회부터 난조를 보여 2실점 정도 한다면, 곧바로 내리고 사도스키를 올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경기라는 뜻입니다. 그 선택 하나에 달린 결과이 무척이나 커 보이는군요.

 

▲ 대 삼성전 9연승 중인 송승준

 

송승준의 5차전 선발 등판을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 그건 송승준이 삼성 킬러이기 때문입니다. 송승준은 2008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에 총 13번 등판해 9승 무패 방어율 2.70을 기록 중입니다. 유독 삼성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며 9연승 가도를 이어가고 있지요.

 

사도스키를 5차전 선발로 내세워서 롯데가 승리한다면,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이렇게 삼성에게 무척 강한 송승준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5차전 선발로 예고된 탓에, 만약 이긴다고 해도 1차전 선발은 사도스키나 이재곤이 되어야겠죠. 이들의 올 시즌 삼성전 상대 방어율도 좋은 편이지만, 삼성 타자들이 좀 더 부담을 느끼는 상대는 송승준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번 5차전에 선발등판함으로 인해 롯데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해도 송승준을 1경기밖에 기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만약 사도스키까지 중간계투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리고 실제로 로이스터 감독이 그렇게 해서라도 승리를 따낸다면 플레이오프 1차전과 5차전 선발을 신인인 이재곤이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 여부도 이번 5차전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이겨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낸다면 재계약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지만, 만약 패한다면 이유 불문하고 감독 교체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삼 세 번이라는 말도 있고, 저 같은 아마추어도할 수 있는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하던대로의 투수운용을 가져간 결과가 패배와 탈락이라면, 그건 정말 변명의 여지도 없으니까요.

 

물론, 로이스터 감독이 그 아마추어의 예상을 확실하게 뒤엎는 결과를 보여주길 바라지만, 이 찜찜한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과연 로이스터 감독은 무슨 복안이 있어 사도스키가 아닌 송승준을 5차전 경기의 선발로 내정한 것일까요? 그 복안에 롯데 구단과 수백만의 팬들, 그리고 자신의 재계약이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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