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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에서도 인정하는 박찬호의 아시아 최다승 기록!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3.
'코리안 특급' 박찬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마침내 개인 통산 124번째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는 노모 히데오의 123승 기록을 뛰어넘는 아시아 투수 최다승 기록으로 아마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난 1994년 큰 주목을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후 무려 17년만에 이룩한 업적입니다.


박찬호의 아시아 최다승 기록은 분명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야구 커뮤니티나 게시판 등을 살펴보면 박찬호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기록을 폄하하거나,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나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또한, "미국에서는 신경도 안쓰는 '아시아 어쩌고' 하는 기록에 뭐 그리 집착하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현재 아시아 출신 투수들의 다승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박찬호 124승 98패(4.36)
2위. 노모 히데오 123승 109패(4.24)
3위. 왕첸밍 55승 26패(4.16)
4위. 김병현 54승 60패(4.42)
5위. 도모카즈 오카 51승 68패(4.26)
6위. 마쓰자카 다이스케 46승 27패(4.19)
7위. 하세가와 세기토시 45승 43패(3.70)


40승 이상을 거둔 투수들만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뉴욕 양키스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대만 출신의 왕첸밍이 3위라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김병현이 4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네요. 그나마 박찬호의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는 건 현재로선 역시 왕첸밍과 마쓰자카인데, 이들은 모두 80년생으로 올해 30살입니다. 1년간 10승씩 거둔다고 해도 왕첸밍은 7년, 마쓰자카는 8년이 걸립니다. 결국 지금 박찬호의 나이가 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인데, 그때까지 이들이 롱런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요.


박찬호의 기록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프로를 거치지 않은 투수가 (박찬호처럼) 아마추어 시절에 진출해서 꾸준한 경력을 쌓지 않으면 어지간해선 깨지지 않을 기록입니다. 12년 동안 매년 평균 10승씩을 거둔다고 해도 넘보기 힘든 승수죠.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미국에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게다가 이 기록을 미국 현지에서 신경쓰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아니죠. 야구에 있어서 만큼은 정말 각종 기록과 데이터에 놀라울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것이 바로 미국야구 입니다. 그런데 '아시아 최다승'이라는 타이틀을 설마 놓칠까요?


박찬호가 통산 124번째 승리를 거둔 그 날, MLB.com의 Jenifer Langosch 기자는 "Park earns milestone win in Bucs' victory"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박찬호가 벅스전의 승리로 하나의 '이정표'를 달성했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That put Park in position for the win -- his second with Pittsburgh and the 124th of his career. With that victory, Park broke his tie with Japanese pitcher Hideo Nomo and now owns the most career wins by any Asian-born pitcher to play in the Major Leagues.

Park's dominance on Friday was just the latest in a string of strong performances from the 17-year veteran. After being scored upon in four of his first five appearances with the Pirates in August, Park has limited opponents to just five earned runs in 23 1/3 innings since then.


기자는 분명히 "박찬호가 124번째 승리를 거둠으로 노모 히데오와 타이를 이루고 있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 투수의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록에 목숨을 거는 현지 기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결코 놓칠 리가 없지요.


그리고 하단에서는 박찬호의 최근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피츠버그로 이적한 후 첫 5경기 중 4번이나 실점을 했던 박찬호가 그 이후로는 23과 1/3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5점만 허용하는 아주 좋은 피칭을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박찬호는 피츠버그로 이적한 후 3.49의 좋은 방어율을 기록 중이고, 현재 피츠버그에서 가장 중용되는 롱릴리프입니다.


별것도 아닌 기록을 두고 우리나라만 유독 호들갑을 떠는 것이 아닙니다.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야구가 활성화되어 있는 북중미권(미국,캐나다,쿠바,도미니카,베네수엘라 등)을 제외하면 가장 야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일본-대만의 3국이죠. 이곳 출신의 선수로서 최다승 기록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박찬호의 정말 특별한 기록은 따로 있죠. 지금은 잊어버린 분들이 많지만, 박찬호는 1994년 당시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역사상 17번째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7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지요. 과연 앞으로 아시아 출신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이나 활약하는 날이 올까요? 이 기록이야말로 어쩌면 '불멸의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한, 박찬호는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현대화'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주인공이기도 하죠. 그가 미국에서 활약한 덕에 우리나라에도 발전된 수많은 메이저리그식 기록들이 소개되었고, 그것은 우리나라 야구 전문가와 팬들의 수준이 한층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박찬호가 없었더라면 'WHIP'이나 '퀄리티스타트' 등의 기록은 지금도 우리와는 관계 없는 단어였을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찬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기나긴 미국 생활을 마감하고 앞으로의 선수생활은 한국에서 이어가길 바라는 맘이 있습니다. 스스로도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고, 17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고국의 팬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바람일 뿐, 선택은 박찬호가 하는 것이지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저 한 사람의 팬으로서 언제나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 스포츠, MLB.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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