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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사직구장 필패, 롯데 ‘사직의 저주’에 빠지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4.
메이저리그에는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 중 많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저주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밤비노의 저주.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후 86년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데에서 비롯됐다. 그래도 보스턴은 2004년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긋지긋한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컵스를 응원하는 시카고 팬들은염소의 저주에 운다.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에 나갔던 1945,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 때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샘 지아니스라는 사람은 입장 거부를 당하자다시는 이곳(리글리 필드)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으리라!”라고 퍼부은 독설에서 비롯됐다. 결국 컵스는 당시 월드시리즈에서 3 4패로 물러난 이후 현재까지 무려 65년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컵스의 마지막 우승은 1908년이었고, 올해까지 무려 102년째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프로스포츠에서는 과학과 통계로 설명될 수 없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LG가 이와 비슷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2002, 소속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성근 감독을 해임한 이후 LG 8년간 단 한 번도 가을잔치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를 일컬어 일부에서는김성근의 저주라 부르기도 한다.

 

▲ 롯데, ‘사직구장의 저주에 빠지나?

 

그런데 이번 2010 준플레이오프(이하 준PO)에서도 롯데가 일종의징크스에 울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직구장의 저주가 바로 그것이다. 2008 시즌 이후 3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성공한 롯데지만, 사직구장에서는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사직구장에서 거둔 가장 최근의 포스트시즌 승리는 무려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롯데는 사직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을 승리했지만, 이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이번 준PO 4차전까지 12년 동안 사직구장에서 열린 포스트시즌 8경기를 모조리 패했다. 마산과 잠실 홈경기를 포함하면, 포스트시즌 홈경기 11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셈이다.

 

사실 올 시즌에는 그러한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듯싶었다. 잠실 원정경기로 열린 준PO 1,2차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것은 안방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축하는 일뿐이었다. 실제로 3차전에서 롯데가 1회에만 두 점을 선취하자 이러한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사직구장의 저주는 계속됐다. 4회 초 수비서 이종욱에게 기습 솔로포를 허용한 선발 이재곤은 이후 구위 난조로 세 타자를 연속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에 3루수 이대호의 수비 에러까지 겹쳐졌다. 다소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한 순간이었다. PO 4차전에서도 롯데는 1회 말 무사 만루 찬스를 놓치는 등 시종 일관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친 끝에 11-4로 대패했다. 최근 3년간사직구장 준 PO 6연패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스스로가 만든

 

굳이 포스트시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롯데는 올 시즌 내내안방 징크스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는 사직구장에서 총 59번 경기를 치르는 동안 27 311무승부를 기록했다. 원정 경기에서 36승을 거두었던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는 사직구장의뜨거운 응원 문화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구도 부산의 야구 열기는 타 지역 야구팬들도 몹시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열기가 엉뚱하게 분출되는 경우가 있어 롯데 선수단에 반드시 도움이 된 것만은 아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8년 준PO 1차전 경기다. 당시 삼성이 롯데에 앞서가자 일부 술 취한 관중이 삼성의 응원을 방해하면서 문제가 된바 있다. 결국 삼성은 안전을 이유로 원정 응원단을 전원 철수시키면서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자신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그와 같은 행동은 선수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위축시킬 뿐이다.

 

이번 준PO 4차전에서도 두산이 용덕한의 적시타로 한 점을 앞서 나가자 일부 팬들이 그라운드 안에 오물을 투척하여 롯데 선수단에 마음의 짐을 얹게 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오물투척은 3차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는 사직구장에서 한두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공격할 때만 울려 퍼지는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이 오히려 롯데 선수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래라면 타자의 기를 북돋아주고 상대 투수의 힘을 빼기 위한 응원이지만, 되려 타석에 들어서는 롯데 타자가 그 일방적인 응원 앞에서 부담감에 짓눌려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어리거나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사직구장 응원 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원정 응원 팀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정팀이 공격을 할 때에는 야구장 안이 쥐 죽은 것처럼 조용할 때가 많다. 이것이 오히려 타격에 임하는 원정팀 선수들의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일방적인 뜨거운 응원 문화가 오히려 상대 팀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아직 포스트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잠실구장에서 롯데가 준PO 5차전을 승리로 이끈다면, 또 다시 사직구장에서 가을 잔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분명한 것은 롯데가 1999년 이후 가을잔치에서사직구장 징크스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것은 모두 스스로 만든에 걸린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 유진[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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