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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로이스터의 '무모한 도전', 그 한계를 드러내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6.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가 3년 연속 준PO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로 마무리되고 말았네요. 2008년엔 3연패, 작년에는 1승 후 3연패, 올해는 2연승 후 3연패로 탈락하다니, 이렇게 극적인 패배의 시나리오가 또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던 3년전 당시부터 계속해서 그의 야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비난을 해도 옹호하고 변호해주는 편이었죠. 메이저리그 출신인 로이스터 감독이 우리나라 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길 기대했고, 그로 인한 변화가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러기가 힘들어졌네요. 로이스터는 3번의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결국 그 기회를 모두 놓치고 말았습니다. 만년 꼴찌였던 롯데를 일약 포스트시즌 단골 팀으로 키워낸 그 공은 매우 높이 평가하지만, 딱 거기까지가 로이스터의 한계라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로이스터는 우리나라의 단기전 야구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지난 3년간의 준PO를 통해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번처럼 원정에서 2승을 먼저 해놓고도 마지막 3경기를 모두 내주고 패하는 식의 야구라면, 더 이상은 기대할 것이 없다고 봐야겠지요.

 

순서대로가져가는 선발 로테이션

 

개인적으로는 5차전 선발로 사도스키가 나왔어야 했다고 봅니다. 두산은 송승준이 컨디션이 좋을 때도 상대하기 힘든 팀이었죠. 독감 후유증이라고 해도 1차전에서 5실점한 송승준보다는 2차전에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사도스키가 좀 더 나은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송승준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뒤이어 등판한 사도스키의 피칭도 실망스러웠지만, 그때는 이미 흐름이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뒤였죠. 선발투수인 사도스키를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닝 중간에 투입했으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요.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제가 5차전에 대한 프리뷰 격으로 쓴 다음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참조] 5차전 선발, 왜 사도스키가 아닌 송승준일까?

 

▲ 분위기를 뺏어오는 방법을 모르는 건가?

 

야구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하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감독이 선수기용이라는 아주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선수교체야말로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고 상대편으로 넘어간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최고의 무기입니다. 이 무기를 잘 사용하는 감독이 바로 명장으로 불리는 것이죠.

 

헌데 로이스터 감독은 그 무기를 잘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고수가 칼을 쓰면 상대방을 단칼에 베지만, 하수가 칼을 쓰면 자기를 상하게 하죠. 4~5차전에서 보여준 로이스터의 투수기용 및 교체 타이밍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롯데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그것을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3차전에서 2-0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5회말에 강민호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두산이 히메네스를 조기에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 상황에서의 동점이었기에 이 다음이 중요했지요. 역전에 성공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연히 6회에는 김사율이 마운드에 오를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6~7회를 김사율이, 8~9회를 임경완이 막으면 그 사이 점수를 추가해 롯데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5회말에 등판했던 배장호를 그대로 6회에 내보냈고, 그 결과는 두산의 추가점으로 나타났습니다. 뒤늦은 김사율의 투입은 지나간 버스를 향해 손 흔드는 겪이었죠. 이 한 점이 결국 4차전의 결승점이 되었고, 이후 롯데는 다시 분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5차전은 팀의 사활이 걸린 경기였습니다. 믿음직한 선발이라 하더라도 컨디션이 나빠 보이면 곧바로 교체를 해야 하는 시합이란 뜻입니다. 송승준은 1회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2회에는 2점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후의 호투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었죠.

 

그 상황에서 3회초에 1점을 따라붙으며 경기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두산 베터리의 실수로 인한 실점이었기에 3회말을 잘 막아내면 분위기를 확실히 바꿀 수 있는 흐름이었습니다. 그랬다면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도스키를 3회의 시작과 동시에 내보냈어야죠. 그대로 송승준을 끌고 간 것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선발 요원인 사도스키를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닝의 시작과 동시에 투입했다면, 잠시의 난조는 보였을지언정 저토록 많은 점수를 헌납하며 스스로 자멸하는 경기를 하진 않았을 겁니다.

 

▲ 결과가 없는 옹고집 발 빠른 1~3번에 대한 과도한 집착

 

로이스터 감독은 1번부터 3번까지의 타순을 발 빠른 타자로 채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디까지나 단순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하지만 정작 올 시즌 롯데 타선의 양대 기둥이랄 수 있는 두 타자가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은 김주찬과 조성환을 1~2번으로 두고 홍성흔이 3, 이대호가 4번으로 배치되었을 때입니다. 그런 타순에서 홍성흔은 부담 없는 타격을 했고, 이대호의 파괴력은 최대치로 발휘되었지요.

 

그러나 로이스터는 홍성흔이 부상에서 빠져 있는 동안 손아섭의 컨디션이 올라오자, 다시금 슬그머니 자신의 고집대로 라인업을 짰습니다. 김주찬-손아섭-조성환의 1~3번 배치, 그리고 이대호와 홍성흔의 4~5. 굳이 시즌 내내 잘 돌아갔던 타선을 포스트시즌 들어 갑작스레 이렇게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요?

 

공격력만으로도 이길 수 있는 정규시즌이라면 크게 상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다르지요. 우리나라의 포스트시즌은 철저하게 투수중심의 경기운영이 주가 되고, 믿었던 중심타자들이 갑작스레 헛방망이질을 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 점이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지요. 헌데, 로이스터 감독은 2번이나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그것을 완전히 깨닫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1~3번을 저렇게 가져간 것 치고, 3인 테이블세터를 이용한 다채로운 작전을 보여주지도 못했지요. 발 빠른 타자들을 저렇게 전진 배치시켰다면, 1점이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한 작전을 통한 점수를 짜내는 야구라도 구사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냥 컨디션이 좋은 타자는 안타를 치고, 그렇지 못한 타자는 아웃을 당했습니다. 대체 저 타순에는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요?

 

▲ 실패로 돌아간 로이스터의 무모한 도전

 

메이저리그 출신인 로이스터 감독이 항상 말하듯,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겁니다. 감독의 역할은 그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 제 실력을 발휘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죠.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그런 자신의 철학을 관철시킬만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는 데이터를 무시하고 자신의 고집대로의 선수기용을 가져갔고, 그 결과 선수들의 능력을 100% 발휘하도록 만들어주지 못했으니까요.

 

5차전 선발로 사도스키 대신 송승준을 내세운 것, 그리고 홍성흔을 5번으로 배치한 것, 그리고 부진한 가르시아를 끝까지 기용한 것 등은 데이터를 무시한 로이스터의 선택이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을 믿었던 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데이터를 무시한 이상,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결국 그 선택은 무모한 도전이 될 뿐입니다.

 

로이스터의 도전은 3번째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재계약 여부는 구단에서 결정을 하겠지요. 하지만 아마도 이번 준PO의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쩌면 내년부터 롯데는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3년간 자신들을 이해해주고, 또한 선수들이 좋아하는 감독 밑에서 야구를 했다면, 이제는 좀 더 엄격하고 각 잡힌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감독과 야구를 해야 할 수도 있겠지요. 삼 세 번의 도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로이스터 감독을 무척 좋아했고, 그에게 기대했던 바가 너무나 컸던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내년에도 로이스터의 환하게 웃는 얼굴을 사직구장에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든 내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도전자의 자세를 잃지 않는 롯데 자이언츠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P.S. 아래 글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가 탈락한 다음날 쓴 글입니다. 지금도 로이스터에 대한 생각은 그때 당시와 변함이 없습니다. 장기전에서의 운영 능력에 대한 생각도요. 하지만 단기전 운영 능력은 1년 동안 아무런 발전이 없었던 것 같군요. 1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2009/10/05 - 로이스터의 야구가 보여준 ‘꿈’ 그리고 ‘한계’(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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