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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PS을 통해 드러난 한-미 야구의 차이점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9.
플레이오프(PO) 2차전은 두산이 에이스 히메네스가 보여준 7이닝 무실점의 멋진 피칭덕분에 삼성을 꺾고 시리즈 전적을 1 1패의 동률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번 히메네스의 호투는 모처럼만에 보는 포스트시즌에서의 뛰어난 투구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올 시즌 우리나라의 포스트시즌은 유독 선발보다는 불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짙었으니까요.

 

우리나라가 이렇게 가을 잔치에 들떠 있는 동안, 저 멀리 미국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아메리칸리그(AL)의 경우는 탬파베이 레이스(동부 1) vs 텍사스 레인져스(서부 1), 미네소타 트윈스(중부 1) vs 뉴욕 양키스(와일드카드)의 매치업이 펼쳐지고 있고, 내셔널리그(NL)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동부 1) vs 신시네티 레즈(중부 1),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서부 1) vs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일드카드)의 대진이 확정되어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AL 디비즌 시리즈의 경우 텍사스 레인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각각 탬파베이 레이스와 미네소타 트윈스를 원정 2연전에서 모두 잡아내며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두었습니다.

 

텍사스는 원투펀치인 클리프 리(7이닝 5피안타 10탈삼진 1실점) C.J. 윌슨(6.1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의 호투가 2연승의 바탕이 되었고, 양키스 역시 C.C. 사바시아(6이닝 4실점 3자책)와 앤디 페티트(7이닝 2실점)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면서 2승을 먼저 따낼 수 있었습니다.

 

내셔널리그의 경우에는 각각 1경기씩을 치른 상황인데요. 첫날에는 할라신로이 할러데이의 포스트시즌 역사상 2번째이자 54년 만의 노히트 노런(1볼넷 8탈삼진)에 힘입어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신시네티 레즈를 제압했고, 2차전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특급 에이스 팀 린스컴이 14탈삼진 완봉승(2피안타 1볼넷)을 거두며 애틀란타를 1-0으로 꺾었습니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6명의 투수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그 투수들의 소속팀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게다가 그 중 2번은 완봉승이었죠, 그것도 나란히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우완 에이스들이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스타플레이어가 제 몫을 다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다는 것, 이것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매력이죠.

 

포스트시즌에서 갑작스레 크레이지 모드에 돌입한 깜짝 스타가 탄생하면, 당연히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팬들은 언제나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스타플레이어가 그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펼쳤을 때, 사람들은 전자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훠~~~~~~얼씬 더 열광하고 환호합니다. 그것이 스타플레이어의 가치라는 것이죠.

 

이번 준PO 4~5차전 승리의 1등 공신이랄 수 있는 용덕한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보다, 2차전에서 3점 홈런을 날린 이대호를 향한 그것이 훨씬 더 대단했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더 잘한 다른 타자들이 있음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타자가 이승엽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메이저리그는 이와 같이 스타 시스템이 최대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엄청난 인기의 원동력이지요. 스타플레이어가 좋은 활약을 펼칠 때, 그에 대한 팬들의 집중도는 어마어마합니다. 올 시즌 류현진의 연속 퀄리티스타트나 이대호의 연속 경기 홈런 퍼레이드 역시 그 기록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그 주인공들이 바로 최고의 투수와 타자인 류현진과 이대호였기에 그토록 큰 관심을 모을 수 있었지요.

 

김사율-임경완-왈론드-이현승-김선우-권오준, 이는 준PO 1차전까지 이번 PO 1차전까지 6경기에서의 승리투수 명단입니다. 경기를 직접 보신 분들 중에서도 PO 4차전 승리투수가 이현승이었어?’ 혹은 ‘PO 1차전 승리투수가 권오준이었구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제법 계실 겁니다. 그만큼 승리투수가 주목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하죠. 그들이 특별히 호투해서 승리를 이끌었다기 보단, 경기의 흐름이 그렇게 진행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승리를 챙기게 되었을 뿐이니까요. 팬들 역시 팀의 승패에는 관심이 가더라도, 누가 승리투수인지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게 됩니다.

 

이번 PO 2차전을 제외한 앞선 6경기에서 선발투수가 승리를 챙긴 것은 준PO 5차전의 김선우 한 명뿐입니다. 거의 매번 선발투수가 일찍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불펜싸움으로 돌입하니, 팬들은 감독의 불펜 운용과 용병술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딱 2번 나왔습니다. PO 2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사도스키(6이닝 무실점)와 김선우(7이닝 1실점 비자책)가 한번씩 달성했지요. 하지만 이들의 호투가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선발 투수들 중에 그 누구 하나 그날의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완벽한 투구를 보여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없었다는 뜻이죠.

 

PO 2차전의 이대호를 제외하면 각 팀들을 대표하는 최고 스타들의 활약으로 경기의 승패가 갈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팬들은 홍성흔과 가르시아, 김현수와 김동주, 그리고 박석민과 최형우의 결정적인 한 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 그들이 제 몫을 해주며 경기를 주도했을 때, 팬들의 분위기도 최고조에 달하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심각한 부진으로 이슈가 된 선수는 있었어도, 맹활약을 펼친 선수는 없었습니다.

 

매 경기마다 그날의 깜짝 스타가 탄생해 경기의 승패가 가려졌고, 그것은 팬들에게 흥미와 실망을 동시에 가져다 줍니다.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의 팬들은 누가 활약을 하건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6개 구단 팬들의 경우는 좀 더 유명하고 이름이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전국구 인기스타의 가치는 그런 데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지요.

 

김광현이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다면 8개 구단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역시 김광현!’이라며 그 내용과 결과에 모두 주목할 겁니다. 이대호가 3연타석 홈런의 원맨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면 마찬가지로 역시 이대호!’라는 탄성과 더불어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졌겠지요. 하지만 평소에 이름도 잘 알지 못하던 타팀 선수의 활약으로 승패가 가려지면, 결과에만 관심을 둘 뿐 내용에는 집중하지 않게 됩니다. 아쉽게도 포스트시즌이 전국구 축제가 아닌, 지역구 축제로 끝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와는 정 반대로 메이저리그는 그런 스타플레이어를 잘 살리고 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야구를 가을에도 하고 있습니다. 전국구 스타가 좋은 활약을 펼치니 모든 야구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할러데이의 노히트노런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어느 쪽이 좀 더 발전된 야구인가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꼭 메이저리그가 선진야구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 어느 쪽이 좀 더 대중적으로 인기를 모을 수 있는 형태인지는 명확합니다. 포스트시즌만 되면 감독의 역할이 평소보다 훨씬 커져서 감독 대첩이 벌어지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메이저리그는 끝까지 선수 중심의 야구가 펼쳐지고 그로 인해 팬들이 더욱 폭넓게 호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니까요.

 

앞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는 우리나라 8개 구단의 야구팬 모두를 전율스럽게 만들어 주는 멋진 스타플레이어의 맹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그것이 김광현의 완봉이든, 김현수의 3연타석 홈런이든, 가을잔치가 좀 더 모두의 축제가 될 수 있는 야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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