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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메츠의 숙제, 산타나의 장기계약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30.

생각보다 요한 산타나의 거취가 일찍 결정되었다.


예상대로 산타나는 뉴욕으로 갔고, 메츠는 드디어 염원하던 특급 에이스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그 선수의 이름이 요한 산타나라는 점은 메츠로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 뿐이 아니다. 처음에 미네소타에서 요구했던 호세 레예스나 데이빗 라이트, 그리고 투타 최고 유망주인 페르난도 마르티네즈와 마이크 펠프리까지 가장 보호하고 싶었던 선수는 단 한명도 잃지 않았다.


물론 팀내 유망주 2,3,4,7위를 내주긴 했지만, 4명 모두 앞서 언급했던 선수들에 비하면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메츠의 유망주 수준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결코 무리한 트레이드가 아니다. 현지의 반응도 메츠의 일방적인 이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미네소타의 신임 단장 빌 스미스는 젊지만 유능한 테오 엡스타인(35) 보스턴 단장에게 완전히 놀아난 꼴이 되고 말았다. 산타나를 저 정도의 헐값에 팔아넘길 거였다면, 애당초 양키스가 제시한 제안(필 휴즈+멜키 카브레라+제프 마르케즈)을 수용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필 휴즈만 하더라도 이번에 받아온 4명의 선수와는 기대치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미네소타 측은 양키스를 방해하기 위해 트레이드 시장에 끼어들었던 엡스타인 단장의 고도의 술수로 인해, 요한 산타나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를 보냈으면서도 특A급 유망주 한 명 얻어오지 못하는 한심한 결과를 얻었다. 스미스 단장은 앞으로 지역 팬들 사이에서 꽤나 오랫동안 무능력한 단장으로 낙인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그의 전임 단장 테리 라이언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능한 단장이었다.


물론 아직 이 트레이드가 완전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트레이드는 결국 ‘사인 & 트레이드’ 형식이 되어야 한다. 요한 산타나가 전 구단을 상대로 한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츠가 산타나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장기계약 조건을 제시하고 거기에 합의를 하고 난 뒤에야 트레이드는 완료된다.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미네소타는 산타나에게 최종적으로 4년간 8,000만 달러(또는 5년간 9,500만)의 조건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산타나는 더 많은 금액과 기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고, 그 때문에 결국 헐값에 그를 팔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산타나가 측은 6년간 1억 5,000만 달러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근접하지 못했던 연평균 2,500만 달러 수준의 엄청난 금액이다. 2,000만 달러 선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겠지만, 저 정도 금액이라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츠가 산타나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는 것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할 테고, 옵션이 포함되는 계약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계약을 보장해 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과연 투수가 2,500만 달러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요한 산타나는 분명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다. 지난 5년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 가장 낮은 방어율, 그리고 최다 탈삼진을 잡아낸 주인공이며 그 기간 동안 2번의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이 좌완이야 말로 지금의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넘버 원 투수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다.


하지만 투수의 팀 공헌도 문제는 매번 도마 위에 오르는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 흔히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의 MVP 수상이 어려운 이유를 사이영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들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이영상이 제정된 이후 투수가 MVP를 수상한 경우는 모두 9번, 하지만 사이영상이 없던 시절에도 투수 MVP는 14번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모든 경기에 등판할 수 없는 투수는 같은 수준의 타자와 비교했을 때 그 공헌도 면에서 한 수 아래라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정설이다.


이는 한국 프로야구와는 또 다른 현실이다. 지난해 두산의 리오스는 팀이 소화한 126경기 중 무려 33경기를 등판했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특급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는 많아봐야 35경기다. 시즌이 진행되는 기간은 메이저리그와 같은 반면 한국 프로야구에는 매주 휴식일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같은 투수 3관왕이라도 2006년의 류현진은 MVP가 될 수 있었지만, 산타나는 거리가 멀었다. 126경기 중 33경기를 등판하는 선수와 162경기 중 35경기를 등판하는 선수의 공헌도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투수 MVP가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30승을 하지 못하는 한 그 어떤 투수도 ‘가장 가치 있는 선수(MVP)’가 될 수 없다”는 주장까지 존재할 정도다.


세이버매트릭스 가운데는 ‘윈 쉐어(Win Shares)’라는 항목이 있다. 쉽게 설명하면 그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공헌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며, 팀 승수에 3을 곱한 수치가 전체 선수들에게 나눠진다. 투수의 경우 모든 경기에 승리하고 거기에 큰 기여를 해야만 30포인트 이상을 얻게 된다.


지난 4년간 산타나의 윈 쉐어 포인트는 90점, 양대 리그 최고의 타자인 앨버트 푸홀스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각각 140, 125포인트를 얻었다. 과연 산타나의 가치가 매년 2,500만 달러를 쏟아 부을 정도가 되는 지에 대해선 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메츠는 최근 몇 년간의 장기계약이나 고액 연봉선수의 트레이드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2년 동안 은퇴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3,000만 달러를 고스란히 챙겨간 모 본의 트레이드에서부터 시작해, 페드로 마르티네즈나 카를로스 벨트란, 션 그린 등의 활약상도 받는 금액에 비해선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산타나에게 엄청난 금액을 안겨준 결과는 어떻게 될까?


어쨌든 메츠는 산타나를 영입하게 되면서 명실 공히 내셔널 리그 최강의 전력을 구축하게 되었다. 특히 산타나와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조합은 페드로가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로 평가받을 만하다. 산타나-페드로-존 메인-올리버 페레즈-마이크 펠프리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도 매우 경쟁력이 있다.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좌완인 산타나와 우완인 페드로를 이틀 연속으로 상대해야만 하는 상대 팀의 심정은 악몽과도 같을 것이며, 이러한 점은 포스트 시즌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동부지구의 경쟁자인 필라델피아와 애틀란타의 입장에서 메츠의 산타나 영입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과도 같다.


하지만 7년 전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그러하였듯이, 산타나의 거대 계약이 다른 투수들의 연봉 인플레이션을 선동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최종적인 산타나의 계약 조건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