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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PO 5차전] '전설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은 장원삼!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14.

전설로 남을 이번 플레이오프는 마지막 5차전가지도 6-5 한 점차 승부로 마감이 되는군요.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막판 뒷심을 발휘한 삼성이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차지했습니다. 두산으로선 참으로 아쉬운 결과겠지만, 결국 최후의 순간 좀 더 침착하고 좀 더 힘을 비축하고 있었던 건 정규시즌 2위인 삼성이었습니다.

 

냉정히 말해 이번 플레이오프의 경우는 경기의 수준 자체가 그렇게 높았다고 할 순 없습니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너무 많았고,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인한 주루사, 판단 미스로 인한 본 헤드 플레이 등이 거의 매 경기 빠지지 않고 나왔지요. 하지만 그런 미숙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경기의 흐름 자체가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좋아할 수 있었지요.

 

역사에 남을 명승부는 이제 끝이 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승리한 팀에게선 승리할 만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고, 패한 팀에게선 패인이 눈에 띄기 마련이죠. 삼성이 조금 더 잘했고, 두산은 조금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5차전에서 패한 가장 큰 원인은 김경문 감독의 지나친 믿음에 있지 않았나 싶네요.

 

▲ 아, 히메네즈! 통한의 물집

 

두산 선발 히메네스의 투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특히 1회의 공방이 사실상 경기 초반의 기세를 갈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1회에 두산 타자들은 4명 모두 1~2구째는 건드리지도 않는 지공 작전으로 차우찬을 괴롭히며 22구나 던지게 했는데, 히메네스는 고작 8구로 삼성의 1~3번을 모두 땅볼로 잡아냈습니다. 그 차이가 컸죠. 2회초 두산이 대거 5득점한 것은 분위기를 지배한 히메네스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봅니다.

 

그렇게 히메네스는 첫 7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아내는 등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고, 5차전 경기는 그냥 그렇게 손쉽게 두산의 승리로 결정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두산의 편이 아니었던 걸까요? 잘 던지던 히메네스는 3 1사후 이영욱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과정에서 엄지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맙니다. 그리고 그것이 파탄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고 말았지요.

 

조동찬을 병살로 잡아내면서 3회의 위기는 넘겼지만, 결국 4회는 넘기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5차전 경기의 패인을 김경문 감독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갑작스런 일이라고 하더라도 히메네스의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음을 알았다면 곧바로 불펜을 가동해 뒤를 대비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다소 이르더라도 4회의 시작과 더불어 투수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좋았죠. 특히 다른 곳도 아닌 엄지의 물집입니다. 그런 투수를 더 던지게 한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죠.

 

, 최대한 양보해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으니 최형우에게 홈런을 맞은 것까진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되었는데도 조영훈까지 승부하게 만들어 2루타를 허용한 건 정말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건 신뢰도 아니고 믿음도 아닙니다. 왜 지난 몇 년 동안 두산이 번번이 SK에게 발목을 잡히며 우승을 차지할 수 없었는지를 알 수 있는 김경문 감독의 약점’이 드러난 것 뿐이지요.

 

4회초 두산의 공격도 짧진 않았으니, 교체되는 시점까지는 히메네스가 처음 물집이 잡힌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셈입니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왈론드는 몸이 완전히 풀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2연속 볼넷으로 이어졌고, 김상수의 적시타로 인해 결국 5-0이었던 스코어는 5-4로 한 점 차가 되고 말았죠. 위기임을 인지하고 불펜을 일찍부터 준비시켰다면, 저런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 거듭되는 실수, 잃어가는 집중력

 

5차전 경기는 앞선 4경기보다도 유독 이런 저런 실수가 많이 나온 경기였습니다. 2회 두산이 임재철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할 당시 우익수 박한이의 실책성 수비가 나오는 바람에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게 됐죠. 그 다소 안일한 플레이 하나가 하마터면 경기의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송두리째 넘겨줄 수도 있었습니다.

 

3회에는 1루 주자 손시헌이 2루로 향하던 중 수비 방해로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규칙상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주자가 수비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 야수와 부딪히면 무조건 수비방해가 인정됩니다. 평소에 그러한 부분은 모두 염두에 두고 연습을 하게 되죠. , 손시헌의 주루 플레이가 미숙했던 겁니다. 이종욱이나 오재원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아웃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4회초에는 이종욱이 평소답지 않은 두 번의 번트 실패 이후, 결국 병살로 물러나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죠. 두산이 확실히 승기를 가지고 있던 그때, 배영수를 무너뜨리고 추가점을 따냈다면 경기 결과가 이리 되진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정말 운명의 여신은 두산을 버렸던 걸까요? 이종욱이 김현수로 바뀌면서 중견수로 들어간 정수빈이 4회말 조영훈의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고 펜스에 부딪히는 일이 있었죠. 잡기 어려운 공이긴 했지만, 정수빈 자신에게 익숙한 포지션이었다면 펜스까지의 거리를 가늠한 후 잡아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종욱이 바뀌지 않았다면 아마도 잡았겠죠. 두산으로선 참 운이 없기도 했습니다.

 

6회말 삼성은 진갑용의 내야안타와 이영욱의 2루타로 마침내 동점까지 따라붙었습니다. 진갑용을 대주자 강명구로 교체한 작전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결과였지요. 하지만 지나치게 신을 내서 3루까지 내달린 이영욱은 두산 야수들의 연계 플레이에 의해 아웃되고 맙니다. 당시가 노아웃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무리할 이유가 전혀 없었죠. 2루에만 있었어도 안타 하나면 홈을 밟을 수 있는 빠른 발을 이영욱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거기서 3루를 노린 건 욕심이 앞선 이영욱의 본 헤드 플레이입니다. 그 때 역전에 성공했다면, 삼성이 훨씬 쉽게 승기를 가져갔을 지도 모릅니다.

 

결국 5차전은 최후의 순간에도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었습니다. 11회말 결승점을 만들어낸 박석민의 끝내기 타구가 기록지에는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남았지만, 사실은 유격수 에러에 더 가깝죠. 아무리 타구가 느렸다고 해도 박석민의 발을 감안하면,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꼽히는 손시헌이 냉정을 잃을 만큼 상황이 급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냉정할 수 있어야 최고의 수비수로 불릴 자격이 있는 겁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마지막 타구를 병살로 연결한 박진만처럼 말이지요.

 

▲ '전설 시리즈'의 마지막 주인공은 장원삼!

 

선발 차우찬(1.2이닝 5피안타 2볼넷 5실점)이 실망스런 피칭 끝에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뒤를 이어 등판한 삼성 투수들은 매우 완벽한 피칭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배영수(2이닝)-정현욱(1.1이닝)-장원삼(6이닝)이 남은 9.1이닝을 합계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놀라운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워 버렸지요. 이 투수력의 차이가 결국 경기의 승패도 갈랐습니다.

 

두산에도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6 2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이현승은 이후 10 1사까지 3.2이닝을 던지면서 안타 하나와 몸에 맞는 공 하나만 내주며 삼성 타선을 막아냈습니다. 특히 11개의 아웃카운트 중 무려 7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좋은 구위와 절묘한 로케이션으로 삼성 타자들을 농락했죠.

 

장원삼과 이현승, 이들 넥센 출신의 두 좌완 투수가 나란히 마운드를 지킨 7~9회가 5차전 경기에서 가장 흥미롭고 많은 긴장감을 유발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5-5의 동점 상황, 마운드에는 나란히 유독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좌완 투수들의 눈부신 호투가 펼쳐지고 있엇습니다. 분위기상 1점만 얻으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것만 같았고, 그렇게 ‘0’의 행진은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결국 최후의 승리자가 된 건 장원삼이었죠.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11회까지 6이닝을 던지는 동안 기록한 투구수는 고작 78, 안타와 볼넷도 하나씩밖에 허용하지 않은 완벽에 가까운 무실점 화상투를 선보이며 최종전 승리투수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3차전에서 좋지 못한 투구로 감독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장원삼이지만, 그 빚을 이자까지 포함해서 갚은 셈입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삼성의 승리를 예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장원삼의 피칭은 대단했습니다. 8회부터 11회까지 연속 4이닝을 3자 범퇴로 마무리하는 등, 14타자를 연속해서 범타로 처리하는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잘 해봐야 무승부가 될 것 같은 상황, 바로 그러한 분위기가 두산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했고, 두산의 주장인 손시헌까지 흔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삼성의 과제는?

 

1차전 차우찬 4이닝 5실점, 2차전 배영수 5이닝 3실점, 3차전 장원삼 2이닝 2실점, 4차전 레딩 4이닝 2실점, 5차전 차우찬 1.2이닝 5실점, 이번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삼성 선발투수들의 성적입니다. 그야말로 형편 없지요. 5차전까지 총 48이닝 중에 선발이 책임진 건 고작 16.2이닝으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특히 가장 중요한 1차전과 5차전에 선발 등판해 합쳐서 5.2이닝 동안 10실점한 차우찬의 부진이 뼈아팠죠.

 

선발이 이렇게 무너졌으니, 제아무리 막강 불펜의 삼성이라 하더라도 버텨내기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도 선발진이 16.2이닝 동안 무려 17점을 허용한 반면, 불펜은 31.1이닝 동안 13점으로 막아냈으니, 저 엄청난 이닝을 고려하면 역시 불펜은 제 몫을 해줬다고 볼 수 있겠지요. 문제는 이러한 운용으로 SK를 꺾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SK는 체력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황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내보낼 수 있는 김광현이라는 믿을 수 있는 최고의 에이스를 보유한 팀입니다. 지난 3년 동안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여 우승을 차지한 팀이니, 경기감각에 대한 조율도 충분히 가능한 팀이지요. 적어도 지금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삼성이 상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선동열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크루세타와 채상병을 제외하고 대신 오승환과 구자운을 포함시켰습니다. 선 감독이 크루세타를 믿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앞선 경기를 통해 증명이 된 상황이니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시나리오지요. 투수력의 소모가 크니 포수 한 자리를 더 비워서 투수를 늘린다는 의도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오승환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삼성의 타선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이 남습니다. ‘영웅한이박한이와 아기사자김상수가 퍼펄 날아다니고 있지만, 확실한 해결사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지요.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인데, 이 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시리즈에서 SK와의 승부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15일부터 시작되는 가을 잔치 최고의 축제인 한국시리즈! 천신만고 끝에 SK에 대한 도전권을 따낸 삼성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 무척 기대가 되네요. 물론 그 이상으로 걱정도 되지만요. 참고로,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 정대현, 송은범, 정우람, 전병두, 이승호(20), 이승호(37), 엄정욱, 문광은, 카도쿠라, 글로버 (11)

포수: 박경완, 정상호 (2)

내야수: 이호준, 김연훈, 나주환, 박정권, 정근우, 최정, 박정환 (7)

외야수: 박재홍, 김재현, 조동화, 박재상, 김강민, 안치용 (6)

 

<삼성 라이온즈>

투수: 정현욱, 권오준, 이우선, 배영수, 장원삼, 권혁, 안지만, 차우찬, 정인욱, 구자운, 오승환, 레딩 (12)

포수: 진갑용, 현재윤 (2)

내야수: 박진만, 신명철, 강명구, 조영훈, 조동찬, 채태인, 박석민, 김상수 (8)

외야수: 강봉규, 박한이, 최형우, 이영욱 (4)

 

 

// 카이져 김홍석[사진=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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