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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KS 1차전] 선동열의 조급함, 경기를 그르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16.

기대를 모았던 한국시리즈 1차전은 SK 와이번스가 9-5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1승을 선취했습니다. 기대했던 명승부나 드라마틱한 승부는 없었습니다. 그런 걸 기대하기엔 SK가 너무나 강했죠. 김광현이 일순간 무너지는 바람에 완승이라는 표현은 하지 못하겠지만, SK의 압도적인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이 경기는 시작하기 전부터 SK의 한국시리즈(KS) 1차전 4연패의 징크스를 김광현이 과연 깰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경기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3년 동안은 그 패배를 안겨준 주인공이 모두 상대의 외국인 투수(리오스-랜들-로페즈)였기에, 이번에는 레딩이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었죠. 그러나 이 경기 역시 준PO-PO와 마찬가지로 선발 투수가 주목 받는 시합은 아니었습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부터가 일반적이진 않았죠. 양 팀 모두 변화무쌍한 타선을 자랑하는 팀들답게, 올 시즌 처음 선보이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습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PO)에서의 활약이 대단했던 박한이와 김상수를 테이블세터로 기용하면서, 진갑용을 중심타선인 5번에 배치했습니다. SK 역시 주로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용하던 베테랑인 김재현과 이호준을 동시에 선발 라인업에 배치했고, 특히 7번 타순에 배치된 김재현은 경기 전부터 삼성의 7번인 강봉규와 더불어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키플레이어로 지목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 팀 감독의 노림수는 대부분 적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죠. 그건 SK를 상대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인지 삼성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허둥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선동열 감독까지도요.

 

▲ 시작부터 허둥대는 삼성

 

삼성은 야수진이 흔들리면서 1회말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장본인이 경험 많은 베테랑 진갑용이었기에 그 여파가 상당했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수답게 팀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박경완과의 간접대결도 훌륭하게 해내리라 믿었던 진갑용이 경기 초반부터 흔들릴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선두타자 정근우의 포수 머리 위로 뜬 파울 타구의 궤적을 놓치면서 잡지 못하더니, 결국 정근우를 삼진으로 잡고도 포구에 실패하는 바람에 낫아웃으로 출루시키고 맙니다. 기록은 폭투였지만, 진갑용이라면 잡아줬어야 할 공이었죠. 그 외에도 심심찮게 블로킹이나 포구에 실패하는 모습을 경기 초반부터 계속해서 보여줬습니다.

 

박정권의 강한 내야 땅볼 타구를 김상수가 놓친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이후의 송구를 받지 못하고 신명철이 놓친 장면은 삼성 선수들의 정신이 아직 대구에서 머물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어영부영하다 선취점을 내주면서 기선제압을 당했고, ‘실전 감각의 부재가 최대 약점이었던 SK의 기를 초반부터 살려주고 말았죠.

 

3회에도 레딩의 견제구를 1루수 강봉규가 뒤로 빠뜨리면서 1루 주자였던 나주환이 2루까지 갔습니다. 낮게 던진 레딩의 잘못도 있지만, 원래 포지션이 1루인 선수였다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송구였습니다. 결국 레딩은 정근우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비진을 믿지 못하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죠. 3루수 조동찬이 바로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는데도 레딩이 직접 맨손으로 타구를 처리했으니까요. 이미 거기서 삼성의 수비조직력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 김광현의 오버페이스?

 

그렇게 SK 1회와 3회에 1점씩을 따내 2-0으로 앞서가는 동안 마운드에서는 김광현이 무시무시한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4회까지의 피칭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죠. 김광현은 6타자 연속 삼진을 비롯해 1 1사부터 3회까지 8개의 아웃 카운트를 모조리 삼진으로 잡아내는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4회에는 김상수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도루 시도를 잡아내는 등 결국은 공 7개로 마무리 했고요. 4회까지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고작 51, 완봉승이라도 거둘듯한 페이스였지요.

 

하지만 간혹 그렇게 잘 던지던 투수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있는데, 1차전 경기에서의 김광현이 바로 그런 모습이었죠. 그리고 그렇게 되는 대부분의 원인은 오버페이스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 중의 체력 안배에 실패한 것이죠. 20일만의 선발 등판, 그리고 한국시리즈라는 무대가 가져다 주는 묘한 부담감과 다소 지나친 흥분, 이것이 결합되다 보면 김광현처럼 부동의 선발로 활약해 온 선수도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초반부터 전력투구로 내달리다가, 어느 순간 구위가 눈에 띠게 확 떨어지는 겁니다.

 

제가 보긴 1차전에서의 김광현이 딱 그랬습니다. 5회에는 구위 자체도 1~4회와는 달랐고, 컨트롤마저 흔들렸죠. 결국 볼넷 3개와 안타 2, 거기에 폭투와 희생타까지 겹치면서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습니다. 선수 당사자는 물론 감독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팬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런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 것이 바로 한국시리즈라는 무대입니다. 그만큼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김광현의 몸이 느낀 부담이 컸다는 뜻이죠.

 

▲ 운명의 5, ‘야신의 용병술과 ‘SUN’의 조급함

 

운명의 5, 다소 빠른 페이스로 진행되던 이 시합이 갑자기 늘어지기 시작한 원인이 바로 이 5회에 있었죠. 5회초와 말을 합쳐서 1시간 10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5회가 바로 승부에 분기점이 되는 이닝이었습니다. 양 팀 감독들의 심리적인 차이, 특히 선동열 감독의 조급함이 그대로 드러난 시점이기도 했죠.

 

김광현이 흔들리면서 역전을 허용하자 김성근 감독은 투수를 정우람으로 바꿉니다. 다른 투수였다면 역전 당하기 전에 교체를 했겠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에게만큼은 다른 기준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에이스로서의 대우를 확실하게 해주고 있는 셈이지요. 어쨌든 위기 상황에서 올라온 정우람은 첫 타자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키지만,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끕니다. 팀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셋업맨인 정우람을 일찍부터 기용하는 강수를 둔 것이 먹혀 들어간 셈이죠.

 

반대로 삼성은 5회에만 무려 4번의 투수교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기의 흐름이 또 다시 SK 쪽으로 넘어가고 맙니다. 삼성 불펜이 얼마나 지쳐 있는지가 거기서 드러났고, 선동열 감독이 상당한 불안과 더불어 조급해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단 첫 단추부터가 좋지 않았죠. 지난 PO 4차전 리뷰 당시 레딩의 교체 타이밍을 지적하면서, 레딩이 느낄 심리적 상태를 언급한 적이 있스니다. 더불어 그것이 앞으로의 경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었는데, 그것이 KS 1차전의 교체 과정에서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5회말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투수코치가 덕아웃에서 나왔고, 레딩은 그걸 보자마자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아무 말도 없이 곧장 마운드에서 내려옵니다. 이미 그러한 부분에 대해 크게 불만을 가지고 있고,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기에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레딩의 활약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선동열 감독과의 궁합이 최악이라고 봐야죠.

 

문제는 이후에 등판한 투수들이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권혁은 첫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후 곧바로 강판됐고, 권오준은 무사 1,2루 상황에서 2명의 타자를 잘 잡아냈지만 최정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하면서 또 다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히든 카드인 오승환이 등장했죠. 하지만 오승환은 박재홍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후 '1차전의 영웅'인 김재현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맞고 정현욱에게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습니다. 정현욱이 간신히 불을 껐지만, 이미 경기의 분위기는 SK 쪽으로 한참이나 넘어간 후였죠.

 

1점차에 불과했으니 레딩을 교체한 것까진 그렇다 칩시다. 권혁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야 안타를 하나 맞았다고 해서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은 권오준을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4달 만에 1군 경기에 실전 등판하는 오승환을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시킨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오승환의 기를 살려서 앞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게 할 생각이었다면, 이후의 한 이닝을 주자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맡기는 것이 나았을 겁니다. 결국 삼성은 권혁-권오준-오승환이란 3명의 불펜요원을 별 의미 없이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죠.

 

권혁의 계속되는 부진이 뼈아프게 느껴지는 대목이지만, 뭔가에 쫓기는 듯 보였던 선동열 감독의 투수교체도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1차전 경기의 백미가 바로 이 5회말에서 나왔죠. 삼성에서 오승환이 등판하자 김성근 감독은 김강민을 빼고 박재홍을 대타로 내세우는 초강수를 둡니다. 결과는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박재홍의 판정승, 거기에 평소와 달리 7번 타순에 배치한 김재현이 결승타까지 날리며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이 완승을 거뒀죠.

 

1차전 승리를 통해 SK가 얻은 것

 

많은 팬들은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로 세이브 1위를 차지한 손승락(넥센)을 꼽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불미스런 사태를 일으키긴 했지만, 시즌 막판까지 1위를 지키고 있던 이용찬(두산)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지요. 하지만 그 외에 또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SK의 송은범이죠.

 

올 시즌 송은범은 선발투수로도 18경기에 등판해 6 5패 방어율 3.22로 괜찮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송은범이 더욱 빛났던 것은 시즌 중반부터 전천후 구원투수로 활약하면서부터였죠. 정규시즌 동안 26경기에 구원등판한 송은범은 35.2이닝 동안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피칭(방어율 0.00)으로 2승 무패 4홀드 8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피안타율이 .135에 불과하니 말 다한 거죠.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송은범의 공헌도는 지난해 유동훈(KIA)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봅니다.

 

정대현과 전병두가 중간에 0.1이닝씩을 던지긴 했지만, 사실상 SK는 한국시리즈 1차전을 김광현에 이어 정우람(2이닝)과 송은범(1.2이닝)으로 끝낸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지요. 정우람은 6개의 아웃카운트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송은범도 2개의 삼진을 곁들여 공 16개로 퍼펙트 피칭을 했으니까요.

 

그렇게 SK는 이날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삼성이 알아서 흔들려준 덕에 생각보다 빠르게 실전 감각을 회복하며 좋은 타격감을 선보일 수 있었죠. 김재현(3타수 2안타 3타점)은 자신의 은퇴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박정권(3타수 2안타 3타점) 역시 첫 경기부터 짜릿한 손맛을 느끼며 올해 역시 대활약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주축이 될 4명의 불펜투수들 역시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시험 운행을 마쳤지요.

 

어쩌면 이러한 결과가 그대로 SK 4연승으로 이어질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SK는 좋은 경기를 한 끝에 1차전을 승리했고, 그로 인해 얻은 것이 매우 크죠. 무엇보다 안지만을 제외한 삼성의 주력 불펜진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내용과 결과가 모두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결국 1차전은 징그러울 정도로 막강한 SK의 저력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시합이었습니다.

 

▲ 소득 없는 패배를 당한 삼성

 

반대로 삼성은 이 경기를 통해 얻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5회에 다시금 재역전을 당하자 이미 승기가 넘어갔다고 생각했는지, 6회초에 강봉규의 솔로 홈런으로 1점차가 되었음에도 6회말이 되자 정현욱을 내리고 이우선을 올렸습니다. 역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이 교체 역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루를 쉰 정현욱이지만 1이닝 정도는 더 가능했을 텐데 말이죠. 결국 이우선이 두들겨 맞으면서 승부가 확연하게 갈렸고,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투수진이 아니라 타선입니다. 1차전에서 삼성 타자들은 무려 16개의 삼진을 당했습니다. 어마어마한 개수죠. 실전 감각이 앞서 있는 삼성이 타력에서만큼은 우위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습니다. 그 이상으로 SK 투수진이 비축한 힘이 무섭고 강했죠.

 

5개의 안타와 6개의 4사구를 얻어냈지만, 5회를 제외하면 변변한 공격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강봉규와 박석민의 솔로 홈런으로 2점을 더 냈을 뿐, ‘팀 타격이라 부를만한 짜임새 있는 공격은 보여줄 새도 없었지요. 힘에서 완전히 밀려서 완패를 당했다면 몰라도, 경기 초반부터 뭔가 아귀가 맞지 않더니, 정말 나쁜 흐름으로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삼성의 1차전 패배는 PO를 통해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면서 어느 정도는 이미 각오하고 있던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식의 패배는 곤란합니다. 지더라도 얻는 것이 있는 경기를 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삼성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우위를 보일 것이라던 타선마저 오히려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됐죠.

 

그나마 유일한 수확을 찾자면 그건 이번 엔트리에 새롭게 포함된 또 한 명의 투수인 구자운이 1.1이닝을 삼진 2개와 더불어 깔끔하게 막아냈다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위안을 삼기엔 패배하는 과정을 통해 잃은 것이 너무나 크네요.

 

과연 삼성이 SK라는 큰 벽을 넘을 수 있을까요? 선동열 감독이 야신이란 무서운 상대와의 대결에서 1차전과 같은 조급함을 계속해서 노출한다면 승부는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승수는 고작해야 1승 정도로 보이네요. 6차전을 기대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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