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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뉴욕 양키스가 달라졌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2.

뉴욕 양키스가 예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트 시즌이 끝나면서 시작된 스토브 리그도 벌써 3개월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키스의 전력 보강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리아노 리베라,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등 FA를 선언했던 선수들과 재계약을 했지만, 이는 기존의 선수들을 붙잡아둔 것이다. 즉 전력 보존을 위한 움직임일 뿐, 보강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로저 클레멘스가 팀을 떠난 마당에 앞으로의 미래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요한 산타나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음에도 그다지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미네소타의 신임 빌 스미스 단장은 테오 엡스타인 보스턴 단장의 전략에 휘둘렸지만, 브라이언 캐시맨 양키스 단장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캐시맨은 이번 산타나 트레이드 건에서 생각 이상의 침착성과 대범함을 보여주었다. 막판에는 미네소타에서 영건 3인방 중 이안 케네디만을 포함한 적은 대가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보스턴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악의 제국’이라는 말은 어느새 뉴욕 양키스를 지칭하는 대표적이 말이 되고 말았다. 양키스, 다저스와 함께 거듭된 FA 선수 영입의 실패로 시장 분위기를 흐트러뜨린 레드삭스의 프런트에서 이 말이 흘러나왔다는 것이 참으로 우습지만(사실, 양키스나 레드삭스나 그 나물의 그 밥이다) 딱히 그 말을 부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양키스는 지난 1995년 와일드카드를 획득해 14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디비즌 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맞이한 1996년, 그 때부터 양키스는 본격적인 자금 공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조 토레 감독을 영입하고, 충실한 전력 보강에 성공한 양키스는 당시 신인이었던 데릭 지터의 맹활약까지 더해져 18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오른다.


그 후 양키스의 선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단 한 해도 예외가 없이, 큰 파장을 몰고 올만한 선수들을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2001년과 2003년의 두 번의 월드시리즈에서 연거푸 패하자, 2004년에는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타자 쪽에서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게리 셰필드를, 투수로는 케빈 브라운과 하비어 바즈케즈 등을 영입하며 ‘악의 제국’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연도

이름

영입방식

1996

티노 마르티네즈, 팀 레인스

트레이드

케니 로저스, 드와이트 구든

FA 영입

세실 필더

시즌 중 트레이드

1997

데이빗 웰스

FA 영입

이라부 히데키

트레이드

1998

척 노블락

트레이드

스캇 브로셔스, 올랜도 에르난데스,

칠리 데이비스

FA 영입

1999

로져 클레멘스

트레이드

2000

데이빗 저스티스, 데니 네이글

시즌 중 트레이드

2001

마이크 무시나

FA 영입

2002

제이슨 지암비

FA 영입

로빈 벤츄라

트레이드

라울 몬데시, 제프 위버

시즌 중 트레이드

2003

마쓰이 히데키, 호세 콘트레라스

FA 영입

아론 분

시즌 중 트레이드

2004

알렉스 로드리게스, 케빈 브라운,

하비어 바즈케즈

트레이드

게리 셰필드, 존 리버

FA 영입

에스테반 로아이자

시즌 중 트레이드

2005

랜디 존슨

트레이드

칼 파바노

FA 영입

2006

자니 데이먼, 카일 판스워스

FA 영입

바비 어브레유

시즌 중 트레이드

2007

이가와 게이

FA 영입


하지만 그런 양키스가 올해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조 토레가 사실상 해임되다시피하며 팀을 떠났고, 에이로드의 재계약 과정에서도 소란스러운 점이 없진 않았으나 FA나 트레이드 시장을 뒤흔들만한 선수의 영입은 없었다.


이는 평소 그들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양키스는 어느 때보다도 팀 내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FA 4인방에게 만족할 만한 금액을 안겨주며 붙잡은데 이어, 바비 어브레유에게는 올해 걸려 있던 옵션(1,600만)을 행사했고, 올스타 주전 2루수 로빈슨 카노와 장기계약(4년 3,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눈에 띄는 선수 영입이라고 해봤자, 모건 엔스버그를 제이슨 지암비의 보험용 1루수로 붙잡은 것 정도다. 2005년 36홈런을 쏘아올린 경력이 있는 엔스버그의 영입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겠지만, 디비즌 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패한 양키스의 움직임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의외다.


현재 뉴욕의 팬들은 팀 프랜차이즈 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영건 3인방에게 열광하고 있으며, 또한 그 만큼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마이크 무시나가 부상을 당하거나 큰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기라도 한다면, 1선발부터 5선발까지 모두가 양키스 자체 팜 출신 유망주로 구성되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셋 중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선발 투수로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필 휴즈(86년생), 지금 정도의 체중만 유지한다면 부상의 위험에서도 벗어나 정상급 투수로 성장할 조바 쳄벌린(85년생), 쳄벌린과는 반대로 너무 말라서 걱정이지만 꼭 젊은 시절의 마이크 무시나를 연상시키는 이안 케네디(84년생).


제국에 등장한 ‘젊은 피’는 지금까지 양키스가 답습했던 방식까지 바꿔놓을 만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들이 올 시즌 얼마만큼의 활약을 보여주는 가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도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번에 양키스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들의 팀 운영방식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올해를 끝으로 양키스는 그 동안의 짐을 모두 벗어버리고서, 정말로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바비 어브레유, 제이슨 지암비, 앤디 페티트, 마이크 무시나, 칼 파바노, 카일 판스워스 등의 고액 연봉자들과의 계약이 종료된다. 그리고 그 결과 무려 8,000만 달러의 페이롤 여유가 생긴다. 이 중 일부는 에이스 왕첸밍과의 장기계약에 사용될 것이며, 나머지는 새로운 선수의 영입에 투자할 여유 자금이 된다.


만약 영건 3인방이 모두 자리를 잡아 메이저리그급 투수로 성장한다면, 왕첸밍과 함께 향후 몇 년간은 양키스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져 줄 수 있게 된다. 또한 현재 양키스는 자니 데이먼이 지명 타자로 나서게 된다고 했을 때, 1루와 외야 한자리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장기계약으로 묶여있다.


즉, 필요한 선수는 단 세 명뿐이다. 양키스는 적어도 7,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무기로 F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며, 이는 특급 투수 한명과 최고 수준의 타자 두 명을 영입하기 부족함이 없는 액수다. 올해가 끝나면 마크 테익세이라, 아담 던 그리고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C.C. 싸바시아가 FA로 풀린다. 어쩌면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잡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특히 테익세이라는 가능성이 크다)


2008년은 양키스에게 있어 시험무대와도 같다. 영건들이 꼭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지 않더라도, 적당한 수준에서 적응에만 성공한다면 더 그것으로 충분하다. 올해의 양키스는 높이뛰기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9년의 양키스는 진정한 제국의 위용을 자랑하는 무적함대의 모습을 완성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