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감독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너무도 의외였다. 소문이 무성했던 ‘우승 청부사’도 ‘베이징의 영웅’도 아닌 재야의 인재였다. 본인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과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롯데는 로이스터 감독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단기전에 강하고 우승을 이끌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오겠노라고 공언했다.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 중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현대 왕조를 이끌었던 ‘우승 청부사(?)’ 김재박 감독. 09시즌을 끝으로 LG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재박 감독은 롯데 입장에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발은 너무도 거셌고, 구단의 입장에서도 팬들이 원치 않는 감독을 무작정 사령탑에 앉혀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을 김재박 본인이 감독직을 고사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순 없다.
그 다음으로 롯데의 차기 감독으로 거론된 이는 바로 두산의 김경문 감독. 물론 아직 두산과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이기는 하나 지난 4년간 번번이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김경문 감독이기에 두산과 결별하고 롯데와 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소문은 두산의 박용만 회장이 직접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사실무근’임을 밝히며 일단락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롯데의 차기 감독 자리는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듯 했다. 하지만 새로운 감독이 결정되고 공식발표가 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1일, 롯데는 양승호(50) 고려대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인식 감독이 두산을 이끌던 시절 그 밑에서 코치직을 수행했고, 2006년 당시 LG 감독이었던 이순철 감독이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후 약 3개월간 LG의 감독 대행으로 팀을 지휘했다. 그 후 김재박 감독이 2007년 LG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면서 팀을 떠나 고려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다. 2007년 이후 프로무대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인물이다.
롯데는 단기전에 강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공언했던 바 있다. 리그 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롯데를 일약 도약시키며 3년 연속 가을야구의 맛을 보게 해준 로이스터를 대신하려면 그 정도 수준은 되어야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단 양승호 감독이 프로무대에서 감독으로 보낸 시간은 2006년 LG에서 감독대행으로 약 3개월 정도 머물렀던 것이 전부다. 물론 고려대 감독으로 재임하면서 덕장으로 이름을 높였다고는 하나, 대학무대에서 역시 프로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할 만한 성적을 거둔 적은 없다.
과연 롯데 구단은 양승호 감독의 어떤 면을 보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감독이라 판단한 것일까? 우승경험이라고는 2009년 신정락이 버티고 있던 시절에 대통령기를 한 번 차지한 것이 전부인데, 설마 이것만 보고 감독 자리에 앉힌 것일까?
단기전에 강한지에 대한 부분 역시 의문이 든다. 지난 4년 동안 4강 이상의 성적이라곤 2009년 대통령기 우승과 2008년 하계리그 준우승, 딱 두 번밖에 없는 감독이다. 게다가 그것도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무대에서의 이야기다. 프로 무대는 엄연히 다르다. 상대는 양승호 감독의 롯데를 더욱 세밀하게 파악하고 덤벼들 것이다.
양승호 신임 감독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어떠한 면에서도 로이스터 감독보다 나은 점을 발견할 수 없다. 딱 한 가지,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은 좀 더 원활히 진행될 것이다. 그게 유일한 장점이다.
여론 또한 좋지 못하다. 팀을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감독을 내쫓으면서까지 데려온 감독이 프로경험이 일천한 인물이라는 사실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말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갖춘 ‘달’과 ‘헐크’의 단꿈에 젖어있던 롯데팬들은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순응하는 일만 남았다.
롯데가 윤학길 코치를 새롭게 임명한 것 역시 다소 찜찜한 부분이다. 당초 로이스터 감독과 더불어 주축 코치진의 옷까지 싹 다 벗겨버리면서 신임 감독에게 전권을 맡기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또다시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코치를 임명했다. 물론 언론발표에는 ‘양 감독과 협의 하에 이뤄진 결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이는 아무도 없다.
사실 이번 롯데의 감독 선임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팬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 뻔한 불확실한 카드를 왜 굳이 꺼내 들었냐는 것도 그렇다. 그럴 바엔 차라리 좀 더 욕을 먹더라도 지조 있게 김재박 감독으로 밀어 붙이는 게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팬들의 눈치는 보이고, 유력한 후보자들이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롯데의 감독직을 고사하고, 한국시리즈가 일찌감치 끝나버리는 바람에 모든 야구팬들의 관심이 온통 롯데의 신임 감독 선임으로 쏠린 상황에서 롯데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았다. 결국 프로무대에서 쌓은 업적이 없기에 잃을 것도 없는 양승호를 택했다. 감독직을 수행하게 된 본인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렇기에 아무런 대책조차 없다. 그저 롯데가 다시 예전처럼 비밀번호를 누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버닝곰 김성현[사진=Osen.cokr]
[반론] - 양승호는 좋은 감독, 롯데의 선택은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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