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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퇴출’ 위기에 놓인 가르시아의 진정한 가치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6.

롯데 자이언츠가 가르시아의 거취를 놓고 고민 중이다. 투수력 보강이 필요한 롯데로서는 두 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레 열어 놓고 있다. FA나 트레이드 시장에 거물급 투수가 보이지 않는 마당이기에 더욱 고민스럽다.

 

지난 3년 동안 부산 야구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큰 인기를 누렸던 가르시아다. 따라서 롯데와의 재계약 여부는 물론, 롯데가 아닌 제3의 구단에서 그를 데려갈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도 팬들 사이에서 말들이 많다. 특히 타력이 약한 몇몇 팀들의 팬들은 검증되지 않은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느니, 가르시아를 영입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막강 홈런포를 앞세워 팀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한 가르시아지만, 이미 그의 약점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태이기도 하다. 어떤 해설자는가르시아를 잡을 수 있느냐가 해당 투수의 컨트롤 능력을 판단하는 척도라고 평할 만큼, 구석구석을 찌를 수 있는 투수라면 더 이상 가르시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물론, 그만큼의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한 투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실투는 반드시 던지게 되어 있다. 가르시아의 홈런포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실투를 통타해 펜스를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맞으면 넘어 간다는 공포심을 심어줌으로써, 상대 투수의 컨트롤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괴력이 바로 가르시아의 최대 무기다.

 

하지만 수준급 투수들만 등판하는 포스트시즌에서는 3년 연속 침묵하며 합계 12경기에서 48타수 9안타(.188)의 빈타에 허덕였다. 홈런이나 타점도 솔로 홈런으로 인한 1타점이 고작이었으니, 4강 이상을 노리는 롯데로서는 고민되지 않을 수가 없다. 가르시아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작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다. ‘갈풍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에서 팬들의 변한 눈높이를 알 수 있다.

 

▲ 롯데의 가르시아 포기는 당연한 결과

 

결론부터 말하자면 롯데가 가르시아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아니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이미 시즌 중에도 예고되어 있었던 일이며, 롯데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가르시아라 하더라도 놓아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롯데가 좀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의 퇴출을 불러온 원인은 다름아닌 전준우와 손아섭의 성장이다. 이들이 풀타임을 소화하며 너무나 훌륭한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가르시아의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롯데의 수비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가르시아가 자리를 피해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이대호를 1루에 고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승호 신임 감독은 이대호의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1루수로 내보내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여기에 대해서는 모든 롯데팬들도 동감하는 바다. 그렇다면 그 동안 1루로 주로 출장했던 김주찬은 좌익수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준우(중견수)와 손아섭(우익수)이 나머지 두 자리를 차지하면 롯데 외야에는 더 이상 남는 자리가 없어지고 만다. 어차피 롯데의 지명타자 슬롯은 홍성흔이 고정이기 때문.

 

아쉽지만 롯데에는 더 이상 가르시아의 자리가 없다. 위의 라인업은 이미 그가 출장금지를 당한 시즌 막판의 7경기에서 성공적인 시험가동을 마쳤고, 내년시즌부터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가르시아가 빠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황재균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임을 감안하면, 롯데의 타선은 여전히 리그에서 1,2위를 다툴 수 있다.

 

유일한 약점은 왼손 강타자의 부재. 가르시아가 빠지면 손아섭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전 타자들은 모두 오른손 타자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대호나 홍성흔은 상대 투수를 가리는 타자들이 아니다. 좌완이든 우완이든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에 오른손 일색이라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가르시아 한 명으로 크게 흔들릴만한 타선이 아니다. 물론, 이승화와 박종윤이 좀 더 잘해준다면 그 약점은 훨씬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결국 롯데는 가르시아를 포기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채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그것은 순리에 맞는 현명한 판단이다. 아무리 지난 3년 간의 공헌도가 높다지만, 가르시아 역시 그에 해당하는 충분한 연봉을 받고 뛴 선수다. 아쉽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국인 선수 제도가 이러한 이상, 롯데 팬들은 가르시아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기록으로 살펴본 가르시아의 진정한 가치

 

그러나 롯데에서 필요 없는 선수가 되었다고 해서 다른 팀에서도 그럴까?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남아 있다. 지금부터 지난 3년 동안의 기록을 통해 가르시아란 선수의 진정한 가치를 한 번 살펴보자. 그리고 그가 롯데가 아닌 다른 팀 소속의 선수가 되었을 때는 어느 정도의 타자가 될 수 있을지도 한 번 알아보도록 한다.

 

가르시아는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2008년에 타율 .283, 30홈런 111타점으로 타점 1, 홈런 2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시즌 초반에 매우 고전했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히 되살아나며 .266의 타율과 29홈런(3) 84타점(10)을 기록했다. 올해는 전반기까지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히 무너지며 데뷔 이후 최악인 .252의 타율과 26홈런(4) 83타점(9)을 시즌을 마감했다.

 

어차피 가르시아라는 타자를 평가함에 있어 타율은 큰 의미가 없다. 그는 속 시원한 홈런포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타자이며, 그렇기에 중요한 건 홈런과 타점이다. 그는 3년 연속 홈런 순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타점 랭킹에서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3년간의 통산 기록에서도 85홈런 278타점으로 홈런은 이대호(90홈런 327타점)에 이은 2, 타점은 김현수(282타점)에 이은 3위다. 홈런 3위인 최형우(66)와의 격차가 매우 크며, 타점 역시 4위인 김동주(257타점)와의 차이가 적지 않다.

 

약점이 워낙 뚜렷해서 쉽게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르시아의 홈런-타점은 지난 3년 동안 최상위 클래스였다. 팀 동료인 이대호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가르시아보다 높은 생산력을 선보인 선수가 없다. 심지어 매우 부진했던 것 같은 올 시즌에도 이대호를 제외하면 가르시아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최진행과 조인성뿐이다.

 

3년의 시간 동안 가르시아가 실제로 크게 부진했던 것은 2009년 전반기와 2010년 후반기였으며, 특히 33경기에서 2홈런 15타점에 그친 올해 후반기가 심각했다. 2008년은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고, 작년 후반기와 올 시즌 전반기의 성적도 매우 훌륭했다. 가르시아가 올 시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무지막지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참고로 작년 후반기부터 올해 전반기까지의 127경기에서 가르시아의 성적은 무려 37홈런 105타점이었고, 타율(.272)과 장타율(.555)도 매우 좋았다. 올 후반기의 극심한 부진만 아니었다면, 가르시아에 대한 평가는 또 달랐을 것이다.

 

가르시아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년 동안 외야수치곤 많은 15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가르시아가 잡아낸 43개의 보살(외야 송구 아웃) 2위인 김강민(28)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는 리그 1위의 기록이다. 가르시아가 외야에 버티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상대팀의 주자는 함부로 홈을 노리지 못한다. ‘주자 억제력에서는 8개 구단의 모든 외야수들 가운데 단연 최고다.


▲ 가르시아가 다른 구단으로 간다면, 성공 가능성은?

 

롯데가 홈으로 사용하는 사직 구장은 잠실, 광주와 더불어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이다. 그라운드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펜스가 높고 파울존도 넓은 편이기 때문. 그것은 롯데 선수들의 홈-원정 성적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가르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가르시아가 홈경기에서 때린 홈런은 겨우 34, 반면 원정경기에서는 51개다. 원정에서 정확히 50%나 그 수치가 증가했다. 타점도 125-153으로 원정이 더 많으며, 장타율 역시 홈(.477)과 원정(.548)의 차이가 극심하다. 이는 사직구장의 높은 펜스가 가르시아의 홈런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음을 뜻하며, 단순하게 생각하여 가르시아가 평균 수준의 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면 연 평균 34홈런 102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음을 뜻한다.

 

가장 타자에게 유리한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한화를 비롯해 대구구장의 삼성, 목동의 넥센, 문학의 SK 등에서 뛰게 된다면 가르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위력적인 홈런타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가르시아는 좌타자다. 지난 3년 동안 가르시아는 평균 28.3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며, 그를 제외하면 20개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최형우(평균 22)와 최희섭(20) 정도가 전부다.

 

최근 이대호라는 걸출한 거포의 출현 때문에 팬들이 잠시 잊고 있는지는 몰라도, 전통적으로 롯데는 거포라는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가르시아가 기록한 3년간 85홈런 278타점은 모두 이대호에 이은 프렌차이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정작 그런 기록을 세운 롯데라는 팀은 떠날 수밖에 없을지 몰라도, 다른 팀에서도 소용이 없는 타자는 결코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장성호의 수술 공백이 예상되는 한화에는 아주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최진행과 가르시아의 콤비라면 정확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면, 당장 내년 시즌에 가르시아가 40홈런 타자로 거듭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다. 넥센 역시 굳이 2명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모두 투수로 꾸릴 계획이 아니라면, 가르시아의 영입을 고려해 봄직하다.

 

이미 한국 무대에서 3년간 뛴 경험이 있어 적응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의 스카우터들은 마이너리그 등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를 한국으로 데려오지만, 그 중 상당수는 한국이란 곳에 적응을 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르시아는 그런 면에서 검증된 용병이다.

 

과연 가르시아를 내년 시즌에도 한국에서 볼 수 있을까? 팀이 바뀌면 유니폼은 물론, 그를 향한 응원가도 새로운 곡으로 바뀌겠지만, 지난 3년 동안 한국에서 나름 화려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큰 인기를 누렸던 선수이니만큼 새로운 구단에서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더불어 자신을 버린 롯데의 심장을 향해 커다란 비수를 꽂아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가르시아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통쾌한 일이 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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