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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프로야구 초고액 연봉자들의 올 시즌 학점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7.

올 시즌이 시작하던 시점에서 8개 구단 전체에 등록된 선수는 기존 선수 396명에 신인선수 62, 그리고 외국인 선수 16명을 더한 총 474명이었다. 등록되지 않은 신고선수는 제외한 수치이며, 이들 중 기존 396명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8,687만원이었다. 신인과 신고선수들이 모두 포함된다 하더라도, 비교적 고액 연봉자에 속하는 외국인 선수들까지 모두 합친다면, 결국 프로야구에 생계를 걸고 있는 전체 선수의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은 넘는다는 뜻이다.

 

개막일을 기준으로 1군 로스터에 포함된 국내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12,422만원이었다.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고액 연봉자가 총 110명에 이르다 보니, 1군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뛰어넘은 지는 이미 옛날이다. 외국인 선수를 포함해 연봉을 기준으로 상위 208(26*8)의 평균 연봉을 계산하면 15,000만원도 넘는다. 프로야구 선수로 한 팀의 26인 로스터에 포함될 정도만 되도 부와 명예를 한 손에 쥘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억대 연봉자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초고액이라 불릴 만한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 25,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한 해 연봉으로 받는 선수는 모두 30, 각 팀은 물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저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 초고액 연봉자들은 지난 시즌 동안 자신의 몸값을 얼마나 확실하게 했을까? 언제냐 프로야구에선 저비용 고효율고비용 저효율이 공존하는 법. 그들의 올 시즌 성적을 바탕으로 하여, 지금부터 그들의 학점을 매겨보자.

 

A+ : 이대호(롯데), 류현진(한화)

 

지난해 롯데 구단의 스크루지 같은 심보 때문에 하마터면 연봉이 깎일 뻔했던 이대호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9년에 비해 3,000만원이 인상된 39,000만원에 올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팬들은 팀의 자존심이랄 수 있는 선수에게 끝내 4억원을 맞춰주지 않은 구단이 야속하게만 느껴졌고, 그건 이대호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자극받아 절치부심한 이대호는 2010시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홈런-타점-타율의 트리플 크라운은 물론 득점-최다안타-출루율-장타율까지 타격 8개 타이틀 가운데 7개를 싹쓸이하면서 고대하던 시즌 MVP까지 거머쥐었다. 아마도 지금쯤 짠돌이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내년 시즌 연봉 책정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다.

 

이대호가 타격의 정점이었다면, 류현진(27,000)피칭의 정점을 찍었다. 비록 시즌 막판에 아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무려 12년 만에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고, 탈삼진 타이틀도 함께 거머쥐었다. 다승왕을 놓치면서 2번째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엔 실패했고, MVP도 놓쳤지만 특급 에이스란 이런 것임을 잘 보여준 류현진의 피칭은 팬들의 눈을 정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매년 연차별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류현진의 내년 시즌 연봉이 기대되며, 그 또한 새로운 기록이 될 것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A : 홍성흔(롯데), 조인성, 봉중근(이상 LG), 박한이(삼성), 김현수(두산)

 

윤석민의 공에 손등을 맞지만 않았어도 이대호가 차지한 8개의 트로피(7관왕+MVP) 2~4개 정도는 홍성흔(4억원)의 것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한 한 달의 공백이 뼈아팠고, 그것이 홍성흔의 학점이 A+가 아니라 그냥 A인 이유다. 하지만 111경기만에 26홈런 116타점, 그리고 .350/.427/.601의 비율스탯을 기록한 홍성흔이 사상 최고의 넘버 투였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지난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보답일까? LG의 베테랑 포수 조인성은 만35세로 맞이한 올 시즌을 자신의 커리어 하이로 만들었다. 포수가 133경기를 전부 출장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28홈런 107타점을 기록하며 포수로선 역대 처음으로 100타점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홈런-타점 리그 3, 타율도 .317 6위에 오른 포수 MVP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이 야속할 뿐이다.

 

LG의 에이스 봉중근(36,000)은 올해도 변함없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투구이닝(178.1이닝) 3, 방어율(3.58) 7위의 좋은 기록으로도 10 9패에 그친 그는 이미 승리투수에 대한 욕심에서 초탈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팀 공헌도가 다른 어떤 팀의 에이스와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지난해 FA를 선언한 후 삼성과 연봉 3억원에 재계약한 박한이의 올 시즌은 상당히 훌륭했다. 홈런과 타점(11홈런 63타점)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301/.413/.454라는 비율 스탯은 매우 뛰어났고,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타격기계김현수(25,200)도 작년만은 못했지만 중심타자로서 24홈런 89타점(각각 6)의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시즌 중후반만 하더라도 3할을 치느니 못 치느니 말이 많았지만, 막상 시즌이 끝나고 보니 그의 타율은 .317로 리그 7위권이었다.

 

B : 김동주, 김선우(이상 두산), 최희섭, 서재응(이상 KIA), 송지만(넥센)

 

두산의 중심타자 김동주의 올 시즌 성적(20홈런 67타점 .295/.407/.506)은 비교적 훌륭했지만, 23경기를 결장했고, 무엇보다 그의 연봉이 7억원으로 프로야구 전체 단독 1위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히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다. 포수 최고 연봉을 받는 박경완(5억원)의 경우, 시즌 성적은 14홈런 67타점 타율 .263으로 평범했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팀에 가져다 주는 무형의 안정감을 생각했을 때 연봉값은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잇다.

 

나란히 4억원의 연봉을 받는 최희섭과 송지만도 나름 자신의 몫은 충분히 했다. 작년만 못하지만 21홈런 84타점 타율 .286의 성적은 나쁘다 할 수 없고, 4할에 가까운 출루율(.399)을 기록하면서 팀에 대한 공헌도는 상당했다. 노장인 송지만도 많은 경기에 출장해 17홈런 63타점 타율 .291의 성적으로 넥센 타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쳤다.

 

해외 복귀파로 그 동안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김선우(35,000)와 서재응(3)에게 올 시진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될 지도 모른다. 김선우의 자신의 뛰어난 투구와 타선의 지원에 힘 입어 13 6패 방어율 4.02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서재응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9 7패에 그쳤으나 리그 5위에 해당하는 3.34의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했다. 특히 서재응은 2년 연속 연봉이 삭감되는 수모를 당한 후 이뤄낸 성공이라 더욱 그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C : 이진영, 이병규, 박용택, 이택근(이상 LG), 김재현(SK), 진갑용(삼성)

 

개막 전부터 프로야구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LG외야수 빅5’지만, 이대형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활약상은 하나같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진영은 .331의 높은 타율(리그 4)을 기록했지만, 29경기나 결장했고, 7홈런 50타점의 기록은 전체 4위에 해당하는 54,000만원의 연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게다가 저 금액은 신고된 액수일 뿐, FA 계약을 체결한 이진영의 실제 연봉은 최소 9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연봉 4억원을 약속 받고 국내로 유턴한 이병규 역시 .290의 타율과 9홈런 64타점에 그쳤고, 박용택(31,000) 3할 타율을 기록하긴 했지만 9홈런 45타점은 명성에 어울리는 수치가 아니다. 부상과 부진에 허덕인 이택근(27,000)도 후반기 들어 되살아나면서 3할 타율과 더불어 14홈런 50타점을 기록했지만, 42경기나 결장해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캐넌 히터김재현(5억원)은 여전히 김성근 감독 특유의 플래툰 시스템 하에서 자신의 몫을 했다.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4할대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고, 10홈런 48타점의 성적도 타석수를 고려하면 아주 준수한 편이다. 작년의 활약이 미미해 올해 연봉이 15,000만원이나 삭감됐던 진갑용(35,000)은 올해도 타격에서는 10홈런 28타점으로 큰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그가 포수마스크를 쓰며 100경기나 출장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삼성에는 큰 힘이 된다. 박경완이 그렇듯, 진갑용도 언제나 플러스 알파가 적용되는 레벨의 포수다.

 

D : 이호준, 박재홍(이상 SK), 박명환, 정성훈(이상 LG), 이종범(KIA), 장성호(한화)

 

압도적인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사실 올 시즌 SK의 고액 연봉자들은 대체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각각 5억원과 4억원을 받는 이호준과 박재홍도 마찬가지다. 이호준은 8홈런 46타점으로 작년에 비해 홈런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부상과 부진에 허덕인 박재홍은 8홈런 27타점 타율 .220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LG 팬들의 애증의 대상인 박명환(5억원)은 올 시즌 시작부터 마운드에 오르며 드디어 지긋지긋한 부상의 악령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정작 15경기에서 76이닝 동안 4 6패 방어율 6.63의 낙제수준의 성적을 기록한 후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팀의 우승으로 모처럼 연봉이 올랐던 이종범(26,000)은 올해 다시 우울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시즌 타율이 .245에 그치는 바람에 그 동안 지켜온 통산 3할 타율이 무너졌고, 4홈런 29타점 2도루의 성적은 바람의 아들답지 않았다. 박명환과 이종범, 이들 두 명은 지금 현 시점이 분명한 위기다.

 

이진영과 더불어 LG가 큰 기대를 걸고 FA로 영입한 정성훈(35,000) 2년째가 되면서 4홈런 38타점 타율 .263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게다가 실제로 받는 연봉은 6억원이 넘을 것이라 LG 팬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하다. 우여곡절 끝에 한화로 트레이드 된 장성호(25,000)훈련부족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74경기에서 4홈런 29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시즌 종료와 더불어 어깨 수술까지 받아 내년 시즌에도 초반 공백이 예상된다.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F : 손민한(롯데), 박진만, 양준혁, 오승환(이상 삼성), 김원형(SK)

 

작년에 원 소속팀인 롯데와 FA 계약을 맺은 손민한의 올 시즌 명목상연봉은 6억원, 김동주에 이어 리그에서 2번째로 많다. 하지만 작년에도 70이닝을 채우지 못했던 그는 올 시즌은 1군 무대에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프로라면 왕년의 영광이나 부상이 현재의 아쉬움에 대한 변명이 될 순 없다. 안타깝지만 손민한이 올 시즌 프로야구 최악의 먹튀’임을 부인하긴 어렵.

 

올 시즌 삼성은 유난히 고액 연봉자들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FA 계약이라 작년과 마찬가지로 6억원을 받은 박진만은 46경기 출장에 그쳤고, 시즌 중에 은퇴를 결심한 양준혁(45,000)도 출장한 64경기에서의 성적이 1홈런 20타점 타율 .239에 불과했다. 류현진에 앞서 연차별 최고 연봉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오승환(26,000) 2년 연속 제동이 걸렸다. 올해는 부상으로 14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김원형(25,000) SK 투수들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지만 올 시즌 1군에서 2.1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수술 이후 재활로 시즌의 대부분을 날렸고, 막판에 복귀했으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SK와 삼성의 경우, ‘고비용 저효율인 선수가 많음에도 1,2위를 기록했다. 그것은 그만큼 저비용 고효율인 선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은 팀의 자랑임과 동시에 고민이기도 하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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