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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박용택과 배영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9.

FA 자격을 갖추고 있던 18명의 선수들 가운데 실제로 권리 행사를 신청한 선수는 고작 4명이었다.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가 예정된 선수를 제외한 14명 중 10명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다. 특히 넥센 소속의 선수들은 작년(6)에 이어 올해도 4명이 모두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불합리한 현실 속에 FA를 선언하여 자신의 시장가치를 평가 받겠다고 나선 선수는 각각 투타 최대어로 꼽히는 삼성 배영수와 LG 박용택, 그리고 한화 이도형과 최영필이다. 배영수와 박용택이 나름 대박을 꿈꾸고 FA를 선언했다면, 이도형과 최영필의 경우는 은퇴의 기로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팀을 찾기 위함이다.

 

저마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나름의 꿈을 품고 FA를 신청한 선수들은 앞으로 열흘 동안(11/7까지) 원 소속구단과 재계약을 논의하게 되고, 계약이 불발되면 그 후 20일 동안(11/8~11/27) 나머지 7개 구단과 계약을 채결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첫 10일 동안은 나머지 구단과 접촉해선 안되고, 이후의 20일 동안은 원 소속구단과의 계약은 불가능하다. 11 28일부터는 모든 구단과의 계약 교섭이 가능하나, 내년 1 15일까지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할 경우는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되어 2011년에는 어떤 팀에서도 뛸 수 없게 된다.

 

배영수와 박용택의 경우는 원 소속팀과의 재계약을 원하고 있으며, 소속팀에서도 이들을 반드시 붙잡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흘러가면 이번 스토브리그는 다소 싱겁게 끝날 전망이다. 일단 그러한 현실은 접어둔 채, 프로야구 8개 구단 가운데 이들을 가장 원하는 팀은 어디일까를 한 번 상상해 보자.

 

▲ 부활한 배영수가 가장 필요한 팀은 어디?

 

어린 나이에 혹사를 당했던 배영수는 결국 2007년에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보통 이 수술을 받은 선수는 1년 정도면 마운드에 복귀하지만, 결과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녔던 구속을 잃어버리는 선수도 있고, 반대로 볼 스피드가 올라가는 선수도 있다. 아쉽게도 배영수는 전자였다.

 

게다가 배영수 수술 후유증 이상으로 혹사로 인한 데드 암증상이 심각했다. 어깨를 혹사시킨 댓가로 구위를 잃어버린 투수가 다시 자신의 기량을 되찾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통상 2~3, 배영수는 올 시즌 후반기가 되면서 점점 예년의 구속을 회복했고, 그것은 FA를 앞둔 그에게 있어 청신호였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최고의 우완투수인 배영수가 예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당장 내년부터 두 자리 승수와 3점대 방어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이란 표현을 자주 듣지만, 81년생인 배영수는 내년이 되면 만30세가 된다. 다음 FA가 되는 4년 동안은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 장원삼과 차우찬이라는 든든한 원투펀치, 그리고 내년에는 윤성환의 부활도 기대하고 있다. 정인욱이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외국인 투수를 한 명 영입하면 5명의 선발진이 꾸려지지만, 그렇다고 배영수를 포기할 순 없다. 양준혁이 떠난 상황에서 배영수는 삼성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또한, 선동열 감독이 외국인 타자를 한 명 뽑을 생각이라면, 반드시 배영수를 붙잡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삼성의 팬들이 배영수를 놓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필요지수 80%)

 

SK김광현과 카도쿠라, 그리고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이 팀에 붙박이 선발은 이렇게 3명이면 충분하다. 김성근식 야구의 중심은 선발에 있지 않다. 여차하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송은범이나 고효준, 크고 작은 이승호 등을 선발로 투입하면 된다. 굳이 배영수가 없어도 이 팀의 마운드는 잘 굴러간다. 욕심 낼 이유가 없다.(필요지수 5%)

 

두산 만약 배영수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그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팀이다. 히메네스와 김선우는 든든하지만 임태훈과 이현승, 홍상삼 등은 내년에도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다. 수술을 받은 이재우도 내년 전반기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 우승이 목표라면 확실한 3선발감이 되어줄 배영수의 영입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 물론, 삼성에서 배영수를 붙잡는데 실패한다 하더라도 이 짠돌이구단이 FA 시장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필요지수 90%)

 

롯데 올 시즌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킨 사도스키, 송승준, 장원준, 그리고 신예 이재곤과 김수완. 거기에 내년에는 에이스인 조정훈과 손민한의 복귀도 예정되어 있다. 이들 중 누굴 선발로 기용하느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정도. 데려와서 마무리로 쓸 생각이 아니라면, 롯데에 배영수는 사치다.(필요지수 1%)

 

KIA부상이 없다는 전재 하에서 윤석민-로페즈-양현종-서재응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8개 구단 중 단연 최고다. 거기에 한기주와 김진우의 내년 시즌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3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콜론의 퇴출이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이 팀의 선발진은 막강하다. 배영수를 영입해서 6선발로 기용하는 건 낭비다.(필요지수 0.1%)

 

LG다른 일은 다 젖혀 두고서라도 삼성과 배영수의 계약이 틀어지길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봉중근과 더불어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는 배영수만 영입한다면, 당장 내년에 4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FA 시장의 큰 손다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만약 삼성이 아닌 다른 팀에 빼앗긴다면 박용택과의 재계약을 체결한 후 1:1 트레이드를 제안해서라도 배영수를 잡아와야 한다. 이 팀에 필요한 건 3할 치는 외야수가 아니라 10승이 가능한 수준급 투수다!(필요지수 95%)

 

넥센 고원준을 필두로 하여 김성현, 금민철, 김성태, 황두성, 김수경 등 선발 자원은 풍부한 편이다. 게다가 김시진 감독은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영수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 한 명을 타자로 뽑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 4강 이상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무엇보다 이 팀은 배영수를 영입할만한 돈도, 그럴 생각도 없다. 손승락을 팔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현실가능성 0.2%)

 

한화 류현진이 등장하기 전까지 최고의 투수였던 배영수를 영입한다면, 그 원투펀치의 존재만으로도 팬들은 한화라는 팀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현진을 제외하면 마땅히 믿을만한 선발이 없는 상황이라 얻을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배영수가 그다지 미래가 밝지 않은 한화를 택할 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작년에 아껴둔 총알이 충분한 상황이니,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든 최선을 다한 배팅을 할 것으로 보인다.(필요지수 90%)

 

대박 카드 FA 최대어 박용택의 행선지는?

 

작년에 .372의 타율로 타격왕에 올랐던 박용택은 올 시즌 6월까지 .220의 극심한 빈타에 허덕였다. 하지만 7월 이후로는 .364의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시즌 타율을 3할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다. 작년의 대활약이 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고, 그런 만큼 이번 FA 시장에서의 가치는 배영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타격에 대한 감각이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며, 잠실 구장만 벗어난다면 20홈런이 충분히 가능한 파워와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이다. 79년생으로 내년에 만32세가 된다는 점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4년 정도는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LG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를 제외하면 박용택을 잡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 팀에는 박용택 외에도 올 시즌 5’라 불렸던 나머지 4명의 외야수가 건재하다. 그리고 실질적인 능력치에서는 그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작은이병규를 이대로 썩힌다는 것은 심각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팀에 필요한 건 박용택이 아니라 배영수다. 하지만 팬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박용택을 잡을 것으로 보이며, 그것이 내년에도 이 팀의 4강 진출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필요지수 30%)

 

SK김재현이 은퇴하면서 그 공백을 대신할 선수가 필요하다. 박용택을 영입하여 박정권을 1루에 고정시키는 것도 한번쯤 고려해볼 만하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겠지만, 김재현(올 시즌 연봉 5억원)이 빠진 만큼 총알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박용택의 기량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이 바로 SK인지 모른다. 다만, 자유로운 분위기의 LG 출신인 박용택이 SK를 택할지는 미지수다.(필요지수 60%)

 

삼성 박한이, 최형우, 오정복, 이영욱, 그리고 강봉규까지. 삼성은 당장 내년에 올 시즌 LG5’를 능가하고도 남을만한 최고의 외야진을 구축한 팀이다. 레벨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박용택과 같은 호타준족스타일은 강봉규와 신명철로도 충분하다. 쓸 데 없이 남의 떡을 노리느니, 배영수와의 재계약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필요지수 5%)

 

두산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이종욱, 우익수 이성열, 3명의 외야수는 올 시즌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고, 그것은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굳이 외야수가 아니더라도, 이 팀은 타자의 보강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필요지수 2%)

 

롯데 가르시아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김주찬-전준우-손아섭으로 구성된 외야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타력 보강이 필요 없는 건 롯데도 마찬가지다. 이 팀에 필요한 건 오직 불펜 투수뿐이다.(필요지수 5%)

 

KIA중견수 이용규는 믿을 수 있지만, 김원섭과 나지완은 약점이 뚜렷하고 신종길의 내년 시즌은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 박용택을 영입하게 되면 나지완을 지명으로 돌리고, 올 시즌의 가장 큰 문제였던 ‘3번 타자의 부재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 올 시즌 KIA 3번 타자들은 타율 .230 15홈런 64타점을 합작했고, 이것은 전부 다 8개 구단 중 최악의 수치였다. 박용택만 붙잡을 수 있다면, 내년 시즌의 KIA는 다시 한 번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용택의 영입효과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팀은 다름 아닌 KIA.(필요지수 98%)

 

넥센 놀리냐? 우린 돈 없다니까!! 강정호나 안 팔면 다행이다…(현실가능성 0.1%)

 

한화 – LG와 박용택의 계약이 불발되기만을 간절히 바래야 한다. 김태완은 군대로 가고, 장성호마저 수술을 받으면서 내년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외국인 타자를 한 명 뽑는다 해도 그걸로 해결될 만한 타선이 아니다. 작년에 김태균과 이범호에게 투자하려 했던 금액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박용택을 얻을 수만 있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배영수까지 함께 잡는다면 금상첨화. 물론 실현 가능성은 일단 논외로 하자.(필요지수 95%)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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