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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배영수의 ‘무모한’ 일본 도전, 임창용과 닮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31.

잔잔할 것만 같았던 올 시즌 프로야구 FA 시장에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배영수가 원 소속 구단인 삼성과의 협상을 중단하고, 일본 진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소 의외의 일이라 그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일찍이 일본 구단에서 배영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도 전해진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배영수의 일본진출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배영수는 이미 임창용의 에이전트와 대리인 계약을 맺은 상황이고, 진지하게 일본 무대 도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 팬들은 무난히 잔류할 줄 알았던 푸른 피의 에이스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다. 아쉬운 마음 만큼이나 배영수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드러내고 있다. 무려 4년이나 그의 부활을 믿고 기다려왔던 팬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나머지 야구팬들 역시 대다수가 배영수의 결정을 무모한 도전이라며 비웃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간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배영수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출신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일본 진출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작년에 일본으로 건너간 이혜천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때문에 성공 가능성도 없는 그의 무모한 도전에 코웃음을 치는 팬들이 훨씬 더 많은 편이다.

 

20세였던 2001년에 13 8패 방어율 3.77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주목 받기 시작한 배영수는 이후 2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하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3년 동안 배영수의 시즌 방어율은 항상 2점대였고, 매년 포스트시즌마다 맹활약하며 삼성의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많은 이닝을 소화한 배영수는 결국 어깨와 팔꿈치에 무리가 가해졌고, 2007년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1년간의 재활을 거쳐 2008년 다시 1군에 복귀했으나, 그 이후의 배영수에게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2008년에는 9 8패 방어율 4.55를 기록하며 그나마 합격점을 줄 수 있었으나, 작년에는 1 12패 방어율 7.26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것은 배영수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남겼고, 팬들의 신뢰 역시 상당 부분 앗아가고 말았다. 올해 다시 4점대 방어율(4.74)을 기록하며 6 8패를 기록했지만, 짧은 투구이닝을 물론이거니와 .288의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한 그의 피칭에서 안정감이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후반기 막판이 되면서 배영수는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140km대 후반까지 회복됐다. 여전히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지만, 오랫동안 참아왔던 기다림의 결실이 드디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배영수의 경우는 수술한 팔꿈치만큼이나, 무리한 결과 지쳐 있던 어깨가 더 큰 문제였다. 한 번 상한 어깨는 팔꿈치보다 회복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며, 드디어 배영수의 어깨가 예전의 상태로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전성기시절의 스피드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 상태만 유지한다 하더라도 훨씬 더 폭 넓은 피칭을 할 수 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배영수는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이제 그는 노련함이 엿보이는 30세의 베테랑이 됐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는 피칭을 할 수 있는 투수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배영수가 일본 진출에 대한 뜻을 밝히자 삼성 구단 측에서는 일단 흔쾌히 그 뜻을 받아들여 그의 일본 진출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이기에 그의 뜻을 존중해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같은 이유로 프렌차이즈 스타의 이탈을 선뜻 허락한 구단의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배영수와 삼성 구단, 양측은 구체적인 금액의 교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진출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한다. 어쩌면 구단 측에서는 배영수의 일본 진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을 수도 있다. 어차피 배영수의 선택은 일본 아니면 삼성, 둘 중 하나다. 일본 진출이 무산된다고 하여 나머지 7개 구단과 계약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 진출이 실패한 후 다시 협상을 하더라도 삼성으로선 아쉬울 것이 없다. 오히려 지금 당장 계약하여 팀을 떠나지 않는 프렌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로 실력 이상의 대박 계약을 안겨주느니, 나중에 갈 곳 없는 프렌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정도의 계약이 구단의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 구단의 FA 협상 실무자는 배영수가 일본 진출에 실패하고 돌아오면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시기(11 28일 이후)에 협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영수는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라는 말을 일본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로 밝혔다. 구속이 점점 올라옴에 따라 차오르기 시작한 자신감도 당찬 포부의 원인일 것이다. 배영수라면 그 명성만으로도 일본 구단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관심은 명성으로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계약은 현재의 실력과 지난 실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배영수의 일본 진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현실적으로 일본 구단이 배영수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그쪽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한국에 남았을 때와 비교하여 예상되는 액수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다 하더라도 기어이 일본 진출을 시도할 것인지에 달렸다.

 

배영수는 나를 원하는 (일본)팀이 있다면 간다. 대우가 적어도 상관없다.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그의 일본 진출 시도는 무모한 도전일지라도 아름다운 도전이고 순수한 도전이다.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한 도전이며,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배영수는 많은 면에서 임창용과 닮아 있다. 임창용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로 군림해 왔지만, 그렇게 무리한 까닭에 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3년 간 성적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당시 그의 일본 진출을 두고 수많은 팬들이 비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3년이란 시간이 상한 어깨를 회복시켜줬고비웃음 속에 일본으로 떠난 임창용은 그곳에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배영수가 팀 선배이기도 한 임창용의 전철을 밟아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이혜천처럼 계륵이 되어버릴지, 그것도 아니면 일본 구단의 관심을 받지 못해 한국에 잔류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특급 에이스가 보장된 미래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설령 그 시도가 무모한 도전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그 뜻 하나만으로도 배영수의 도전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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