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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박찬호의 국내복귀, 왜 ‘특별법’이 필요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5.

박찬호의 국내 복귀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박찬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해왔고, 스스로가 지금이 그 약속을 지킬 적기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어차피 다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족이 동의하고 국내로 복귀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된다면, 한국으로 금의환향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식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박찬호가 한국행 결심을 굳힌다 하더라도 절차상의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 박찬호가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하여 섣불리 혼자 발표했다가, 절차상의 문제가 꼬이기라도 하면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되어 모양새만 이상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국내 복귀에 문제가 되는 몇 가지 규정상의 절차와 그 문제점, 그리고 항간에떠돌고 있는 박찬호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와 그 구체적인 시행방식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현행 규정상 박찬호가 국내에 복귀하기 위해선?

 

박찬호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적이 없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서는 FA 신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KBO는 한국 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아마추어 시절 곧바로 해외에 진출한 선수가 국내에 복귀하기 위해선 신인 자격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는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기 위한 제도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실제로 봉중근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국내에 복귀했다)

 

박찬호가 국내에 복귀하기 위해선 2011 8월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여, 거기서 국내 구단에 선발된 후 2012년부터 리그에서 뛸 수 있다. 문제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신분 정리를 한 상태(FA)여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 해에는 어떤 팀에서도 뛸 수 없게 된다. 박찬호의 후발주자로 미국 무대에 뛰어든 선수들에게 제동을 걸기 위한 규정이 선구자인 박찬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당장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9세가 되는 박찬호에게 1년을 쉬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로 이것이 국내 복귀에 따른 최대걸림돌이며, ‘박찬호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국내에 복귀한다면 꼭 한화 구단이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 박찬호가 한국에 돌아올 경우 한화의 유니폼을 입게 될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은 다름 아닌 박찬호의 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박찬호 스스로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한화에 입단, 거기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건 고향팀에서 뛰고 싶어하는 박찬호의 희망사항일 뿐, 실상 한화 구단은 박찬호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없다. 서재응과 김선우의 경우는 그들이 해외로 진출하기 전인 고교시절, KIA와 두산에서 이미 신인 드래프트로 선발했던 선수들이라 무리 없이 국내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는 드래프트에서 박찬호를 외면했다.

 

오히려 한화가 박찬호의 저와 같은 희망사항을 활용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 박찬호를 무조건 붙잡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냉정히 따져봤을 때 한화 구단의 욕심이며, 때문에 다른 7개 구단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 한화구단이 절차상의 문제 없이 박찬호를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은 앞서 2011년 드래프트에서 가지고 있는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박찬호를 뽑는 것뿐이다.

 

▲ 한화 구단의 속내는 무엇인가?

 

박찬호가 현행 규정대로 내년 드래프트에 참가하여 2012년부터 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박찬호도 1년이란 시간을 잃게 되지만, 한화 구단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일단 박찬호라는 흥행 보증수표의 가세가 1년 늦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힘들게 얻어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권리를 박찬호에게 행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012년이면 한국나이로 마흔이 되는 선수를 뽑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팀의 기둥이 되어줄 전체 1순위 신인을 포기한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만약 한화가 박찬호를 뽑지 않으면 그 우선순위는 다음 권리를 가진 넥센과 LG 등에게로 넘어간다. 한화로서는 이래저래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화 구단이 KBO 측에 박찬호 특별법의 적용을 간곡히 청원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명분이 있다. 지난 2007 4, KBO'프로야구의 중흥을 위해 1999년 이후 해외에 진출해 5년이 경과한 7명에 한해 한국무대 복귀를 허락한다'는 취지로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을 실시한 바 있다. 해외 진출 전에 고졸 우선지명으로 송승준과 최희섭을 지명한바 있는 롯데와 KIA에게는 그 권리를 그대로 인정했고, 나머지 5명의 선수들은 남은 6개 구단이 추첨을 통 순위를 가린 후 선수를 지명했다. 그런데 거기서 6번을 뽑은 한화는 아무도 지명하지 못했다.

 

그렇게 뽑힌 선수들 중 일부는 2007년 시즌 중에 국내로 복귀하여 시간의 공백 없이 곧바로 경기에 출장했다. 최희섭이나 송승준, 채태인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이들 3명은 이후에도 좋은 활약으로 소속팀의 성적에 큰 보탬이 됐다. 따라서 한화는 당시의 일을 예로 들어 자신들이 가진 지명권으로 박찬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KBO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KBO가 이를 인정하면, 박찬호는 1년을 손해보지 않아도 되고, 한화도 1순위 지명권을 날릴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나머지 7개 구단, 특히 당시 특별지명을 통해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한 구단들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특별지명으로 앞선 3명을 뽑은 3개 구단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지만, 추신수(SK)와 김병현(현대), 류제국(LG), 이승학(두산)을 뽑은 4개 구단은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빠진 상황에서 한 드래프트에 대한 권리를 소급해서 인정받겠다는 한화 구단의 요구는 사실 억지에 가깝다.

 

▲ 박찬호의 미묘한 입장과 7개 구단의 반발

 

박찬호는 한국 야구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영웅 중 한 명이다. 혈혈단신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신화를 만들어 냈다. 특히 국가적 위기였던 IMF 시절에는 그의 승리 소식이 전 국민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고,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맹활약하며 대표팀의 기둥 같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메이저리거로서 이룬 업적들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있어서는 그다지 공헌한 바가 없으며, 오히려 국내 야구팬들의 관심이 박찬호로 몰리면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프로야구는 큰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게다가 박찬호의 성공을 본 어린 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이 이어지면서, 한국 야구는 지금까지도 유망주의 이탈이라는 굴레 속에 허덕이며 좋은 신인을 키워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

 

박찬호가 한국 야구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사실이나, 정작 국내 프로야구를 위해서는 딱히 한 것이 없다. 이것이 딜레마다. 박찬호가 국내에 복귀한다면 당장 더욱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프로야구의 중흥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하나의 명분만으로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야 좋은 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길 바랄 수도 있지만, 그래서는 조직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한화는 박찬호에 대한 특별한 권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KBO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박찬호와 한화 구단을 위한 특별법을 만든다면, 그건 나머지 7개 구단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기까지는 구단 이기주의라 부르기도 힘든 상황이다. 나머지 구단들도 박찬호와 함께하고픈 욕심이 분명 있을 테고, 일단 공평한 상황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박찬호의 복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 프로야구 흥행 전체에 큰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당장 경쟁팀인 한화의 전력이 강해진다면 넥센이나 LG 등은 달가울 리가 없다. 결국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나머지 7개 구단은 현행 절차대로의 국내복귀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박찬호는 1년을 쉬어야 하고, 한화 구단은 1순위 지명권을 포기해야 한다. 팬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노골적이진 않겠지만, 나머지 구단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취할 수 있는 제스쳐다.

 

▲ 그럼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이렇게 박찬호의 국내 복귀는 몇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KBO와 유영구 총재의 합리적인 조정과 정치력이 요구된다. 소위 말하는 박찬호 특별법도 바로 KBO 총재의 직권 조정을 뜻하는 것이고, 유영구 총재는 이미 올 시즌 중에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을 위해 박찬호 같은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KBO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떤 것이 있을까? 현행 제도에 따라 박찬호를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하는 것은 박찬호에게나 그를 뽑는 구단에게나 큰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한화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 권리를 인정하고 당장 내년부터 뛸 수 있게 하는 건 나머지 7개 구단의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박찬호 특별법의 가장 좋은 방식은 박찬호에게 ‘국내 프로야구에서의 FA 자격을 주는 것이다. 이미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취득한 상황이고, 그 곳에서 쌓은 업적이 있다. 국내에서 얻은 권리는 아니지만, 그간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인 대가로 그러한 권리를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말 그대로 박찬호만을 위한 특별법이며,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박찬호에게 FA 자격을 허용한다는 것은 계약에 관한 모든 선택 권한을 박찬호가 가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8개 구단 모두가 영입 전쟁에 뛰어들어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가 있게 되고, 그렇게 계약에 성공하면 당장 내년부터 리그에서 뛸 수 있다. 한화 구단의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이미 박찬호의 마음은 고향을 연고로 한 이글스를 향해 있으니, 협상의 시작부터가 유리한 상황이다. 엄청난 자산가인 박찬호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을 보고 팀을 결정할 확률은 매우 낮은 편이라 보면, 한화가 무난히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FA 자격을 인정하게 되면, 여러모로 모양새도 좋고, 박찬호 스스로의 바람(한화행)도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할 수가 있게 된다. 지난 십 수년 동안 한국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박찬호의 한국 복귀. 그 상상만으로도 야구팬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쪼록 그 복귀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잡음이 일거나 박찬호가 손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홍순국의 순 스포츠,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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