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드디어 개막했다. 그리고 대회 첫날부터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사실상의 ‘결승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13일(토)의 대만전을 시작으로 14일(일)은 홍콩, 16일(화)에는 파키스탄과 예선전을 치른다. 그리고 18일(목)과 19일(금)에는 준결승과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오래 전부터 적지 않은 준비를 해왔고,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최강의 멤버를 선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목표는 단 하나, 바로 8년만의 금메달 탈환이다. 그리고 우리 야구대표팀은 스스로와 팬들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만 한다. 그것도 5전 전승으로!
▲ 한국 야구의 발전과 흥행을 이어가야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592만8,626명)을 세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이며, 이제 야구 관람은 국민들의 중요한 여가 활동 중 하나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에 큰 위기를 맞이했던 프로야구가 다시금 이렇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게 된 것은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좋은 결과가 큰 계기가 됐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뒤이은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쟁쟁한 야구 강국들을 따돌리고 준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과 갈수록 높아지는 국내 야구의 수준과 재미가 결합되면서 지금과 같은 폭넓은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자존심만 걸려 있는 대회가 아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그 존재를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고, 팬들이 응원하는 우리 야구의 강함을 증명할 수 있는, 아니 증명해야만 하는 시험 무대이기도 하다.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내년에는 기필코 6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의 금메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 4년전 ‘도하참사’의 설욕을 위해서
프로 1진이 출장하게 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은 대부분 국민들의 응원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왔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제1회 WBC 4강 진출, 2008년 베이진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까지! 지난 12년 동안 대표팀이 만들어온 전적은 화려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기간 중 딱 두 번의 실패가 있었는데, 한번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장권이 걸린 아시아 예선에서의 탈락이고, 다른 한 번은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의 동메달이다. 아테네에서 대만과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올림픽 진출권을 놓쳤던 대표팀은 도하 대회에서도 또 다시 그들 두 팀에게 무너지며 3위에 그쳤다. 프로 1진이 출장한 대만에게 패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인 야구와 대학 선수들로 대표를 꾸렸던 일본에게 7-10으로 패한 것은 ‘도하참사’라는 이름과 더불어 한국 야구 역사상 최악의 굴욕으로 남아 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야구협회와 KBO가 그토록 신경을 많이 썼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년 전의 패배는 WBC에서의 4강 진출이란 기억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는 반드시 그 빚을 갚아줄 필요가 있다. ‘도하참사’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는 한, 그것은 언제까지나 우리 야구대표팀의 쓰라린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 5전 전승만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의 금메달은 단순한 ‘결과적인 우승’이어서는 곤란하다.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내야만 한다. 대표팀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은 딱 하나, 바로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다.
총 8개 팀이 4팀씩 2개조로 나뉘어 풀리그를 치른 후 4강 토너먼트를 가지는 이번 대회는 결승까지 총 5경기를 가지게 될 예정이다. 사실 같은 조에 속한 홍콩이나 파키스탄은 우리나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1차전인 대만전을 패한다 하더라도 2승 1패로 조 2위가 되어 결승 토너먼트에는 충분히 오를 수 있고, 준결승과 결승에서 이기면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결과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까?
또한, 우리나라와 일본이 둘 다 조 1위를 차지한다면, 그리고 준결승에서 대만이 일본을 꺾는다면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 시합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 역시 찜찜하긴 마찬가지다. 4년 전 우리이게 ‘도하참사’의 치욕을 맛보게 한 상대는 대만이 아닌 일본이었다. 이왕이면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어 승리하고, 기분 좋게 금메달을 획득하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대표팀은 연이어 6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결과 이상으로 과정과 내용이 완벽했다. 선수들 스스로와 모든 야구 관계자들, 그리고 야구팬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대만과 일본을 모두 꺾고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해야만, 행여나 모를 뒤탈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추신수가 ‘한국’의 영웅으로 남기 위해서
야구팬들이 이번 야구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을 기대하는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다. 금메달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부가적인 소득(?)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아직까지 군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11명의 선수들이 노리고 있는 ‘병역혜택’이다. 그리고 역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추신수다.
이미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추신수가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다 하더라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각종 설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것이 용납될 정도로 현재 추신수의 활약상과 인기는 대단하다. 게다가 도하 대회 당시 김재박 감독이 끝내 외면하는 바람에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도 있다. 팬들이 추신수의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이해하겠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되길 바라는 팬들은 아무도 없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당당하게 병역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과 팬들에게 인정받는 가운데 ‘코리언 메이저리거’로 빅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추신수가 앞으로도 모든 국민들이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한국의 영웅’으로 남으려면, 스스로의 좋은 활약과 더불어 반드시 금메달이 필요하다.
▲ 자신의 목표와 명예를 위해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각자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군미필인 선수들은 그 동기부여가 확실한 편이다. 그들은 의욕에 불타고 있으며, 금메달을 향한 각오와 그 의지가 남다르다. 그들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대표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올림픽이나 제1회 WBC를 통해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대표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럼 그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어떤 의의가 있을까? 이미 올림픽을 통해 연금점수가 100점에 도달한 이들에게 아시안게임의 금메달로 인한 포상금은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 특히 류현진이나 이대호처럼 앞으로 수십억, 아니 수백억원을 벌게 될 지도 모르는 특급 선수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은 별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 이번 아시안게임은 금메달만이 용납될 수 있는 대회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왕창 듣게 된다는 뜻이다. 이미 시즌이 끝난 마당에 다시금 땀을 흘려야 하고, 실질적으로는 별로 얻을 것도 없는 대회, 그럴 바엔 차라리 대표에서 탈락하여 집에서 쉬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이것이 이번 대회에 참석하는 군필 선수들의 딜레마다.
그들이 이번 대회에 참석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특별히 개인적인 목표가 있어서라기 보단, 정말 순수하게 ‘국가대표’라는 자격을 받아 들였고, 우승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눈에 띄는 결과를 손에 쉬어야만 한다. 대표팀 선수들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응원하는 국민들의 위해, 그들의 순수한 열정과 동기가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결과는 다름 아닌 5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뿐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선전과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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