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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그들은 왜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9.

‘곰’과거인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다. 전신인 OB 베어스 시절을 포함하여 한국시리즈에서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최근 10년간 무려 7번이나 가을 잔치에 초대받을 만큼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한다.

 

2008년 이후 신흥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한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1995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하위권을 전전하던 롯데는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밥보다 야구가 좋다는 구도부산의 팬심()은 전국 야구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구단은 올해야구 명문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더 큰 문제는 두 구단을 통하여 야기된 문제가 모두 하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바로 일부 선수들의 음주 운전이 바로 그것이다.

 

■ 그들은 왜 운전대를 잡았을까

 

1980~90년대 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음주운전 단속에서 빠져 나온 것을 마치무용담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는 전날 과음한 후 다음날 마운드에 오르거나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당연시하게 여기기도 했다. 선동열 감독이 현역 시절에 경기 당일 해가 뜨는 시간까지 술을 마신 후 오후에 열린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야구선수들의 술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경기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한 일부 선수들은 적어도 시즌 중에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그 중 몇몇 선수들은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선수 생활 내내 술을 멀리한 이들도 있다. ‘양신양준혁이 야구 때문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홍성흔도 올 시즌 시범경기가 시작된 이후 포스트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성인인 프로야구 선수가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것과 그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완전 별개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 행위다. 몸에 술이 들어간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을 경우, 방향 감각과 속도 감각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술과 담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일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각하다.

 

좀 더 일찍사고소식이 들려 온 것은 두산이었다. 지난해 12 28, 두산의 김명제는 밤 11시경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도중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은 이후 5m나 되는 교각 아래로 추락했다. 처음에는 결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조사 결과 음주운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명제의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무려 0.172%였다. 이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중죄에 해당한다. 여기에 형사처벌까지 피할 수 없다. 결국 그는 시즌 내내 그라운드가 아닌 병원에 자신의 몸을 맡겨야 했다. 이후 두산 관계자들은 나머지 7개 구단과 야구팬들을 향하여백배 사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결국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는 시즌 중에사건이 터졌다. 두산의 주전 마무리 투수인 이용찬이 또 다시 음주 운전으로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지난 9 6, 이용찬은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66%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이는 시즌 전에사고를 친 김명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사건이었다. 당시 25세이브를 솎아내며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던 그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뺑소니였다.

 

결국 이용찬은 음주 운전 이후 잔여 정규시즌 출장 정지를 당하면서, 눈앞에서 구원왕 타이틀을 놓치고 말았다. 두산 관계자들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김명제 사건이 터진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주전 마무리 투수가 더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김명제와 이용찬의 음주 운전 사건이 잠시 잊혀질 무렵, 이번에는 부산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다. 롯데의 박기혁이 지난 8일 새벽, 만취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는 무려 0.149였다. 이 역시 운전면허 취소 및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번이 박기혁의 첫 음주 운전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2001년과 2003년에도 같은 혐의로 적발된 바 있다. 두산과 마찬가지로 롯데 역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박기혁 외에도 현역 시절 정수근이 폭행 및 음주 혐의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전과가 있다. 선수단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올 해에만 벌써 세 번이나 프로야구 판에음주운전소식이 들려 왔다. 그들은 왜 굳이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을까? 과거두주불사형으로 소문났던 선배들의 뒤를 따르기 위해서였을까. 그렇다 해도 당시에는음주 운전에 대한 단속이 다소 허술했던 시기였으며, 음주 이후에도 감독의 명령에 따라 출전해야 했던 때였다.

 

대리 운전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부터가유사 살인 행위를 저지르는 일이다. 선수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 리가 없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교육하지 않은 구단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알고서도 죄를 저지른 선수들의 잘못은 더더욱 크다.

 

이용찬의 음주운전 뺑소니는 포스트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프로 야구계에 먹칠을 끼쳤다면, 박기혁의 음주운전은 아시안게임이란 중대사를 앞둔 시점에서 야구판 전체에 누를 끼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 대표에서 탈락한 박기혁의 심정이야 누구나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용인 되는 것은 아니다.

 

// 유진[사진=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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