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0일에는 아메리칸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가 발표되었고, 11일에는 내셔널리그의 황금장갑 주인공들이 가려졌다. 그리고 12일에는 양대 리그 실버 슬러거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아메리칸리그의 실버 슬러거 수상자 명단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속에 코리언 메이저리거 ‘추트레인’ 추신수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발표된 골드글러브의 경우는 실력에서 밀려 수상에 실패했지만, 실버 슬러거의 수상 가능성은 그 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실버 슬러거는 해당 시즌에 각 포지션별로 가장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각 팀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수상자를 가리는 골드 글러브가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를 뽑는 것이라면, 실버 슬러거는 ‘포지션별 최고 공격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배트 제조 회사인 「루이스빌 슬러거」의 후원으로 1980년에 제정되었으며, 아메리칸리그(AL)는 지명타자를 포함한 9명, 내셔널리그(NL)는 투수를 포함한 9명이 영광의 주인공이 된다.
과거의 기억과 얼마 안 되는 대전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 골드 글러브는 새로운 선수의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지면 감독과 코치들은 익숙한 이름에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서 추신수 같은 ‘비 전국구 스타’가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좁다.
이에 비해 각종 타격기록을 토대로 좀 더 냉정한 평가가 가능한 실버 슬러거의 경우는 신인이라 하더라도 실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추신수는 충분히 아메리칸리그(AL)의 외야수 부문 실버 슬러거에 도전해볼 만한 성적을 남겼다. 현실적인 수상 가능성은 정확히 50% 정도라 할 수 있다.
현재 아메리칸리그의 외야수 부문 실버슬러거를 노릴 수 있을만한 후보들은 다음과 같다.(외야수 부문의 경우 포지션 구분 없이 통합하여 3명을 뽑는다)
사실 저들 중 이미 2명의 수상은 거의 확정적이다. 올 시즌 50개 이상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그 통합 홈런왕에 오른 호세 바티스타, 그리고 리그 타격왕이자 3할-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자쉬 해밀턴이 그 주인공이다. 바티스타 정도의 홈런과 타점(리그 3위)이라면 낮은 타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해밀턴은 텍사스를 월드시리즈까지 진출시킨 일등 공신이다.
이제 사실상 남은 자리는 한 자리, 그리고 올 시즌 성적상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칼 크로포드(탬파베이 레이스)다. 이치로는 타율에 비해 장타력이 심각하게 부족하고, 나머지 타자들은 추신수에 비해 딱히 나을 것이 없다. 델몬 영이 외야수들 가운데 2번째로 많은 타점을 기록했지만, 저렇게 낮은 출루율로는 3파전을 만들기에 부족함이 있다.
추신수는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높은 출루율이 장점이다. 과거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스스로 뽑은 가장 중요한 타격 스탯 1위는 타점, 2위가 출루율이었을 정도로 높이 평가 받는 항목이다. 그에 비해 크로포드는 득점과 도루가 추신수에 비해 훨씬 많고, 장타율에서도 근소하게나마 앞서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러한 경쟁 양상은 지난해와 흡사하다. 작년에는 외야의 한 자리를 제이슨 베이가 예약한 가운데 추신수가 이치로, 토리 헌터와 더불어 남은 두 자리를 두고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누가 타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 상황에서, 수상의 영광은 이치로와 헌터에게 돌아갔다. 골드 글러브에 비하면 그 경향이 덜한 편이지만, 결국 각 팀의 코칭 스태프는 이렇게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상황이 되면 결국 또다시 ‘익숙한 이름’에 표를 던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추신수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칼 크로포드는 일부 전문가들이 이치로 이상으로 높게 평가하는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리드오프 타자다. 빠른 발과 장타력을 동시에 겸비한 만능 타자로 올 시즌은 3번 타순으로 위치를 이동하여 좋은 성적을 냈다. 현재 FA 자격을 획득한 상황이고, 연평균 1600~1700만 달러 규모의 엄청난 대박 계약이 예상되는 ‘FA 타자 최대어’이기도 하다.
올 시즌을 포함해 4번이나 리그 올스타로 뽑히는 등 당연히 추신수보다 훨씬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선수다. 전날 발표된 골드 글러브에서도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로 수비력도 탁월하다. 이처럼 박빙의 상황이라면 투표인단은 결국 크로포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굳이 그러한 이름값이 아니더라도 일부 메이저리그 전문 사이트에서 발표한 실버 슬러거를 전망하는 칼럼에서도 크로포드가 추신수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3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냉정하게 올 시즌 성적 자체만 따져 본다면 일반적으로는 크로포드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추신수에게도 희망은 있다. 크로포드가 뛰어난 성적을 내긴 했으나, 그는 탬파베이 팀 내에서 ‘No.2’의 타자였다. 탬파베이의 최고 타자는 어디까지나 에반 롱고리아이며, 크로포드의 좋은 성적은 롱고리아와의 찰떡 궁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강한 팀 타선의 도움도 받았다.
그에 비해 추신수는 명실상부한 팀 내 ‘No.1’ 타자다. 탬파베이와 정 반대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은 득점을 기록한 클리블랜드의 부실한 타선을 거의 홀로 견인해 왔으며, 가장 중요한 5가지 지표인 타율, 홈런, 타점, 득점, 도루에서 모두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저 5가지 스탯에서 모두 팀 내 1위인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누가 더 팀 타선에서의 비중이 큰가를 따져보면 그건 추신수가 월등히 압도적이다. 그리고 추신수와 크로포드의 상황이 바뀌었더라면, 그래서 추신수가 탬파베이처럼 좋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타점과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반대로 크로포드가 클리블랜드처럼 타선이 빈약한 팀 소속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적을 보여줄 수 없었을 것이다.
추신수는 지난 2년 동안 클리블랜드를 대표하는 강타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면서 점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 지도자들이나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명성이나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크로포드가 일반인들에게는 더 익숙한 이름일지 몰라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추신수라는 이름이 전혀 꿇리지 않는다.
추신수와 크로포드는 둘 다 이번에 첫 실버 슬러거 수상에 도전한다. 누가 수상자가 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수상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탈락한 선수에겐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 된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미 지난해에 한 번 위로의 박수를 받았고, 비슷한 상황인 올해 또 다시 탈락하게 된다면 그 아쉬움이 더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2010년의 아메리칸리그 실버 슬러거 수상자 명단에는 ‘Shin-Soo Choo’라는 이름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길 기대해 본다. 추신수는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이제는 그런 굵직한 상을 하나쯤 수상할 때도 되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MLB.com 캡쳐, 홍순국의 순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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