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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무시할 수 없는 일본야구,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12.



아시안게임 야구의 판도는 크게 대한민국
, 대만, 그리고 일본의 3강 구도로 요약된다. 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연이어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던 한국야구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바 있다.

 

특히 더 큰 충격을 안긴 것은 대만보다, 오히려 일본전에서의 패배였다. 각각 프로 최정예 멤버들로 나선 한국과 대만에 비해, 프로선수는 단 1명도 없이 순수 사회인 야구 선수와 대학생들만으로 나섰던 일본을 상대로 당시 한국은 7-10의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아시안게임만이 아니라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만한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4년 전의 악몽을 잊지 못하고 있는 '조범현호'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과 일본을 상대로 설욕을 벼르고 있다. 특히 조범현 감독은 대만보다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프로선수로 구성된 대만보다도 오히려 전력이 한 수 위"라고 평가할 정도다.

 

대체 일본의 전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역대 최강의 멤버를 구축했다고 평가 받는 한국야구가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일까?

 

일본은 이번에도 엔트리를 사회인 야구 선수와 대학생들로 구성했다. 아시안게임에 프로 정예멤버를 내보내지 않는 것은 일본의 전통이다. 당초 일본 야구협회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프로선수들의 차출을 적극 검토하기도 했으나, 끝내 프로 측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마추어라고 해서 한국의 사회인야구를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한국에서 사회인 야구라고 하면 여가생활에 취미로 즐기는 '동호회'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실업야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늘날 한국 프로야구의 모태가 되었던 60~70년대 실업야구를 연상시키면 되지만 수준은 한 수 위라는 평가다. 한국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된 데다 인프라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일본 시회인 야구의 수준이나 규모는 사실상 세미프로에 가깝다는 것이 중론.

 

또한 일본 사회인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중에는 프로 진출을 목표로 뛰고 있는 선수가 즐비하다. 이번 대회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에노키다 다이키(24, 도쿄가스)는 올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서 한신 타이거즈에 지명되었을 만큼 사실상 프로나 다름없는 기량을 지닌 선수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제구력까지 겸비한 에노키다는 내년 시즌 당장 1군에서 10승 이상이 가능하다고 평가 받고 있으며,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전을 대비한 히든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야구관계자들은 만만치 않은 일본 사회인 야구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단기전과 국제대회라는 특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WBC나 올림픽이 만일 '리그전'이었다면 선수층이 얇은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전이고 국제대회가 가져다 주는 여러 가지 특수성이 객관적인 전력차를 뒤집는 많은 변수를 만들어 낸다.

 

4년 전 도하 대회가 좋은 예다. 최악의 컨디션을 보여준 프로 1진과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준 아마추어가 맞붙으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껴야 했던 최대 피해자가 바로 한국야구이기 때문이다. 단판 승부라면 리그 꼴찌팀도 1위 팀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게 야구이고, 이번 한일 대표팀의 격차는 그보다 더 적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해설가는 어차피 저쪽(일본)은 잃을게 없다. 따지고 보면 그게 가장 무섭다.”고 지적했다. 병역문제가 걸려있는데다 프로 최정예멤버가 나서는 한국이나 대만은 사실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반면 아시안게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일본으로서는 결과에 대한 부담도 없다. 잘하면 좋고, 못해도 최정예가 나선 게 아닌 만큼 프로 1진이 나선 한국이나 대만에게 진다는 게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승리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잃을게 없다는 여유로움이 아닐까.

 

일본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태국, 몽골 등 약체들과 함께 A조에 속해 있어서 조 1위가 무난하다. B조에 속한 한국과는 토너먼트에서나 만나게 된다. 한국이 만일 B 1위를 차지할 경우,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피할 가능성이 높고 자칫 일본이 대만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아예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우승을 위해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도하의 설욕전을 생각한다면 리턴매치가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한신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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